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상승 흐름을 보였던 곡물 시장이 한 주 사이에 큰 폭으로 가라앉으며 변동 폭을 키웠다. 가장 낙폭이 컸던 품목은 소맥으로 11.1% 하락했으며, 옥수수는 9.6%, 대두는 6.3%의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내 주요 곡물의 생육 상태는 저조한 편이지만 기상 여건 호조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곡물 가격들을 대폭 끌어내렸다. 8월 중반까지 미국 중서부 날씨가 무덥고 건조해질 것이란 전망이 약해지고 있으며 생육에 도움을 주는 비 소식도 있어 시장 참가자들은 계속해서 곡물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 농무부가 지난 7월 31일에 발표한 주간 작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7월 30일 기준 미국의 옥수수 생육 상태 우수(Good-To-Excellent) 등급은 55%로 한 주 만에 2%포인트 내림은 물론 작년 동기 대비해서도 6%포인트 하락했다. 대두 역시 52%로 한 주 만에 2%포인트 내림은 물론 작년 동기 대비해서 8%포인트 하락했다. 봄밀의 경우 생육 상태 우수 등급이 42%로 한 주 만에 7%포인트 내렸으며 작년 동기 대비해서는 28% 하락하는 등 생육 상태가 가장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흑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도 불구하고 곡물 가격의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이 파기된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왔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7월 26일까지 러시아의 계속된 공습으로 인해 26개의 항만 시설과 5척의 민간 선박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2일에는 러시아가 다뉴브강 하류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이즈마일 항구를 드론으로 공습해 4만 톤의 곡물을 저장하고 있는 시설이 파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일 소맥(SRW) 가격은 장중에 5% 가까이 치솟았으며 옥수수 가격 역시 장중 3% 이상 올랐으나 외부 시장의 약세 요인에 눌려 재차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외부 시장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미국 증시와 국제 유가는 고공 행진을 펼쳤으나 지난 2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리자 하락세로 전환됐다. 다우지수는 전장 대비 1.0%,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2.4% 내렸다. 지난 7월 31일 배럴당 81.40달러로 3개월 반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했던 WTI 9월 인도물은 다시 8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강해져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은 약세를 나타냈으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로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폭염과 홍수 사태로 인해 2023/24 시즌 유럽연합의 연질밀 생산량을 1억 2630만 톤으로 전망해 종전 대비 1.9% 하향 조정했으나 러시아가 2023/24 시즌 소맥 생산량을 8700만 톤으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자 소맥 가격의 상승세는 제한을 받았다. 카자흐스탄 곡물 연맹은 올해 카자흐스탄의 소맥 생산량을 1450만 톤으로 전망해 미국 농무부가 지난 7월 ‘세계 곡물 수급 전망’ 보고서에서 제시한 1400만 톤을 상회하자 주요 곡물 대비 소맥 가격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최근의 곡물 시장은 대내외 변동 요인으로 인해 가격 등락이 극심해졌으며 이와 같은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흑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국가의 날씨 문제 등이 곡물 가격을 계속해서 흔들어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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