극단적 육식·채식은
오히려 건강 해쳐
양극단 주장보다
균형있는 식단을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육류 섭취로 인한 폐해는 온갖 질병을 낳고,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고, 동물을 학대하는 비윤리성을 일반화함으로 이를 우리의 식단에서 추방함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하자”고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은 주장한다. 
그들은 채식 위주의 식단에 ‘윤리’를 강조하고 육류 섭취 자체를 마치 야만스러운 미개성(未開性)에 견주곤한다.  
이에 축산관계자들의 반격은 별로 신통치 않다. 극단의 주장에 극단으로 대처하다 보니 정작 문제의 핵심은 놓치고 상호 말꼬리 잡기거나 단점을 찾아 공박하는 공허하고 허탈한 대응일 수밖에 없다. 
“고기가 왜 나빠, 얼마나 좋은데, 채식 위주의 식단이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키는 예가 얼마나 많은가? 고기 다이어트 등 육류 위주의 식단이 사람의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기사만 찾아봐도 수없이 많아.”
심지어는 최근 가축으로부터 나오는 축산물 소비를 대체하기 위해 세포를 배양하거나 식물성 지방을 이용한 대체식품들이 시중에 등장하면서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자, 일부 축산전문가들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은 대체식품에 대한 비방에 나서기도 한다. 
그리곤 축산업자들에게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내놓은 방침들이 하나같이 대체식품은 저들의 주장처럼 환경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진짜 고기처럼 영양 가치도 없다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최윤재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전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은 극단적 채식주의자에 반대하는 극단적 육식주의자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가 줄곧 주장하는 것은 올바른 균형잡힌 식단이다. 편협 시각이나 편중된 식단 그 어느 것도 인체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축산물의 올바른 이해 없이 채식을 주장하는 것이나 왜 채식주의가 육식 위주의 식단을 몰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사고(思考) 없이는 이 모든 주장은 자기 만족이거나 ‘우리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그래서 최 회장은 인체가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양의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채식과 육류가 어울린 균형 잡힌 식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강조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식단이란 채식위주의 저칼로리 식단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이는 1960년대 미국에서 앤설 키스 박사가 심혈관질환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보편적 연구 데이터가 아닌 인위적으로 조작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연구가 미국 정부 식사가이드에 기재되면서 축산물 위주의 식단이 칼로리 과다 섭취로 비만을 유발하고, 당뇨,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고 잘못 인식하게 됐다. 또 축산물 위주의 고칼로리 식단은 동물성 지방과 콜레스테롤 때문에 혈류의 흐름을 방해해 심장질환과 각종 뇌혈관 질환의 원인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인류 역사의 변천에 따른 식생활 형태의 변화를 거시적 관점에서 본 연구에 따르면, 수렵과 채취에 따른 육류를 섭취했던 구석기 시대의 인류와 농경과 목축에 따른 채소 위주를 섭취했던 신석기 시대의 인류의 건강 상태는 시대 흐름에 따라 발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보했다.
구석기 인류의 경우 튼튼하고 질병 흔적이 적은 데 비해 신석기 인류는 작고 약하며 감염성 질병의 흔적이 뚜렷했다.  
앤설 키스 박사가 주도한 고탄수화물 저지방 식단을 국가 영양가이드로 채택한 1960년대 이후 미국인들은 급작스럽게 비만의 제국으로 변하는 과정을 겪었다. 그러자 앤설 키스 박사의 학계에서의 위치와 공고화된 권위에 짓눌려 사장됐던 반대의 연구들이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부터 비만의 주범이 식이지방이 아니라, 다수의 연구에 의해 고탄수화물 저지방의 식단이 원인임이 밝혀졌고, 2015년 미국 정부 식사가이드에서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 제한이 철회됐다. 
최윤재 회장이 주장하는 식단은 채소 위주도 육식 위주의 불균형한 식단이 아니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다. 탄수화물의 함량을 약간 줄이고 상대적으로 단백질과 지방의 함량을 증가시킨 식단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부가 판매된 엣킨스 박사의 ‘엣킨스 다이어트’로 유명세를 탄 저탄고지는 간질 등 여러 질병에 대한 치료식으로써 이용이 가능하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도 있다. 
내가 더 좋은 식단이라고 주장하는 채식과 육식의 양 극단은 식생활을 진영의 논리로 구분지을 뿐 영양적인 면에서 오히려 인체를 해롭게 하는 주장일 뿐이다. 따라서 저탄고지를 주장하는 학자들도 이 식단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유의해야 할 사항을 주지시킨다. 
앞의 양 극단의 식단이 이로움보다는 해로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현재의 몸 상태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이 방식의 식단을 채택할 경우, 건강함을 유지하려던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몸을 망가뜨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육류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그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채식의 식단이 나쁘고 육식의 식단이 올바르다는 싸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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