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1991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은 부부가 폭설에 갇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끝내 숨을 거두었다. 
당시 남편 던켄은 75세, 아내 체이니는 68세였다. 행방불명이 된 이들 부부의 자녀들은 부모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죽은 지 2개월이 지난 5월 1일에야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이 타고 있던 승용차 안에는 기름이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차 안에서 체이니 부인이 18일 동안 자신의 심경을 적어놓은 노트가 발견되었다. 

 

“모두를 사랑한다”


결국 그것이 자녀들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다. 다음은 그들이 남긴 글 중 언론에 공개된 부분이다. 
“♣ 1991년 3월 1일 금요일 오전 6시 30분
이 아침 우리는 아름다운 설경에 묻혀 있다. 길을 잘못 들어 눈 속에 갇히는 바람에 어젯밤 여섯 시 경부터 눈 속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밤에도 눈이 많이 내려 한 자 높이 정도의 눈이 더 쌓인 채 우리를 덮고 있다. 창문을 열 수도 없다. 손바닥을 무릎에 대고 글을 쓰려니 글씨가 엉망이다. 
이해해다오, 아이들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구나. 우리는 너희가 삶을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 가족의 우애를 절대로 저버리지 말아다오.
그리고 우리가 손자 손녀들에게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다오. 어젯밤에 우리는 찬송과 성경 읽기를 시작하면서 잠깐씩 눈을 붙이며 지새웠다. 2시간 마다 5분씩 차의 엔진을 켜고, 히터를 틀어 몸을 녹였다. 우리는 이제 우리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완벽하게 하나님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 3월 4일
오늘이 3일째다. 아직 배고픔은 없다. 글로브 박스에서 작은 젤리 봉지 두 개의 껌 한 통을 찾아냈다. 나중을 위해 이것들을 잘 두었다. 
창문을 열고 눈을 씹어 먹고 있다. 직장에 결근해야 하는 문제로 너희 아빠가 조금 걱정하고 있다. 

♣ 3월 6일 수요일
오늘 밤이 6일째 되는 밤이다. 차에 기름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히터를 켤 수가 없다. 

♣ 3월 12일
오늘이 눈속에 갇힌지 12일이 되었다. 한 모금의 물이, 한 입의 음식이 이렇게 귀한 줄을 다시는 잊지 않게 될 것이다. 나의 몸이 약해져 옴을 느낀다. 우리는 너희 모두를 진정 사랑했으며, 지금도 너희들을 사랑한다. 

 

백지상태의 시간

 

♣ 3월 18일, 18일째 됨.
너희 아빠가 오늘 저녁 7시 30분에 주님의 곁으로 떠났다. 모든 것이 몹시 평온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것조차 몰랐다.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주님께 감사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곧 너희들의 아버지, 나의 남편 뒤를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이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듯 하구나. 앞이 잘 안보인다. 잘들 있거라. 너희 모두를 사랑한다.”
결국 이들 부부는 눈 덮힌 차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들 스깁과 딸 제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의 어머니 제이니를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 어머니의 어짊과 상냥함은 어머니를 한 번 만난 사람은 누구나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어쩌면 이 노부부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죽음과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자녀들에게 남긴 이 편지가 우리의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아프게 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허락되어 있던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감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이 노부부처럼 가장 절박하고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의 마지막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 
「그대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의 저자 채복기 씨는 삶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평탄과 행복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나는 꽃과 같다. 
꽃은 바람에 흔들려도 땅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살다가 결국 자신의 자태를 뽐내며 하늘을 향해 아름답게 피어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흘러가게 하지 말자.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 시간을 미워하고 싸우는 것으로 보내기는 너무 아까운 시간들이다. 
우리의 짧은 인생을 아름답게 꾸미고 살아야 한다. 사랑하고 위로하고, 섬기며 용서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감사함으로 살아갈 때 꽃향기와도 같은 아름다운 향기가 우리의 주변을 진동하게 될 것이다. 
2023년 계묘(癸卯)년 새해가 밝았다. 또 다시 우리 앞에는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 상태의 시간이 놓였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개인들 각자의 생각에 달려있고 그 그림의 완성본은 연말이 되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터이다. 어떤 결말이 나던 그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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