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등급판정 제도가 한돈의 품질 향상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돼지고기 등급은 유통시장 거래지표와 소비자 구매지표로 작용하지 못한다. 최근 1등급 과지방 삼겹살과 같이 민감한 이슈 발생으로, 등급판정의 효용성 문제가 다시 논의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삼겹살 품질 관리 매뉴얼 제작, 가공·유통업체 품질 관리와 실태 점검 강화 등의 조치를 발표했지만, 등급판정 결과가 소비자와 연계되지 않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등급제도를 돼지고기 유통에서 소비자의 구매 판단에 영향을 미치도록 개선해야 한다. 품질에 따른 가격 차이가 명확해지면, 생산자는 품질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달 25일 제2축산회관 대회의실에서 ‘2023년 제1차 한돈산업발전협의회’를 개최했다. 다수의 참석자는 이날 “한돈산업 발전을 위해 등급제도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현재 등급판정은 육질보다 육량 평가에 치중된 것 같다. 1등급 삼겹살 떡지방 이슈는 등급제도의 변별력과 효용성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떡지방 같은 이슈가 반복될 경우, 한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생산자들이 자신이 출하한 돼지가 어떤 이유로 1등급 또는 2등급 판정을 받았는지, 세부 사항을 알지 못한다. 한돈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이러한 정보를 생산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1등급 출연율이 67% 이상이 되는데도 떡지방 논란이 발생한 것은 출하 체중에만 역점을 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동수 한국종돈생산자협회장(다비육종 대표이사)은 “안타깝게도 등급판정과 관련해 20년 전에도 똑같은 고민을 했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20년 후에도 같은 고민에 대해 논의할 것이 분명하다. 등급판정 수수료를 품질 개선 수수료로 전환해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전했다. 
최종영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등급제도가 소비자 요구와 일치하지는 못할망정 엇박자가 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당연직 이사 비중 축소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명규 한국축산물처리협회장은 “축평원이 정관을 개정해 당연직 이사에서 축산단체장과 도축장 인사를 제외했다”며 “등급판정 전문가들을 빼고 비전문가로 자리를 채운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돼지고기 등급판정 무용론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개선 여지가 없는 것인지 개선 의지가 없는 것인지, 무심하게 시간만 흐른다. 한돈미래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한돈 고급화 연구에서도 “등급제도는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낮고 구매할 때 활용되지 않은 점”을 개선 사항으로 지적한 바 있다. 
전국 양돈장이 연간 내는 등급판정 수수료는 70~75억원에 이른다. 일부에선 “등급 수수료가 아깝다. 등급판정 제도를 없애거나 자율로 전환하자”고 주장한다. 또 샘플을 심사하는 닭고기와 계란 등급도 소비자 바람을 반영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축산물 등급판정 제도 시행 30주년(1995년 1월~현재)을 앞둔 지금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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