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사육제한’ 산업 퇴보로 이어졌다

일방적 희생 강요론 ‘한시적’
AI근절 못하고 수급불균형만
수많은 오리농가 폐업 이어져
축사시설 현대화 지원 선행을

시설 개선되면 생산성 향상
농가 자력으론 투자에 한계
특별방역기간엔 사육 불가능
돈 나올 곳 없으니 투자 헛꿈

정부 보상금 시설 지원금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 펴면 가능
지금 산업 생산액 오히려 감소
특별법 제정으로 축사 이전케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고병원성 AI는 억제하면서 오리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매년 실시되는 겨울철 사육제한은 오리농가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 이 같은 방역정책은 한시적일 뿐 고병원성 AI 발생을 근절시키지 못했고, 인위적인 수급불균형은 수많은 오리농가의 폐업으로 이어지며 산업을 퇴보시켰다.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이 말하는 고병원성 AI의 근본적 예방대책은 ‘축사시설 현대화’다.

축사시설 현대화로 개편하면 기존 재래식 축사에 비해 방역을 강화할 수 있고, 생산성 향상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 반드시 정부 지원이 수반돼야만 오리산업에 축사시설 현대화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만섭 한국오리협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축사시설 현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고병원성 AI 발생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오리는 고병원성 AI 발생·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허나 생물학적 특성보다는 오리농가의 열악하고 낙후된 사육시설 때문이라는 지적이 현실적이다. 2019년 기준 오리축사는 76.3%가 비닐하우스형 축사이고, 68.2%는 2010년 이전에 건축됐다. 

오리농가 대부분이 방역과 자연재해에 취약한 축사에서 오리를 사육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이후 현재까지 오리농가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49건 중 38건이 비닐하우스형 축사에서 발생했다. 

특히 자연식 환기방식인 비닐하우스형 축사는 외부 오염물질 유입으로 고병원성 AI 감염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오리는 마시며 흘리는 물이 많고 분뇨 함수율이 높아 깔집을 자주 보충해야 한다. 깔짚을 살포하기 위한 잦은 축사출입도 위험한 요인이다. 

연간 깔짚 보충횟수는 가설건축물 축사가 일반건축물 축사에 비해 약 5.8배 많다. 반면 축사시설 현대화로 개편한 무창오리사는 환기시설을 바꿀 수 있다. 자동화설비에 기반한 센서는 환기량을 제어해 호흡기질병 발생을 감소시킨다. 온·습도 자동조절 장치, 깔짚 자동살포기 등을 축사에 설치하면 축사 입·출입 최소화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고상식, 연동형 축사로 설비할 경우 깔짚 보충이 필요없다.  

 

- 축사시설 현대화가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나.

물론이다. 무창오리사의 육용오리와 종오리 생산성이 비닐하우스형 축사보다 매우 우수하다. 국립축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육용오리는 비닐하우스형 축사 평당 사육마릿수가 10마리인 것에 비해 무창오리사 평당 사육마릿수는 18마리로 1.8배 높다. 육성률도 5.5% 높게 나타났으며, 출하체중은 비닐하우스가 3.18kg, 무창오리사가 3.38kg으로 무창오리사가 0.2kg 높다. 폐사율·사료요구율도 무창오리사가 월등히 앞섰다. 종오리의 경우 사육마릿수는 비닐하우스가 6마리, 무창오리사가 10마리로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란율, 폐사율, 수정율, 사료요구율 모든 부분에서 무창오리사가 비닐하우스형 축사보다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축사시설 현대화는 오리농가 생산성도 향상시킨다는 결론이다. 

 

- 축사시설 현대화 진행상황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현재로썬 뚜렷한 성과가 없다. 오리농가들은 자력으로 시설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겨울철 사육제한의 영향이 크다. 

1년에 오리농가들이 사육할 수 있는 5~6번 중 겨울철 사육제한으로 2~3번을 휴지기로 보낸다. 심할 경우 1년에 2번만 오리를 입·출하한 농가도 있다. 일례로 경기도 오리농가들은 특별방역기간인 10월부터 3월까지 사육을 못한다고 보면 된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농장을 유지하기도 벅찬데 축사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있겠나. 

설사 대출로 빚을 내서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속된 말로 죽을 때까지 갚아도 못 갚는 수준이다. 축사시설 현대화 개편 자금은 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농가당 최소 20억 원 이상이다. 

오리농가들도 축사시설 현대화가 방역과 생산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해결되지 않고선 축사시설 현대화로 전환할 오리농가는 없다고 본다. 

 

- 축사시설 현대화 개편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선택과 집중이다. 오리농가에 지급하고 있는 겨울철 사육제한 정부보상금을 축사시설 현대화 개편 지원금으로 선택하면 된다. 선택된 정부지원금을 축사시설 현대화에 집중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4년째 시행중인 겨울철 사육제한에 따른 보상금 누적 지출액은 무려 약 270억 원이다. 정부의 재정부담에 비해 득보다 실이 많다. 전체 오리농가의 소득은 떨어졌고, 오리산업 생산액은 467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에도 겨울철 사육제한이 오리산업에 주는 피해가 고병원성 AI 차단효과보다 더 크다고 밝혀졌다. 

겨울철 사육제한을 계속 감행할 이유가 없다. 매년 몇 십억 원씩 오리농가에 보상하는 자금을 축사시설 현대화 자금으로 지원해 달라는 거다. 같은 돈이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값어치는 달라진다. 

아울러 축사시설 현대화 개편에 정부 지원 시 농가 자부담 비율을 낮춰야 한다. 20% 이하 수준이 아니고서는 농가들의 참여가 적극적일 수 없다. 따라서 축사시설 현대화는 정부 지원이라는 대전제 하에 농가 자부담을 줄여야만 실현이 가능하다.      

 

- 앞으로 협회가 추진하는 정책은.

축사시설 현대화가 아니고선 오리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 아니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축사시설 현대화는 반드시 오리산업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국내 오리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첫 걸음이다. 협회는 축사시설 현대화에 사활을 걸고 해결할 각오다. 

이를 위해 비닐하우스 등 가설건축물 오리축사를 판넬형 현대화 시설로 전면 개편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농식품부에 지속 요청 중이다. 또 농장부지, 건폐율, 후계농 부재 등의 문제로 사육시설 개편이 불가능한 오리농가들에게는 폐업자금 지원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해안벨트 등 가금밀집지역에서 안전 지역으로 축사 이전이 가능토록 특별법 제정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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