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확산 전국이 위험권…백신 개발 급선무

초비상 속 이용 백신 아직 없어
한돈농가 보호할 필수적인 도구
민·관·학계·업체 대대적 참여 중
방어 여부 관계없이 개발 우선

가시적 성과 일정 부분 가능성
하지만 인프라 열악한 게 발목
합동연구 통해 등급 조정 필요
국가 보유시설 민간에 개방을

백신 개발하면 해외 수출 가능
신고 대상품목 완화 서둘러야
효능·효과 기재범위 확대 병행
커지는 반려시장 또 다른 기회

정병곤 한국동물약품협회장
정병곤 한국동물약품협회장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최근 동물약품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ASF 백신이다.

지난 2019년 9월 경기도 파주 양돈장에서 첫 발생한 이래 22일 현재까지 경기·강원·충북·경북 등 10개 시군에서 25건이 발생했고, 야생멧돼지에선 2661건이 확인되는 등 전국이 위험권에 놓인 반면 아직까지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ASF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역본부와 야생동물질병관리원 등 국가기관뿐 아니라 대학과 백신제조사에서도 ASF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병곤 한국동물약품협회장을 만나 현 상황 진단과 함께 이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 ASF 백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SF는 아프리카에서 1920년대부터 발생해왔다. 지난 2007년 조지아 공화국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된 이래 러시아, 중국, 북한을 거쳐 국내에 유입됐다. 

현재 야생멧돼지에서 지속 발생 중인데다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아래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살아서 움직이는 ASF 야생​멧돼지 개체가 많아지고 있어 어디까지, 얼마만큼 확산됐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제 전국 어디에도 안전지대가 없다는 말이다.

유럽 등의 사례로 볼 때 멧돼지 등 야생동물 감염시 근절이 어려운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예방을 통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ASF 백신은 ASF로부터 국내 한돈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필수적인 도구라고 사료된다.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질병을 막을 수단을 갖고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맥락이다. 백신 개발이 먼저고, 맞을지 말지는 그 후에 논할 문제다. 

 

- 국내 기관과 업체들도 ASF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현재 4개 대학과 백신업체 4개사가 ASF 서브유닛 백신과 생백신 후보주를 개발 중이다.

특히 일부 업체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ASF 백신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등 일정 부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ASF 백신 개발을 위한 인프라가 열악해 백신 개발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상 ASF 백신의 연구·시험·제조는 모두 BL3 시설(생물안전 3등급 시설)로만 제한돼있는 반면, 국내에는 BL3급 시설이 2개밖에 없어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역본부 시설의 경우 정부의 R&D 사업에 우선으로 활용되며,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비용이 높은 반면 시설은 협소해 대동물 시험이 불가능하다.

또 국내 야외 임상시험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해외 임상시험 목적의 샘플용 백신을 BL3에서 생산할 수 없어 해외 공동연구를 추진코자 해도 진행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있다.

 

- 해결 방안은 없나.

이에 동물약품협회는 ASF 바이러스의 유전자 결손 등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 해 현행 시설 기준인 BL3를 BL2로 조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지난 7월 미국 농림부와 스페인 국립연구소에서도 개발 중인 백신의 유전자가 결손형일 경우 BL2 시설에서도 취급이 가능하다고 발표한 바 있는 만큼, 민관 합동으로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해 등급을 조정하는 방법도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BL3 시설을 민간에 개방해 업체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ASF 백신 제조시설에 대한 기준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동물약품산업의 존재의 이유는 관련 산업, 즉 축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데 있다. 농가가 ASF 백신을 원한다면 만드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ASF 백신 개발은 국내 동물약품산업에 있어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사용이 어렵다면 해외로 수출하는 방법도 있는 만큼 절대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 동물약품의 효능·효과 기재범위 확대의 필요성도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이 역시 국내 동물약품산업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동물약품협회 신고대상 품목에 관한 규정’상 신고대상 품 목의 효능·효과 표시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보조사료보다 표시를 제한하고 있어 산업 활성화의 제약요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협회 신고대상 품목은 엄격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보조사료에 비해 광고 등 표시사항이 제한돼 있는 반면 이와 동일한 원료를 사용한 사료의 경우 표시사항 기재범위가 더 넓어 동물약품업체의 상대적 불만이 존재하고 있다. 관련 민원이 다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물약품의 범위 및 지정 등에 관한 규정의 문구 조정을 통해 동물약품의 효능·효과 기재범위 확대도 시급하다.

 

- 이 외에 동물약품산업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현안은.

고병원성 해외 유입 병인체에 대한 소독약품 효력시험 절차 개선도 시급하다. 

정부는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은 해외악성전염병 소독제 효력시험의 국내 시험을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질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불가한데다, 해외 시험에 대한 업계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동약업체들은 ASF 등 신규 질병 발생 시마다 바이러스별 소독제 효력시험을 해외 시험기관과 BL3 시설에 의뢰·실시해 경비 증가 및 시간 지연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른 총 경비만 해도 수억~수백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대부분의 시험이 한 곳으로 몰리다 보니 많은 기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큰 만큼 관련 규정 개정과 함께 국가 보유의 BL3시설을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 주요국가의 경우 대체 바이러스를 선정해 소독제 효력시험에 적용하고 있는 점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동물약품산업의 다른 기회 요인은 반려동물시장이다. 반려동물약품이 전 세계적 동물약품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등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이다. 

이같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선 국가별 맞춤 제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만큼 코로나19로 인해 부진했던 해외수출시장 개척사업과 수출지원 사업을 정상화해, 속도를 내고 있는 국내 동물약품 수출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