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급등 속 수익 악화
경영난 심화 농가 줄 폐업
물가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원유기본가격 조정을 위한 논의가 지난 9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낙농업계 뿐 아니라 식품업계·소비자 등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원유가격 조정 범위는 음용용 리터당 69~104원, 가공용은 87~130원이다. 최근 정부와 낙농업계는 잇따라 원유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 생산비 상승으로 낙농가 줄폐업
낙농업계에 따르면 2년 사이 약 300호의 농가가 폐업을 결정했다. 지난해 낙농가 수는 4600호로 전년 대비 133호가 감소했다. 2021년~2022년 사이 폐업 농가는 약 300호에 달한다면서 사료비 등 생산비가 급등하면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폐업이 늘고있다고 밝혔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 5월 26일 발표한 ‘2022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우유생산비는 2021년 대비 115.76원(13.7%) 상승한 958.71원/ℓ로 나타났다. 우유생산비 증가액(116원)의 84%는 사료비(81원↑, 70.1%)와 부산물 수입(16원↓, 13.9%)이 차지하고 있다.
젖소용 배합사료 평균가격은 2021년(525원/kg) 대비 2022년(645원/kg) 22.9% 상승했으며, 젖소 수송아지(1주일령) 산지 가격은 2021년(53만 7000원) 대비 2022년(16만 9000원) 68.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수익성 악화에 부채 급증
생산비 급등 및 산유량 감소에 따라 2022년 젖소 마리당 순수익은 2021년대비 37.2%(90만 4000원) 감소한 152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낙농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50마리 미만)의 경우, 2022년 젖소 마리당 순수익은 1000원으로 전년대비 109만 3000원(99.9%)이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생산자단체는 생산비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낙농가의 폐업원인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생산비 급등과 낙농가 수익성 악화는 부채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낙농가 호당 부채액은 2022년 5억 1262만 원으로 2020년대비(4억 24400원) 8822만 원(2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4억 원 이상의 부채를 갖고 있는 낙농가가 전체농가의 4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낙농업계 전문가들은 사료값 상승 등 생산비 급등과 수익성 악화에 따라 낙농가의 우유생산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올해 원유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정부 원유가격 인상 영향 제한적…인상불가피
생산자들의 주장에 정부도 같은 입장을 발표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정부는 생산비가 1.7%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반영 체계의 특성에 따라 농가가 이를 감내해 왔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생산비가 원유가격에 신속하게 반영되기 때문에 2022년 미국의 원유가격은 2021년 대비 55.4% 상승했고 EU도 37.0%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작년에 상승한 생산비를 올해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소득 감소에 따른 농가의 어려움을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어느 정도의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식품업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힌 정부는 “식품 제조 업종별 원재료의 제조원가 비중은 53.8~78.4%이며,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를 제외하면 주요 식품류의 국산 우유 사용률이 낮아 원유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부는 원유가격이 인상되더라도 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간담회 등을 통해 유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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