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화 위기를 기회로…주요 축종 반열에

중국산 대공세 ‘인고의 6년’
농가들 결집 협회 중심 대응
웰빙·고급육 전략 시기 적절
10년 전 생산액 1조3000억

2001년 고기 50톤 일본 수출
해외 시장 처음 개척한 사례
축산법 개정 등록 대상 포함
소외 축종에서 주요 가축으로

전업농 전환 계열화 가속페달
자조금 조성 발전 토대 확보
엇나간 AI방역 정책으로 혼란
사육제한 풀려야 재도약 가능

오리산업 발전사

2018년~2022년 2017년 10월 2012년 2003년 12월 2001년 9월  1992년 7월 1991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 계획 수립·추진

겨울철 사육제한 첫 실시

오리산업 총 생산액 1조3000억 원 돌파

고병원성 AI 최초 발생

일본에 오리고기 첫 수출

 

한국오리협회 창립총회

오리고기 수입 완전 개방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국내 오리산업의 역사는 ‘전화위복’으로 요약된다. 

위기를 기회삼아 반전에 성공했다. 1991년 수입개방화에 따른 외국산 오리고기 수입은 계열화사업 전환을 앞당겨 경쟁력을 갖췄고, 고병원성 AI로 궁지에 몰렸지만 웰빙과 고급화 전략이 맞물리며 2012년에는 총 생산액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황금기를 구가했다. 또 겨울철 사육제한 해법으로 축사시설 현대화를 추진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리산업은 주저앉을 수 있었던 대내외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축산업 주요 축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오리산업이 걸어온 길을 정리해봤다.

 

# 오리고기 수입 완전 개방(1991년)

국내에서 오리 집단사육은 1960년대 중반 전남 나주에서 시작됐다. 이후 전남북 지역에서 오리 집단사육이 조금씩 성행하더니 1980년대에는 전남 광주를 중심으로 탕 형태의 오리요리와 부산의 오리불고기가 인기를 끌면서 소비가 늘어났다. 

1990년대에는 일대 전환을 맞이한다. 1991년 오리고기 수입이 완전 개방되면서 저렴한 중국산 오리고기가 국내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국내산 오리고기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며 중국산 오리고기에게 시장을 내줘야 했다.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오리산업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사그라질 위기에 놓인 순간이었다. 1997년 12월 가금질병으로 중국산 오리고기 수입이 중단되기까지 인고의 6년이었다. 

 

# 한국오리협회 설립(1992년)  

1991년 수입개방화로 오리산업 종사자들은 하나로 뭉쳤다. 1992년 발기인 모임에 이어 그해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한국오리협회가 설립됐다. 오리산업 정책과 기반이 전무하던 시기, 오리산업이 지금의 발전이 있기까지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생산자단체가 탄생한 것이다. 

한국오리협회는 축산생산자단체 중 유일하게 사육, 부화, 유통·계열, 전 분과가 하나로 통합된 단체다. 한국오리협회의 존재감은 위기에 빛을 발휘했다. 

특히 중국산 오리고기를 대비키 위해 한국오리협회가 설립되면서 오히려 국내 오리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일조했다. 농가와 계열화사업자 간 가교역할을 하며 계열화사업을 정착시켰으며, 통합된 생산자단체는 오리고기 시장을 조율하며 향후 오리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초석을 다졌다. 

 

# 일본 첫 수출과 축산업 등록대상 포함(2001년~2002년)

2001년 일본으로 뼈 없는 다리살, 가슴살 등 20만5000달러 규모로 오리고기 50톤을 수출했다.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처음 개척한 사례다. 

일본은 오리고기 소비가 우리나라에 비해 1/10 수준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시장이다. 게다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으로 국내산 오리고기가 수출됐기에 더욱 의미가 깊은 쾌거였다. 

일본 진출은 본격적인 해외 수출의 물꼬를 튼 계기가 됐다. 다음해인 2002년에는 축산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오리가 축산업 등록대상에 포함됐다. 기타가축으로 분류돼 소외받던 오리가 종축업 범주에 포함되면서 주요 가축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 고병원성 AI 발병(2003년)

2003년 충북 음성에서 국내 최초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이후 2004년 경기도 양주에서 고병원성 AI가 종식되기까지 오리를 비롯한 가금농가 392농가에서 528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오리고기를 먹으면 고병원성 AI에 감염된다는 잘못된 정보로 소비가 위축되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또 살처분 모습이 방송에 공개돼 오리고기 혐오를 부추겼다. 2000년대 들어 고속 성장한 오리산업에 급제동이 걸리며 위기론이 확산되던 때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오리산업 종사자들은 오리고기가 가진 효능을 알렸다. 

마침 웰빙이 유행하던 시기였고, 잘못된 정보도 오리협회와 전문가들이 진화작업에 나서니 오해도 풀렸다. 오리고기가 가진 고급화와 함께 ‘건강’이 대세로 떠오른 시대적 흐름, 국민소득 향상이 맞아떨어졌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났다면 반전은 어려웠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오리고기는 영양학적으로 우월한 맛있으면서 건강한 고급 요리로 자리 잡았다. 

 

# 오리산업 황금기(2012년)

2012년 오리산업 총 생산액은 1조3000억 원을 돌파하며 농업 품목 7위를 차지했다. 오리고기 수요·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산업 규모도 놀라운 성장을 거듭했다. 사육마릿수는 1439만7301마리, 사육가구는 5126호, 가구당 사육마릿수는 2809마리에 달했다. 10년 만에 오리 사육마릿수는 124%, 가구당 사육마릿수는 437% 증가했다. 

특히 3000수 이상 농가 사육마릿수는 2010년 기준으로 1421만 9000마리로 전체 오리 사육마릿수의 98.7%를 점유했다. 과거 부업농이었던 오리농가들이 대규모 전업농으로 전환되면서 계열화사업이 완벽히 정착됐다. 또 2007년부터 조성된 오리자조금은 다양한 오리고기 요리개발과 오리고기의 우수성을 알렸다. 

이와 함께 오리요리 책자를 발간·배포하며 오리산업 최초로 공식 매체를 통한 광고(라디오 광고 및 지하철 이미지 광고)와 산업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방역교육 등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2012년은 가공, 유통, 소비, 문화에 이르기까지 정점을 찍었던 오리산업 최고의 황금기였다. 

 

# 겨울철 사육제한 실시(2017년)

2017년은 오리산업의 분수령이었다. 고병원성 AI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정책으로 겨울철 사육제한이 전국적으로 실시돼 오리산업은 급전직하했다. 전체 30% 이상의 오리농가들이 강제적으로 4~5개월 동안 오리사육이 금지됐다. 

오리농가, 오리계열사, 가공업체 등이 이탈·도산했으며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에 시달렸다. 오리산업 종사자들은 겨울철 사육제한이 “오리산업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잘못된 방역정책”이라며 폐지를 호소했다. 

한 조사결과에서도 겨울철 사육제한으로 오리산업은 매년 15% 축소, 오리농가는 10% 이상 폐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겨울철 사육제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2017년 260농가, 325만 마리를 대상으로 5개월간 처음 모습을 보였고, 이후 현재까지도 매년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실시되고 있다.

 

# 축사시설 현대화로 재도약(2022년)

2020년 기준 오리산업 총 생산액은 8130억 원이다. 사육마릿수는 976만4000마리, 사육농가는 509농가다. 10년 전 오리산업 황금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고병원성 AI, 겨울철 사육제한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오리산업 종사자들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을 부양시키기 위한 해법으로 축사시설 현대화에 주목했다. 축사시설이 낙후된 오리농가 사육시설을 현대화시설로 전면 개편해 고병원성 AI를 대비하고, 생산성 향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겨울철 사육제한으로 오리농가에 지급되는 보상금을 오리농가 축사시설 현대화 지원 자금으로의 전환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겨울철 사육제한에 따른 오리산업의 피해를 없애고, 오리농가들의 부담을 낮춰 축사시설 현대화 실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수년간 축사시설 현대화사업 공청회·간담회를 개최하며, 연구용역과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리산업 종사자들은 축사시설 현대화는 현재의 불황을 극복하고 재도약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