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인 주인의식 발휘하면 위기도 기회로 바꿀 수 있어요

 
모두들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업계의 숙원 과제 ‘음식점 식육 원산지 표시제’의 입법화를 실현시킨 남호경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지난해 12월 법안 통과 직후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철학적 의지와 열망이라면 어떤 어려운 일도 해결해 낼 수 있다. 이번 법안 통과가 마지막이 아니라 첫단추를 끼우는 출발 선상이다”라고.
자신의 말을 반증이라도 하듯 남 회장은 또다시 축산업계의 7대 현안을 해결 과제로 내걸고 최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남 회장은 이를 “축산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라고 역설한다.
무슨 일이든 해내고야 만다는 남회장의 강력한 추진력 탓에 축산업계의 기대와 바람이 그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 회장은 자신에게 부여된 막중한 책임과 업계의 기대를 묻는 질문에 “부담이라기보다는 농민과 산업을 위해 일한다는 것에 오히려 가슴뿌듯하다”면서 “산업을 위한 열정으로 주어진 현안을 해결하는 데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가 돼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8월 한미 FTA협상 즉각 중단을 비롯한 7가지 축산현안 해결을 과제로 천명하고 전국 권역별 결의대회 개최 등 축산단체들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꼽는다면.

▲업계 전체의 지도자들이 모두 참여하길 희망했지만 기대 보다 참여가 확산되지 못했다.
하지만 품목별 단체장들이 주축이 되어 농가를 결집시키고 쌀에 치우쳐진 한미 FTA 개방의 피해가 축산업에 지대하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널리 알린점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마지막에 추가된 수입관세의 일부분을 축산업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축산물 수입관세의 목적세화’와 관련해서는 농림부 장관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하는 등의 성과도 거뒀다. 무엇보다 생산자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입안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끈질긴 노력을 기울이면서 하나하나를 우리에게 유리할 수 있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 대책논의와 각종 토론에 사실상 불응하고 있다. 배경은 무엇인가.

▲개방화가 시대적 조류이고 흐름인 것을 축산인들도 모를 리 없다. 공산품 수출이 획기적으로 확대된다면 어느나라와의 FTA 협상도 체결할 수 있다. 다만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축산업계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이후에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6월로 협상 시기를 못박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의 개방화와 급조된 대책은 절대 산업을 안정화 시킬 수 없다는 것이 축단협의 기본 입장이다.
2001년부터 쌀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쇠고기 41%, 돼지 25%라는 관세만 두고 우리는 발가벗겨진체 내동댕이쳐졌다. 하지만 우리는 용케도 살아남았다. 결단코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와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축산물 생산액이 지난해 11조 7672억원으로 전체 농림생산액의 32.4%를 차지할 정도로 성정했지만 우리는 산업의 현장에서 언제 내몰리게 될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최소한 살아남기 위한 안전 장치는 마련해 놓고 협상에 임해야 하지 않은가.

― 7가지 축산 현안 가운데 농지법 개정문제와 도축세 폐지 문제, 식품안전처 신설 등은 축산업계와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진 업계의 반대로 현안 해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결 방안이 있나.

▲농지법 개정 문제에 대한 경종농가들의 반대가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는 데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축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유, 돼지고기, 쇠고기 모두 쌀과 같은 식량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아울러 농지내 축사진입 허용에 따른 문제점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축산을 마치 환경파괴범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오히려 축산업과 경종농업이 함께하는 자연순환농업으로 윈-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적극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힘을 쏟겠다.
도축세는 전체 규모가 04년 기준 약 440억원으로 전체 지방세수의 0.13%에 불과 하는 등 폐지된다 해도 영향은 미미하다. 다만 시군단위의 지방세인 것을 감안, 도축세를 환경부담금 등으로 전환하여 징수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식품안전처 신설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축산물 위생 업무 및 가축방역을 담당하는 수의조직이 있는 농림부에서 담당해야 하는 당위성을 적극 천명, 업무의 특성을 무시한 체 단순 행정적 통합을 목적으로 신설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면밀한 검토를 요구할 것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의 위상과 책임이 최근 크게 부각되면서 남호경 회장에 대한 업계의 요구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부담감은 없나.

▲축단협 회장은 인기에 영합하는 자리도 아니고 또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정치적인 자리도 아니다. 한두달 올인 한다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산업을 위해 열정을 쏟아 시급한 현안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안이 생기면 자나깨나 해결에 골몰할 뿐이다.
때문에 업계의 기대는 부담이 되기보다는 농민들과 함께 또 농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해 보람되고 가슴 뿌듯하다.

―축산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다 보니 지나치게 앞서간다 또는 너무 독주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앞서 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실효성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업계의 현실은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간다. 주어진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가 생각하는 건 오로지 산업을 위한 것이다. 느슨하게 또 느리게 가다가는 우리 산업을 지켜낼 수 없다.
특히 정책 입안이나 대책에 대해 각 축종별 생산자단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보다 발빠르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화의 창구는 언제나 열려있다. 지역 축협은 물론 농민단체, 학계 등과 산업을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과 행보가 궁금하다.

▲앞서 천명한 축산현안 7대 과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생산자단체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협동조합을 포함하여 학계와 범축산인들이 하나되는 모습으로 협력을 다지고 이의 해결에 더욱 가속도를 기울여 나가겠다.
이를 통해 최근 농업의 주축을 담당하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축산업의 발전을 앞당겨 농업을 책임지고 대표하는 생명산업으로 바뀌어가는 데 힘을 보태 나갈 것이다.

―끝으로 축산농가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2001년 축산물 시장 전면 개방이 이뤄지던 시기 우리는 모두 다 죽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용케도 끈기있게 살아남았다. 이는 우리산업은 우리가 지키면 된다는 참여의식과 함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안겨주었다. 앞으로도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지만 지금과 같은 각오로 주인의식을 발휘한다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정당한 요구는 결코 외면받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하는 일에 대한 격려와 질책을 당부드린다.
위기의 축산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다짐한다.
글-옥미영, 사진-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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