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법 일부개정안 백지화로 숨통

전체농가 80% ‘가설건축물’
개정됐으면 절반 이상 퇴출
협회 중심 끈질긴 설득 효과

사룟값 폭등 생산비 급상승
사료구매자금 지원 못 받아
계열사 은행서 고금리 대출

겨울철 사육제한 요건 추가
농가 피해 가중 불황 초래
현대화 시설 정부지원 절실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올해 오리산업은 큰 고비를 넘겼다. 오리농가 생존을 위협할 수 있었던 ‘축산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전면 백지화되면서 한숨 돌렸다. 
농식품부는 올해 초 축산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축산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발효되면 오리농가들은 건축법상 허가받은 일반건축물로 전환해야 한다. 유예기간 5년 내에 사육시설을 일반건축물로 허가받지 못하면 오리를 사육할 수 없다. 
오리농가들은 “전체 오리농가 80%가 비닐하우스 축사인 가설건축물”이라며 “5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오리농가 절반 이상은 사라질 것”이라고 결사반대했다.
오리농가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쳐 축산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무효화됐지만 오리산업 침체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6월부터는 오리산업 관계자들이 우려한 하반기 오리고기 수급불균형 현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고병원성 AI 발생의 영향으로 전체 오리 사육마릿수는 줄었고 오리농가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영국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의 여파로 올해 종오리 수입이 한 차례만 진행된 것도 오리고기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이로 인해 성수기인 하절기 복 특수기간에도 오리산업은 호황을 누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오리계열사들도 어려움이 가중된 한 해였다. 전년대비 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가운데 생산원가 상승으로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료가격, 부자재 등이 모두 오르며 계열사와 오리농가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왔다. 특히 사료가격은 60~70% 이상 급등해 계열사 대출은 늘었고, 1~3분기 적자손실이 큰 폭으로 누적됐다. 계열화법에 따라 정부에게 사료구매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는 오리계열사들은 시중은행으로부터 고금리로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비축한 냉동오리고기마저 바닥을 들어내 빈자리를 중국산 훈제오리고기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국내산 오리고기 판매를 위축시켰다.
한 오리계열사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오리고기 수요가 늘어났지만 물량이 부족해 판매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급불균형으로 오리고기 가격이 상승해 소비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답했다.
겨울철 사육제한은 오리산업 불황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6년째 시행 중인 겨울철 사육제한은 매년 4개월간 전체 오리농가의 30%에 해당하는 200여 농가들에게 새끼오리 입식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겨울철 사육제한에 해당되는 오리농가들이 폐업하거나 축종을 전환하는 사례가 늘었다. 올해부터는 겨울철 사육제한 선정대상 요건도 추가됐다. 
추가된 요건은 ‘산란계농장 또는 종계농장 인근 500m 이내 위치한 오리농장’이다. 기존의 △위험지구 △최근 5년 내 반복발생 △철새도래지와 함께 선정요건이 추가되면서 겨울철 사육제한 지침이 강화됐다. 
다수의 오리산업 종사자들은 “오리산업에서만 적용되는 겨울철 사육제한이 철폐되지 않는 한 오리산업이 나아질 가능성은 없다. 임시방편에 불과한 겨울철 사육제한은 오리산업의 희생과 피해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고병원성 AI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오리산업 부양과 고병원성 AI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오리농가 현대화시설 개편사업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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