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심심치 않게 들리던 ‘한류’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는 거의 일상적으로 들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에이, 정말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실제 현장에 가서 확인되면 왠지 으쓱해지거나, 저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의심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새벽까지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놀랐다거나, 분실물을 그냥 주워가지 않는 시민의식을 높이 평가할 때마다 의아한 것은 이쪽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만 우리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아니면 국내에서의 상황을 보면 한심하고 어이가 없어서 외국인들이 정작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지 못해서 일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너무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에서부터 갑작스럽게 발전해서 그 발전의 주역이었던 우리들조차 우리의 능력치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차곡차곡 쌓여진 노력들이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진 것처럼 얼떨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린 하염없이 소극적이고 조심스럽다. 이 유명세가 구름처럼 언제든 사라질 것이 먼저 두렵다.
우리가 우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들떠있다가 저 밑바닥으로 푹 꺼지는 것은 아닐까. 저들이 우리를 조금 인정해주는 것을 마치 떠받쳐주는 것처럼 너무 과도하게 오버하는 것은 아닐까.
전세계의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공항에 가면 그 나라의 파워를 대번에 알 수 있다고 한다. 왤까? 입국 수속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력의 차이에서 오는 편견, 인종에 대한 편견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한껏 갖게 해주는 훌륭한 브랜드다.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는 갈수록 폭발적으로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체코의 입국장은 한국인만의 전용 공간이 생겼다고 한다. 남들 몇 시간 수속받는 동안 십여 분이면 입국장을 빠져나간다고 하니 어깨가 으쓱 거릴 만도 하다. 
두 달 전, 영국에 갔을 때(이곳에 자동 입국수속 기계가 비치되어 있지만 그날은 사람이 많아서 대면 입국 수속을 밟았다) 입국 수속장에서 대한민국 여권을 본 영국 공무원은 “캔 유 스피크 잉글리쉬?”라고 하지 않고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 
동네 슈퍼엔 삼겹살이 있고, 한국 라면이 진열되어 있다. 삼겹살이 먹고 싶어 베이컨을 사다가 물에 불려 짠맛을 빼고 구워 먹거나 1시간이 넘게 운전해 한국 식료품을 찾던 일이 엊그제다.  
런던의 변두리에 삼성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타운이 조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차이나타운이나 재패니스타운에 비하면 보잘 것 없던 그곳도 이제는 제법 현지인들에게도 알려졌다. 
영국인 2명이 한국 음식을 현지인들에게 소개하는 유튜브 ‘영국남자’는 꽤 유명세를 타고 6~7년째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먹었던 ‘00토스트’를 재현하기 위해 한국의 식빵을 수입하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의 공유물


또 한국 분식집의 다양한 음식-튀김, 김밥, 떡볶기 등-을 영국인들에게 소개한다며 버젓이 분식집을 차렸다. 그 식당은 런던에서 꽤 유명하다고 한다. 
한우고기는 또 어떤가. 한우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맛본 외국인들은 누구나 “원더플”이다. 
지방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꺼리던 사람들도 지방이 불에 달궈지며 고기에 스며드는 모습과 눈에 보이는 만큼 느끼하지 않다고 엄지척이다. 
지금 한류는 외국인들에게 뭔가 색다른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차별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또 낯섦이 아니라 새로움이라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코리아의 ‘케이’로 대변되는 지금 이 한류는 음악에서 불이 당겨져 영화로 드라마로, 한식으로, 패션으로, 화장으로, 한국 내의 일상이 이미지로 굳어지는 중이다. 로컬의 글로벌화다. 
지금 우리의 확장성은 정점이 아니다. 
그 옛날 꿈꾸던 꿈, 그러나 꺽였던 꿈, 이제까지 펼쳐보지 못했던 웅장한 꿈을 꾸어야 할 시점이다. 
한류는 누가 해준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해왔고 우리가 하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이 또 해나가야 할 목표다.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학장을 역임했던 세계의 석학 조셉 나이 교수는 한국을 분석하면서 “한국은 세계를 더 깜짝 놀라게 할 나라”라고 했다. 
한국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했고, 결코 환경에 지배되지 않는 민족이라고 했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 이콴유는 “한 나라의 지도자는 국민에게 그들의 미래에 관한 비전을 그려 보여주고, 그 비전을 사람들이 지지할 만하다고 여기도록 설득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바꾸어내며, 정책을 실시할 때 사람들이 이를 돕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조셉 나이 교수가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인들은 지도자가 그와 반대되는 행위를 했을 때,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한류는 보통의 한국인들이 모여 만들어낸 것들이다. 
누군가의 특정 부류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국민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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