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 큰오리농장

“일일 음수량 정확히 측정하면 질병 사전예방”

5년 여 동안 AI 발생 안해
기본에 충실한 것 성공비결
농장 부분적으로 시설 개선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 창출

질병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
철저한 차단 방역 출입금지
축사 따뜻하면 면역력 상승
난방비 절대 아끼지 말아야

‘무조건 따르라’는 정부정책
오리농가 설자리 첨차 잃어
겨울철 사육제한은 무리수
합리적 상생 정책전환 필요

 

 

큰오리농장 전경.
큰오리농장 전경.

 

★김광배 대표가 말하는 성공비결

 

 

  • 음수계량기로 일일음수량을 알아내 질병을 감지한다.
  • 환기휀 위치를 수시로 바꿀 수 있게 설치한다.
  • 농장주 말고는 오리와의 접점을 최소화한다.
  • 겨울철에는 ‘난방비’를 아끼지 않는다.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여름오리는 사육이 어렵다. 출하중량이 3.6kg이라고 하면 다들 믿지 못한다.

큰오리농장은 여름철 출하중량이 3.8kg을 넘을 때도 있다. 전국 오리농장 중 단연 눈에 띈다. 비결은 ‘음수량 체크’다. 큰오리농장은 오리가 섭취하는 일일음수량을 정확히 측정해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일일음수량이 몸무게의 30%보다 덜하거나 넘치면 이상신호로 판단한다. 

특히 질병이 의심되면 음수량이 확 떨어져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충분한 난방으로 축사를 데워 면역력을 높였다. 큰오리농장은 지난 5년 6개월간 단 한 차례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았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오리에 최적화된 사육법이다.

 

# ‘퓨전현대화시설’로 생산성 UP

현대화시설을 거부하는 오리농장은 없다. 여건이 허락지 않을 뿐이다. 

수십 억 원에 달하는 현대화시설 비용을 마련할 수 없는데다, 앞으로 거둘 기대수익도 확실치 않다. 큰오리농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큰오리농장은 ‘퓨전현대화시설’로 현대화시설 못지않은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다. 

농장을 부분적 현대화시설로 개선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거두는 전략적 운영이다. 

우선 축사 출입문과 천장은 비닐재질이 아닌 현대화시설에 준한 설비다. 튼튼한 철골구조에 외부와 완벽히 분리할 수 있어 차단방역이 가능하다. 

환기휀도 위치를 수시로 바꿀 수 있게 설치했다. 대부분의 오리농가들이 환기휀을 높이 설치해 고정시키는 것과는 달리 휀을 낮게 설치해 시원한 바람이 축사 내부에 곧바로 유입된다.  계절에 따라 탄력적으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음수계량기 활용은 큰오리농장의 핵심이다. 음수계량기로 오리가 하루에 섭취하는 음수량을 알아내 질병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과 연동되면서 실시간으로 음수량을 확인해 빠른 조치와 대응을 취할 수 있다.

김광배 큰오리농장 대표는 “음수량은 모든 것을 알아낼 정도로 오차 없이 정확하다”며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음수계량기를 조금만 손봐도 질병은 물론 생산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수량 체크가 정답은 아니지만 오리농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며 “관건은 본인의 사육방법을 농장 환경에 적용해 최대한 효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2009년 고병원성 AI로 직격탄 

김광배 큰오리농장 대표는 2003년부터 경기도 안성에서 오리농장을 운영했다.

그가 오리사육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경기도에 소재한 오리농가들은 200여 농가가 넘었다. 웰빙트렌드를 타고 오리고기가 대박을 치며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오리농가들이 귀한 대접을 받던 그야말로 오리산업의 황금기라 불리던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랬던 오리고기 열풍은 2009년 고병원성 AI로 직격탄을 맞으며, 오리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김광배 대표에게도 2009년은 악몽이었다.

1년 가까이 농장은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다시피 했고, 언론에서는 고병원성 AI의 주범으로 오리가 도배됐다. 아침에 눈뜨면 오리계열사와 오리농가들이 줄줄이 폐업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번 떨어진 오리고기의 위상을 회복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현재 경기도 소재 오리농가는 30여 곳 남짓이다. 그것도 안성을 제하면 경기도에서 오리농가는 눈 씻고 찾아도 보기 어려울 정도다.

   

# ‘난방비’ 아끼지 말자

김광배 대표는 고병원성 AI로부터 피해를 예방하려면 오리농가들이 솔선수범해 강도 높은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호흡기질병인 고병원성 AI를 완벽히 방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안일한 방역태도가 AI가 확산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라며 “철저한 차단방역과 함께 농장 안에서도 이동을 줄이고, 왕겨도 한 번에 살포하는 등 농장주 말고는 오리와의 접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는 겨울철에는 ‘난방비’를 절대 아끼지 말 것을 강조했다.

오리도 사람과 똑같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축사가 따뜻하면 면역력이 올라가 질병에 견디는 힘이 강해질 뿐만 아니라 사육일수도 줄어 조기출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큰오리농장은 겨울철 한 달 난방비가 300만 원이다. 올해는 기름 값이 올라 난방비가 700만 원 이상으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난방비를 줄일 계획은 없다.

김광배 대표는 “사육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겨울에는 난방비를 아끼지 말고 오리가 따뜻하고 강건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물론 몇 백만 원씩 소모되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오리를 생산하려면 출혈 감수는 어쩔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것은 다른 지자체들은 오리농가에게 난방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경기도만 유독 난방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며 “경기도가 오리농가를 위한 지원정책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 겨울철 사육제한 동의 못해

김광배 대표는 한국오리협회 경기도지회장이기도 하다. 

오리산업의 기나긴 불황속에서도 견뎌온 오리농가들이 매년 줄어드는 것을 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할 지경이라고 심경을 표현했다. 특히 오리사육을 지속하기 위해선 무조건 따라야하는 축산정책이 오리농가들의 설자리를 사라지게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광배 대표는 “고병원성 AI를 대비한다고 강제로 사육을 금지하는 겨울철 사육제한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정책”이라며 “지난 수년간 오리산업 종사자들은 농식품부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복지부동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겨울철 사육제한 시행 후 지난 몇 년간 고병원성 AI가 근절되지도 않았다”라며 “오리농가들이 사육시설을 개선하고 방역의식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만, 생존권을 고려하지 않는 겨울철 사육제한에는 여전히 동의할 수 없다”고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이제 오리농가들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겨울철 사육제한은 사라져야 한다”며 “생업을 지속할 수 있는 합리적이면서 상생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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