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고 동시개화 없어
평균 같으면 대풍작 당연
꿀벌집단실종 봉군 궤멸
생명줄 잠시 이어졌을 뿐
장기적 대책이 시급한 때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올해 벌꿀 작황은 ‘풍년’이라는 전망이 섣부르다는 양봉농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평년 수준의 채밀이 예측돼 연이은 흉작을 벗어났다고는 하나 많은 양봉농가들이 벌꿀 생산을 전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봉군이 줄어 전체 벌꿀 생산량이 감소했다는 거다.
윤화현 양봉협회장은 “농번기인 5월에 꿀을 한 번도 채밀하지 못한 농가들이 많다”며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꿀벌이 대규모로 실종되면서 채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가 불어온 꿀벌집단실종으로 말미암아 봉군이 궤멸하고,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민관합동 현장 실태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나타났다.
남부, 중부, 북부 3개 권역, 15개 지점으로 나눠 진행된 현장 실태조사에서 표본농가들의 꿀 생산량은 지난해에 비해 늘었지만 예측 생산량에는 한참 못 미치는 부족한 결과였다.
더구나 지난해와는 달리 5월에 강한 비바람이 없었고, 동시개화 현상도 없었다.
반면,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풍·흉을 가늠하는 중부지역에서 꿀이 생산된 것을 보면 올해 벌꿀 작황은 풍년”이라고 결론 냈다. 풍작의 요건 중 하나인 이동양봉 농가들이 4번 이상 채밀했고, 한 봉군당 50kg의 벌꿀을 생산한데다, 현장 실태조사에 협조한 농가들의 꿀 생산량이 비교적 괜찮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강원도 철원의 한 양봉농가는 “작황이 괜찮았던 것은 맞지만 요즘 같은 날씨엔 대풍작이 당연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꿀벌들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꿀벌이 강건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태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표본농가들이 현 양봉농가 전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변 양봉농가 중 올해 채밀을 포기한 농가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
경남 창녕의 한 양봉농가는 “지금 작황은 2년 연속된 흉작에 비해 꿀 생산량이 많다는 것이지 풍작이라고 낙관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며 정부의 결론이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끊어질 뻔한 생명줄이 잠시 이어진 것에 불과하다”며 “농업에 없어서는 안 될 꿀벌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구성원 전체의 협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봉협회 관계자 역시 “지난해와 같은 흉작은 아니지만 많은 양봉농가들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꿀벌집단실종으로 20% 이상의 꿀벌이 사라졌고, 벌통에 건강한 꿀벌이 부족해 꿀 생산량 급감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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