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지금 축산농가들은 어려운 경제 사정을 고스란히 떠안고 생산비 증가로 힘겨워하고 있다. 
한우농가의 경우, 가축시장에서 400~500만원에 구입한 송아지를 출하 시기까지 육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450만원을 홋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900만원 이상의 가격을 받아야 그마나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금리인상 부담 가중


양돈농가는 배합사료가격이 지난 한해에만 kg당 평균 150원이 인상돼 지육가격으로 환산하면 kg당 700원이 더 들어간다고 대한한돈협회는 이야기한다. 여기에 인건비와 가축분뇨 처리비용을 합하면 두자릿수 인상률이다. 
올들어 이미 kg당 100원 안팎으로 사료가격이 오른 데다 가격 인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더 오를 전망이다. 가금 역시 사료비, 인건비, 운송비 등 각종 제반 비용이 30~40%가량 올랐지만 정부의 물가안정관리 대상에 포함돼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정작 축산농가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큰 폭으로 오른 ‘금리’다. 현대화사업, 무허가 적법화 등 축사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융자받은 농가일수록 갑자기 갚아야 할 이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농가의 하소연은 자신들이 경영을 잘못한 실수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농가들은 억울하다. 국가의 금융 정책 등으로 이전에 갚아나갔던 액수가 30% 이상 더 올랐기 때문이다. 
축산물의 가격은 농가가 인위적으로 올린 것이 아니다. 또 가격 등락을 조정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농축산물의 구조다. 외식업계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원재료인 생축의 가격 인상이 아니라 점포를 운영하는 데 드는 각종 인건비와 자재비용의 상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물가안정 대책의 초점을 농축산물에 맞춰 인위적 공급 확대에 뒀다. 그리고 그 중심이 바로 축산물의 무관세 수입이다. 
전문가들이 물가상승률 6% 중 축산물의 기여도가 0.35%에 불과하고, 물류비와 인건비가 지속 상승하는 가운데 이번 조치는 최종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관세 수입은 단행됐다. 
전문가들의 의문 제기를 깔아뭉개고 이번 외국산 축산물의 무관세 수입은 지금 정부가 농축산업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민생 운운하며 외국산 축산물을 무관세로 수입할 경우, 소비자의 실질적 이익보다 축산물 수입·유통업자들의 이권을 챙겨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산자단체들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돼지고기 5만톤, 소고기 10만톤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는 중이다. 돼지고기의 경우 계획대로 모두 수입하게 되면 외국산의 비중이 9%에서 20%로 상승할 것이고, 소고기의 경우, 현재 한우농가들이 감축에 힘쓰고 있는 암소 5만마리 분량의 8배에 가까운 외국산 소고기가 대한해협을 건너올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대형유통업체들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격려하면서 지속적인 할인행사를 통해 축산물 가격안정에 기여해 달라고 사정(?)했다. 

 

하나로 뭉치는 기회


그것도 모자라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이마트 세종점을 찾아 캐나다산 돼지고기 판매 상황을 점검하면서 “민생안정을 위해 농축수산물, 식품 등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술 더 떠서 격려까지 했다. 
대형유통업체들은 신났다. 물가상승과 관계없이 유통업체들은 그동안 수시로 미끼상품 판매라는 마케팅을 시도하면서 입점업체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가중시켜왔다. 
소비자들에게 축산물을 한정적으로 대폭 할인하는 세일기간을 설정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할인된 축산물을 구입하러 매장을 찾게 만드는 마케팅이다. 그로 인한 모든 피해는 국내 축산농가라는 사실을 농식품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양돈업계는 지금과 같은 사료가격 인상 등 생산비 부담이 증가하면 하반기 이후엔 양돈농가의 30%는 도산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축산단체들은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사료비용 부담을 낮출 방안을 찾지도, 과도한 유통마진이 발생하지 않는지 농식품부가 면밀히 점검해야 하는데, 가장 편안하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축산업이 재난 상황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지난 1일 농식품부의 EU산 동물·축산물 수입위생조건 고시 일부개정안 행정예고를 함으로써 현실임을 입증했다. 
이로써 EU의 어느 국가든 AI·ASF가 발생해도 그 지역을 제외한 비발생지역에서는 국내 수입이 가능하게 됐다. 이젠 해외 악성가축전염병을 이유로 수입 중단을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완전 개방 선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축산업계가 총궐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축종 이기주의를 버리고, 정부의 축산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희생만 강요하는 빗나간 축정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축산업 너나할 것 없이 뭉쳐서 생존 방식을 모색하는 단합된 힘을 보이는 것이 바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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