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싸게 팔아도
비계는 못먹어
저질 제품 할인판매
일종의 사기 행각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삼겹살데이를 맞아 한돈브랜드업체와 유통업체들이 삼겹살을 최대 반값에 판매하면서 각 매대마다 저렴한 삼겹살을 사기 위해 몰려든 소비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업체들의 대대적 홍보의 영향도 있었지만 평소 ‘국민 축산물’로 사랑받아온 고품질의 삼겹살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기대가 영향을 끼쳤기에 그랬다. 
하지만 특히 이번 삼겹살데이에 기대를 안고 구입한 상품을 확인한 순간 소비자들의 뜨거웠던 기대는 실망단계를 넘어서 분노 수준이다. 고기보다 비계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유통업체들은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신세계 쓱닷컴은 지난 10일 주문 물량이 증가해 일부 상품의 검수가 미흡한 상태로 배송됐다고 사과하면서 일부 과지방 상품에 대해 반품·환불조치와는 별개로 쓱닷컴 머니를 5000원씩 제공했다.
홈플러스는 “일관된 품질의 돈육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지방손질 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며 “농·축산물, 낙농 및 유가공품, 김치·젓갈 등 신선식품 전 품목에 대해 소비자가 만족하지 못할 경우 100% 교환·환불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체들은 이번 ‘비계 삼겹살’에 대해 한결같이 “주문 물량이 증가해 일부 상품의 검수가 미흡한 상태로 배송됐다”며 “상품 매뉴얼 재검토 등 검수 절차를 더욱 강화하고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고 밝히고 있다.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할 때, 판매한 상품에 뚜렷한 하자가 발견되었을 때, 빠른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은 소비자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적절한 조치다. 
음식점에서 출고된 음식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그럴 리가 없다”고 버티는 것과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는 것, 그리고 “아이고, 당첨되셨습니다. 저희는 음식에 하자가 없지만 만일 그럴 경우 몇 배의 보상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첫 번째의 경우엔 다툼이 벌어지고 소비자는 다시는 그 음식점을 찾지 않는다. 두 번째는 빠르게 수습되고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진다. 세 번째의 경우는 나쁜 이미지가 오히려 긍정적 이미지로 급반전된다. 
하지만 대다수 유통업체들의 행태는 소비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려워 보인다. 책임 회피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너무 물량이 몰려 제대로 검수할 수 없었다는 것이 그렇다. 
맛있게 소비한 뒤 환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도 있다느니, 삼겹살의 경우 지방이 가장 두꺼운 부분을 기준으로 껍질 없는 삼겹살(박피)은 1㎝ 이하, 껍질 있는 삼겹살(미박)은 1.5㎝ 이하로 상품화하고 있는데, 고객 취향이 제각각이어서 모두의 요구를 맞출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핑계도 그렇다. 
축산농가로부터 소비자에게 축산물이 전달되는 과정을 ‘팜 투 테이블(농장에서 식탁까지)’이라고 한다. 국내 축산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축산업계는 물론 관련산업까지 이 전과정에 ‘안전과 위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육류를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자신이 구입하는 국내산 축산물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잘 알고 있다. 예전처럼 신문지에 싼 뭉텅이 고기라도 맛있게 먹는 시대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부위의 고기를 깨끗한 정육점이나 유통매장의 매대에서 선택적으로 구입할 수 있고, 자동판매기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국내산 축산물이나 유통업체들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속박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바깥쪽만 멀쩡한 물건을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안쪽에는 그보다 작거나 부실한 물건을 두는 것을 말한다. 
포장된 박스 안의 알찬 과일들이 겹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현혹된 소비자가 지갑을 열고, 막상 집에서 전체를 뜯어보면 보이지 않는 아래쪽에는 위의 것과 다른 볼품없는 과일이 놓여 있었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자 공판장이나 유통매장에서는 엄격한 검수가 이뤄졌고, 눈속임이 거의 사라졌다.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번 ‘비계 삼겹살’ 건에 대한 유통업체들의 사과는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물량이 몰릴수록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염두에 두었어야 했기에 그렇다. 
단순히 삼겹살데이라는 데이마케팅을 이용해 삼겹살을 미끼상품으로만 취급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삼겹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상품의 질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축산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소비자들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지금 ‘비계 삼겹살’ 사고는 유통매장의 단순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속은 소비자의 피해도 피해지만 그로 인해 소비자들의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불신은 사과로 보상될 문제가 아니다. 
할인판매는 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저질의 제품을 할인 판매한다면 어느 소비자가 선 듯 지갑을 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질의 제품을 할인판매한다며 사은행사라고 집객행위를 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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