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음대로 쥐락펴락”

정부 사육제한 직접 개입
4~6개월 간 폐쇄 의무화
이행 거부할 경우 범법자
축종 전환 이탈농 잇따라

장관, 위험지역 판단하면
지자체장에 폐쇄권 부여
보상한다지만 결과 뻔해
현실 맞는 시행규칙 필요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농식품부가 지난 7일 개정·공포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에 포함된 겨울철 사육제한 손실보상 제도화를 놓고 오리농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겨울철 사육제한이 법제화되면서 10월부터 4~6개월간 오리농장 폐쇄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법적으로 강한 처벌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농식품부가 사육제한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했다. 현대화된 사육시설을 갖추고, 방역을 철저히 지킨다 해도 농식품부장관이 명령하면 사육제한을 피할 길이 없다.  
오리농가들은 “근본 대책은 실종된 채 오리농가 폐쇄가 정답이라고 여긴다”며 “농식품부의 정책에 순순히 따르던지, 거부하고 범법자가 되든지 선택하라는 엄포”라고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 사육제한의 영향
겨울철 사육제한은 지난 2017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고병원성 AI를 예방하기 위해 시작된 후 6년째 시행 중이다. 이로 인해 오리 산업은 매년 수급불균형으로 심각한 불황이 반복되고 있다. △AI 발생 시 반경 10km 내 오리 입식 전면 금지 △종란 반출금지(폐기) △이동제한 해제 지연 △AI 정밀검사 강화 △일제 입식·출하 및 출하 후 14일간 입식제한 의무화 △검역본부 3~4단계 승인제도에 따른 입식 지연 등 피해가 누적됐다. 연간 오리 도축마릿수는 2012년 8900만 마리에서 2021년 기준 4900만 마리로 줄어들었다. 4000만 마리가 급감한 것이다.
특히 오리 사육시설이 최소 5개월 이상 폐쇄돼 소득이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되자 축종을 전환하거나 폐업하는 농가가 빈번해지면서 전체 오리농가들은 매년 10% 이상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오리계열사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중소 오리계열사들은 오리고기 생산 마비로 경영이 어려워져 줄줄이 도산했다. 대형 오리계열사 역시 생산시설을 헐값에 처리하거나 협력농가 이탈로 매출이 30~40% 이상 감소하는 등 전체 오리 산업이 몇 년째 ‘그로기’ 상태다. 
수급불균형이 초래한 가격 폭등으로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었고, 결과적으로 오리고기 소비를 위축시키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법제화, 무엇이 문제인가
오리업계는 비교적 자율적으로 시행되던 겨울철 사육제한이 이번 가전법 시행령 개정·공포로 무차별·무제한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오리농가들은 1년에 6개월만 사육이 가능한 거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단 지자체들은 10월부터 해당 지역에서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비 50%도 농식품부가 지원해 준다고 하니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일례로 경기도는 지방비 100%를 투입해 4개월간 관내 오리농가 사육을 일제히 금지시킨 바 있다. 하지만 경기도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을 보면, 오리농가를 몇 개월 폐쇄하는 사육제한이 혁신 정책사례로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국내 오리농가 70% 이상이 위치해 있고,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전남북 지역은 주요 대상이다. 또 농식품부장관이 고병원성 AI 위험지역이라고 판단되면 지자체장에게 사육제한을 지시할 수 있어 과연 몇 농가가 오리를 사육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육제한으로 발생한 손실을 국비로 50% 보상해 준다는 것도 오리농가들은 와 닿지 않는다.  오리농가들이 사육제한 종료 후 첫 입식·출하할 때까지 사육시설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상금액이 명확히 책정돼야 한다. 손실평가액이 생계안정자금 규모로 책정되면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아무리 잘 짜인 보상체계라도 결국 서서히 오리산업이 쇠퇴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병원성 AI 확산을 최대한 늦추고, 생산량 향상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오리농가 시설현대화와 같은 중장기적인 대책이 부재하는 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 오리협회, 사육제한 법제화에 강한 유감
최근 한국오리협회는 겨울철 사육제한에 따른 오리 산업 피해 대책과 AI 예방을 위한 근본 대책도 없는 가운데 사육제한을 법제화한 농식품부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오리협회는 이번 가전법 시행령 개정에서 AI 위험지역 선정은 농식품부가 최소 범위 내에서 정하되, 각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활용한 추가적인 사육제한 실시를 금하는 ‘단서조항’을 향후  시행규칙에 반드시 신설해 줄 것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폐업을 희망하는 오리농가에 대한 폐업보상을 정착시켜 사육밀도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이 AI 예방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만섭 오리협회장은 “겨울철 사육제한으로 AI를 예방하려는 농식품부 정책에 오리 산업의 피해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매년 정당한 보상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사육제한마저 법제화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종료시점을 정하고 사육제한을  실시해야 하며, 종료시점까지 휴지기 보상재원을 활용해 오리 사육시설을 AI 방역친화형으로 개편하는 등 AI 예방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