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나약한 존재이지만 지구상에 출현하고 나서부터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자연재해에는 속수무책이다. 태풍이나 대홍수 그리고 쓰나미(지진해일)는 수많은 인명을 살상시킨다. 
1925년 우리나라에 대홍수가 발생해 특히 한강일대의 저지대가 큰 피해를 당했다. ‘을축년 대홍수’로 4천명 이상이 절명한 것으로 신문은 보도했고 집중호우로 한강 물줄기가 바뀌면서 그 결과 잠실 일대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변했다. 
지금까지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쓰나미는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 해저에서 발생한 진도 9.15의 강진으로 높이 30미터의 파도가 인도양을 가로질러 해안가 저지대에 살던 약 25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약 8000키로 미터 떨어져 있는 남아프리카 해안까지 덮쳐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예측 불가능한 이상기후 때문에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갈수록 위협 속에 놓여있다. 실제 기후학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기상현상은 태풍과 대홍수 그리고 쓰나미가 아니라 예고 없이 다가오는 가뭄을 꼽는다. 가뭄은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앙코르와트 문명 등 찬란했던 고대문명을 수도 없이 몰락시켰다. 
가뭄은 식량과 물 부족으로 인한 대기근(大飢饉)을 불러온다. 1800년도 말 인도, 중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7000만 명 이상이 굶어죽었다. 1932년부터 1934년까지 이어진 러시아의 기근 때는 500만 명이 굶어죽었고, 1958년부터 1961년까지 계속된 중국의 기근으로 최대 2950만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역사상 전대미문의 기아 사태는 지금으로부터 350년 전 경신 대기근(庚辛大飢饉)으로 조선 현종 재위기간인 1670년(경술년)과 1671년(신해년)에 일어나 엄청난 백성이 굶어 죽었다. 임진왜란 때부터 살아온 어르신들이 ‘전쟁 때도 이것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경신 대기근의 결과는 파멸(破滅)적이었다. 조선 8도 전체의 흉작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며, 당시 조선 인구 1200만~1400만 명 중 약 90만에서 150만 명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지금 들으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이었다는 것을 기록은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먹을 것이 넘쳐서 남의나라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대기근이 아니더라도 현대판 배고픔의 설움과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가뭄이 계속되고 식량생산이 여의치 않으면 기아에 허덕이거나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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