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낙농현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낙농 산업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가 쉽게 걷힐 기미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사료 가격 인상에 따른 경영비 부담에 지난해부터 조사료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품질 저하로 인한 생산량 감소까지. 지역을 막론하고 상황은 비슷하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제도개선에 대한 투쟁과 시작도 하지 못한 원유가격 협상 등으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충청북도의 한 낙농가는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암송아지를 시장에 내놓았다가 다시 거둬들였다고 했다. 
보통의 낙농가들은 숫송아지는 초유 떼기나 분유 떼기 단계에서 판매하지만, 암송아지는 후보 소로 키워 원유 생산에 가담시켰다. 
그 때문에 확률적으로 50:50의 비율로 암송아지와 숫송아지가 태어난다고 하지만, 암송아지가 더 태어나길 바라는 게 낙농가들의 심리였다. 
낙농가에서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면에서 암송아지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심심치 않게 암송아지를 내보내는 농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나 아직 축사면적에 여유가 있고 쿼터를 넘겨 생산하지도 않으면서 송아지를 내보낸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집유주체들이 감산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비가 계속 증가하자 비용을 낮춰보려고 사육 규모를 조절하는 농가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충북도의 이 농가도 그러한 이유에서 송아지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암송아지 한 마리에 고작 30여만 원밖에 줄 수 없다는 중개인의 말에 다시 품었다고 했다. 그는 마음 가는 대로 결정했지만, 고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낙농 산업의 특성상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줄줄이 송아지가 태어날 텐데 현실이 가혹하다고 해서 다 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1세대 낙농인들의 사정은 다 비슷비슷하다. 후계가 있는 농가들은 시름이 더 깊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들이 이구동성 하는 말은 “더 어려웠던 시절도 겪어봤지만, 그때는 맨몸으로 부딪혀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이다. 
도입우부터 시작한 1세대들은 제대로 된 사료가 없어 풀을 베어다 먹이고 착유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양동이에 손으로 젖을 짜 집유차 집결지까지 실어 나르는 고생을 했지만, 그때는 그래도 산업이 커가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한다는 보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나서 산업 자체를 축소한다고 하니 무리해서 목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거나 섣부르게 투자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산업이 축소된다는 우려에서 예전만치 원활한 거래도 이뤄지지 않아 매각한다고 해도 제값 받기가 쉽지 않다. 
이런 농가들의 심리는 기준원유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기준원유가격은 지난해보다 리터당 20만 원 이상 떨어졌다. 그나마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그 가격이라도 형성된 것이지 계속해서 상황이 이어지면 더한 가격하락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점쳐지고 있다. 
여의도에서 이어지고 있는 낙농가들의 투쟁에 촉각이 곤두서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존권을 건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 전국 낙농가들의 관심과 성원이 쏠리고 있다. 지금의 여의도 투쟁기지는 낙농가들이 의지하고 정부와 유업계에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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