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중국의 3대 악녀 중 서태후의 악행은 청나라를 망국의 지경으로 끌고 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녀의 사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끼의 식사로 산해진미를 차려야 했고, 한 번 먹은 음식은 두 번 먹는 경우가 없었다. 한 끼 식사 비용은 일반 서민들의 일년치에 맞먹는 액수였다. 
그녀의 탐욕을 보여주는 사례 중에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여름 별장 ‘이화원(颐和园)’이다. 이화원의 면적은 2.9㎢이고 이 중에 3/4인 2.2㎢가 호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호수가 쿤밍호다. 그리고 이화원에는 60m 높이의 만수산이 자리잡고 있다. 

 

탐욕이 망국의 길로


이 쿤밍호는 온전히 사람을 동원해서 바닥을 파낸 완전 수작업 호수이고, 호수를 만들기 위해 파낸 흙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만수산이다. 동원된 연인원이 무려 30만 명이라고 한다.
뛰어난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으로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는 이 이화원은 서태후의 사치로 인한 백성들의 고혈이 응축되어 있지만, 더 큰 사회적 충격은 이로 인해 청나라가 멸망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서태후는 이화원을 짓기 위해 북양함대 예산을 유용했다. 이화원 공사에 쓰인 돈은 은전 3000만냥이었다. 이 액수는 당시 청나라 1년 전체 예산의 30%에 해당하는 큰 돈이었다. 
당시 중국의 정세를 보면 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예산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정원 조성에 쓸 돈은 국방비로 돌려야 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서태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일본과의 전쟁에서 완전히 패배했고, 잇따라 중국의 넓은 땅은 서구 열강들로부터 갈갈이 찢기는 아픔을 맛보게 되었다. 

 

누가 돌려달라 했나


청·일전쟁에서의 패배는 청나라 군대의 총체적인 난맥과 지휘관들의 무능 때문이었지만, 제대로 지원된 군비가 있었다면 청나라가 일본 함대 따위는 쉽게 물리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론이다. 
최신식 장비로 무장한 북양함대는 정작 훈련할 포탄도 충분하지 못했고, 연료 부족으로 수병들을 제대로 훈련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이 국운을 걸고 전 함대를 끌어모아 필사적으로 싸웠던 것에 비해 청나라의 전시 준비는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런 군대의 무능은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의 안위를 지키겠다는 통치이념 없이 권모술수로만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던 서태후의 책임이 가장 크다. 
당시 동북아에서 청일전쟁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서태후가 저지른 횡령은, 당시의 시대상황상 국방비와 근대화에 집중 투자해도 모자랄 귀중한 백성의 피땀을 이런 식으로 마구 낭비해버렸다는 점에서, 국가의 지도자들이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사건이다.  
흥선대원군은 섭정 시절 경복궁 복원 사업을 벌였다. 주변에서는 예산 등을 이유로 들어 무리한 사업이라고 반대했지만, 대원군은 밀어붙였다. 
부족한 비용을 메우기 위해 당백전을 발행하고, 통행세를 걷는 등 백성들의 고혈을 짜냈다. 
그가 경복궁 복원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밀어부친 이유는 간단했다. 무너진 조선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조선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신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조선은 그 이후 60여 년을 가지 못하고 멸망하고 만다. 
나라의 기강은 건물을 바로 세우는 데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겼다. 단 하루도 근무하지 않았다.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국민들과의 소통을 이유로 들었다. 
지금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퍼펙트 스톰이라는 총체적 위기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정 지원의 결과로 세계는 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해 있고,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금리 인상 파동으로 세계는 지금 경기침체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윤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지휘봉을 들고 카메라 앞에서 청사진을 내놓고 집무실 이전을 설명하는 뜬금없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예산도 496억원만 집행하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윤 대통령의 언행이나 정부의 모호한 정책, 공약과 반대로 가는 행정이 쌓이면서 각 계층·산업계는 물론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반응도 싸늘해졌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을 ‘건전한’ 재정으로 선언하면서 공무원 월급의 소폭 인상,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목도하면서 분노마저 끌어올리고 있다. 
최첨단 국방을 표방은 하지만 그에 맞는 예산은 없다.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지만 그들을 지원할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 확고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죄송(?)하게도 지금 우리 산업에 관심을 갖고 생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호소할 때도 아닌 듯하다. 국가는 지금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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