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꾀 많고 영민…친근한 이미지로 사랑

숨을 수 있는 굴 3개 파는
‘교토삼굴’ 사자성어 유명
나약한 초식동물이긴 해도
지혜와 꾀로 위기를 극복

‘옥토끼’는 동아시아 공통
우주센터는 복합문화공간
수컷토끼, 성인잡지 심벌
지적교양 갖춘 ‘남성상’도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육십 간지의 40번째에 해당된다. 

계묘년에서 ‘계(癸)’는 흑색을,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고 있어 검은 토끼띠(흑묘 해)이다.

토끼는 포유류 토끼과(Leporidae) 동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낮에만 움직이는 주행성이고, 밤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토끼는 대체로 긴 귀에 짧은 꼬리를 가졌다. 길쭉한 앞니는 식물을 갉아먹기 적합하며, 뒷다리는 앞다리보다 훨씬 길어 차는 힘이 강해 ‘껑충껑충’ 잘 뛰어 다닌다.

임신기간은 평균 30일, 4~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평균수명은 5년~13년이다. 

산토끼와 집토끼는 성질과 생활방식이 전혀 다르다. 집토끼는 무리생활도 잘 하지만 산토끼는 혼자 살고, 계절에 따라 털색이 바뀐다. 흔히 말하는 토끼는 집토끼를 가리킨다.

 

# 지혜와 귀여움의 대명사 ‘토끼’

토끼는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과 함께 꾀가 많은 영민한 동물로 여겨진다. 

솜뭉치 같은 폭신한 털에 길다란 귀와 짧은 꼬리는 귀여움을 대표한다. 남녀노소 호불호가 없어 굿즈, 캐리커처, 엠블럼 등으로 널리 사용되며 오랫동안 친근한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우리 설화에서 토끼는 꾀주머니로 통한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구토설화(龜兎說話)’에는 토끼가 거북의 꾐에 속아 용궁으로 끌려가 간을 뽑힐 처치에서, 번뜩이는 기지로 절체절명의 순간을 극적으로 살아온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는 삼국시대 신라 김춘추가 고구려 연개소문에게 감금된 상황에서 탈출한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후대의 판소리 수궁가나 고대소설 별주부전에 영향을 끼쳤다. 또 호랑이를 속이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설화도 전해 내려온다. 한겨울에 호랑이에게 잡힌 토끼는 한 끼 식사가 될 운명에 놓였는데, 겨울에는 물고기가 별미라며 꼬리를 물속에 넣고 기다리면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호랑이가 토끼 말대로 하자 꼬리가 얼어붙어 꼼짝할 수 없자 토끼는 도망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토끼는 나약한 초식동물이지만 지혜와 꾀를 부려 위기를 극복하는 동물로 표현됐다.

그렇다면 실제 토끼의 지능은 어떨까? 토끼의 지능지수는 5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의 지능지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호랑이(45), 거북이(20)에 비해 높은 수치다.

 

# 토끼 사자성어와 민화

토끼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자성어는 ‘교토삼굴(狡兔三窟)’이다. 

교토삼굴은 꾀가 많은 토끼는 숨을 수 있는 굴 세 개를 파 놓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뛰어난 재주로 잘 숨어 재난을 피함을 뜻한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맹상군의 일화에서 유래됐다. 맹상군의 식객이던 풍환은 3가지 비책으로 주군인 맹상군을 도왔다. 첫 번째 비책은 차용증서를 불태워 맹상군이 백성들로부터 신망을 얻었고, 두 번째 비책은 제나라 민왕이 맹상군을 시기하자 이웃나라 위나라 혜왕을 부추겨 민왕이 의심을 거두게 했다. 선대의 종묘를 세워 민왕이 맹상군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한 게 세 번째 비책이다. 또 민화에서는 한 쌍으로 된 두 마리의 토끼가 자주 등장한다. 이 두 마리의 토끼는 금실 좋은 부부 관계를 상징한다. 토끼(집토끼)는 무리를 이루지 않고 혼자 있으면 불안감을 느껴 수명이 단축되고 예민해져 폭력성을 띤다. 따라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표현한다. 즉 ‘두 마리 토끼를 잡다’는 한 번에 두 가지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다. 

 

# 신화 속의 토끼

신화에서 토끼는 ‘옥토끼’로 표현된다. 옥토끼는 달 속에 산다는 전설상의 토끼다. 

옥토끼 전설은 동아시아에서 공통으로 등장하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달에서 절구로 떡방아를 찧고 있는 천년을 사는 영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절구로 약초를 빻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 한국과 중국에서는 계수나무 아래서 절구질을 하지만 일본에서는 나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옥토끼가 전설로 내려오는 불사를 상징하면서 토끼간은 수궁가, 별주부전에서 만병통치약으로 표현된다. 경북 상주의 토끼바위 전설에는 아버지의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영약으로 등장한다. 

서울 근교 강화도에는 ‘옥토끼우주센터’가 있다. 국내 최초 항공우주과학 테마파크로 항공우주 관련 자료를 수집·보존해 어린이와 일반 대중들의 항공우주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전시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항공우주와 관련해 탐험, 놀이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 귀여운 토끼에게 이런 면이?

토끼는 온순하고 밝은 성격으로 알려졌지만 생김새와 다르게 상당히 공격적이기도 하다.

스트레스와 충격을 받으면 돌변한다. 보통 천적에게 잡아먹히는 사냥감이지만 품종에 따라 개와 고양이 등을 이기는 경우도 있다. 

물어뜯는 힘인 치악력도 매우 강하다. 다른 토끼의 귀와 털을 뜯어먹기도 하는데, 특히 수컷토끼는 교미를 하기 위해 자신의 핏줄이 아닌 새끼토끼는 물어 죽인다. 수컷토끼의 정력은 매우 왕성하다. 집토끼의 경우 보통 수컷 1마리에 암컷 10마리 비율로 사육해야 한다.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밤낮으로 수컷에게 시달린 암컷은 얼마 못가 죽는다고 한다. 

턱시도 타이를 맨 수컷토끼는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심벌이다. 섹시아이콘 마를린 먼로도 플레이보이 창간호에 실리면서 유명해졌다. 서구권에서 토끼는 놀기 좋아하는 ‘젊은이’다.

여기에 품격 있는 턱시도를 입고 파티를 즐기는 지적교양도 갖춘 건강한 남성상을 의미하고 있다. 의외로 토끼는 마초적인 강력한 수컷의 이미지를 가진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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