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지금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정체라는 스테그네이션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다시 말해 고물가상승과 경기 후퇴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 불황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이 통화량을 늘린 상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발생한 유가 상승 등 공급 쇼크와 맞물리면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을 둔화 내지 악화시킨 상황이다. 

 

식량 종속국가 되면


이러한 상황은 농산물 가격을 급등시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으로까지 확산됐다. 
최근의 이같은 환경은 식량안보에 취약한 국가들의 국민에게는 특히 생존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식량안보란 뭔가? 식량안보(Fo od Security)란 국가가 인구 증가, 천재지변(天災地變) 등의 각종 재난,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항상 국민들이 일정한 수준의 식량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적정 식량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식량안보가 취약한지 아닌지는 각국의 식량자급률로 따지게 되는데, 식량자급률은 국가가 생산하는 식량을 전체 국민들이 소비하는 양으로 나누고 100을 곱해서 얻어진 수치다. 
쉽게 말하자면 한 국가의 국민들이 소비하는 식량을, 그 국가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포함 축산물, 가공식품으로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것이다. 
따라서 식량의 자급률이 낮으면 자국에서 생산하는 양으로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며, 그 부족분을 해외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고, 그만큼 해외식량에 종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식량안보가 중요한 것일까? 식량안보에 취약하면 외부의 충격, 다시 말하면 이상기후로 세계 곡물생산량에 문제가 생기거나, 물류 등 세계 식량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면 당장 그 충격이 내부의 문제로 고스란히 전파되기 때문이다. 
식량이 부족하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국내의 상황을 따져보기 전에 예를 들어보는 것이 이해하기가 더 쉬울 듯하다. 
2006년 말, 러시아를 비롯한 곡물 생산국가들의 가뭄과 원유가격이 상승되자 비료 값과 운송비, 농기계 운용비용이 크게 올랐다. 여기에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많은 중산층에서 소비하는 식량의 양이 증가했다. 
동시에 선진국들에서 바이오연료(대부분 곡물)의 사용이 증가하는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한 가운데 세계 식량 비축량이 감소하자 전 세계적으로 식량가격이 폭등했다. 
그러자 식량안보에 취약한 나라들에서 시위와 폭동이 줄줄이 일어났다. 2008년 2월 22일,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식량 폭동이 발발해, 군대가 동원되어 진압작전을 펼쳤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노동자 등이 높은 식량가격에 불만을 품고 자동차와 버스에 방화하고 공장시설을 파괴했다. 경제학자들은 30만~150만 명이 굶주림을 겪었다고 추정한다. 
카메룬에서는 최소 7명의 시위대가 사망하는 등 그 숫자가 24명까지 늘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3일 만에 소고기 가격이 1.5배, 휘발유 가격이 1.7배 상승하자 폭동이 일어났다. 

 

시위·폭동 사회 혼란


이집트에서는 시위대에 경찰이 개입, 7세 소년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아이티, 인도, 인도네시아,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할 것 없이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았다. 
물론 식량 부족 혹은 식량 공급 불안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국가들은 대부분 저개발 빈국들이다. 이들 빈국들은 식량 가격이 오르면 한정된 예산 때문에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작아진다. 또 가난한 나라일수록 소비 지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식량 가격 상승 시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 대학의 개리 베커 교수는 식량 가격이 1/3 상승하면 부국은 생활수준이 3% 하락하지만, 빈국은 20%나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우리 정부는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되어 있다는 것으로 국민들을 안심하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렇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닥치면서 세계 곡물의 공급상황은 이전처럼 안정적이지 못하다. 가뭄에 홍수까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면서 각국이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등 공급 불안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기상이변으로 작황이 악회된 생산국들의 수출 제한 등으로 공급량이 제한되면서 식량 가격의 상승 가능성이 점차 더 커지고 있다.
2008년 상반기, 중국, 인도,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은 자국의 내수 시장 보호를 위해 수출세를 부과하고, 수출 할당 등을 통해 곡물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했다. 그 여파로 곡물 수입국들 중 일부에서는 폭동이 일어났다. 
2010년 초, 아랍의 봄을 촉발한 튀니지 혁명(일명 자스민 혁명)이 바로 이 여파였다. 이러한 사건들이 빈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2023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바로 식량 안보에 취약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식량 안보가 취약하다는 것은 돈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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