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 불신 해소에 최대 역점두고 최선

 
허상만 장관은 지난 15일 농림부 회의실에서 연두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농정 방향과 계획, 쌀 재협상, FTA협상 등 농업통상 문제 등 농정현안 문제들에 대한 대처 및 전략과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허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올해는 새로운 농정이 시작되는 원년”이라고 전제하고 “무엇보다 열린 농정을 모토로 농업인, 지자체와 호흡을 같이하며 사업을 펼쳐나가겠다”는 평소의 지론을 펼쳐 보였다. 또 “농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고 철저하게 농업·농촌의 현실 상황을 파악하고 직시한 가운데 각종 시책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간담회에서 허 장관과 농업 전문기자단이 주고받은 일문일답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편집자)

―올해 농정추진의 기본 방향과 함께 가장 역점이 두어져 있는 부문은 무엇입니까.
▲올해는 새로운 농정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를 다지는 데 역점을 둘 겁니다. 현재 `농업·농촌 종합 대책'이 최종 마무리 단계이고 이를 뒷받침할 119조원의 중장기 투융자계획은 이미 발표된바 있습니다.
이번 대책은 우리 농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규모화한 전업농을 적극 육성해 나가는 대신 고령·영세농에 대해서는 생활안정대책을 펴 나갈 것입니다.
농촌에 살더라도 교육과 의료, 기초생활 걱정을 안 해도 될 만큼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농민들의 반대에도 정부가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 비준을 국회에 촉구하고 농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개방을 안 해도 우리가 생존할 수 있다면 마땅히 반대하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칠레가 속한 중남미 시장과 우리나라와의 교역 규모가 크다고 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의 무역흑자 규모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또 칠레가 농산물 수출국 모임의 일원이긴 하나 수출 규모는 15억6000만 달러로 세계 농산물 수출액 비중의 0.6%~0.7%에 불과, 농업강국이라고 하기는 곤란합니다. 칠레가 경쟁력을 갖춘 품목은 사과·배·포도에 국한되며 곡물류는 수입, 축산물은 수출여력이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과와 배는 협상대상에서 제외됐고 포도는 10년에 걸쳐 관세를 낮추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농업인들과 관련단체들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FTA 비준을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FTA체결과 DDA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DDA농업협상은 다자간 협상으로 전세계 148개 회원국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며 FTA는 당사국에만 적용되는 배타적인 협상으로 WTO에서도 `최혜국대우 원칙'의 예외로 적용받고 있습니다. 칠레도 개발도상국이며 멕시코·태국 등 다른 개발도상국도 FTA를 많이 체결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미 발표한 FTA지원대책만으로 칠레산 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주요 품목을 관세철폐대상에서 제외하거나 DDA협상 이후로 연기, 관세철폐가 5~16년동안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또 칠레 농산물의 경우 장거리 수송이라는 점과 수출 품종 차이 등의 약점이 있는 만큼 정부가 마련한 지원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농가 노력이 더해지면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추가로 진행되는 FTA협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기적으로 우리 산업에 크게 충격이 없는 일본·싱가포르와 올해 협상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중국·미국 등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쌀 재협상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협상의 객관적 기준을 제공할 DDA 농업협상이 지연되고 있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또 관세화 유예를 받기 위해서는 의무수입량을 늘리도록 돼 있어 신중한 판단과 협상노력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우리 쌀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119조원의 투융자계획과 관련, 올해 투·융자사업 규모는 지난해 농림부 예산이 8조8000억원이라는 점과 연간 예산증가율을 감안할 경우 많은 게 아니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는 예산과 투융자 사업과의 관계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투융자 사업비는 예산과 기금에서 지원하는 보조·융자금은 포함하되 채무상환·적자보전 등 경직성 경비와 영농자금 등 회전성 단기자금은 제외됩니다. 따라서 예산 전액을 투융자 사업비로 볼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농림부 예산은 8조8000억원이며 농진청·산림청 예산을 포함할 경우 10조원 규모이나 이중 투융자 사업비는 5조5000억원입니다. 기금을 포함할 경우 총 투융자 사업비는 7조7000억원입니다.
그러나 이번 투융자계획은 앞으로 10년 동안 현재보다 42조원이 추가로 지원되는 규모이며 지난 1992~2002년 동안 투·융자된 정부 지원분 62조원의 약 2배 수준입니다.
―이번 대규모 투자가 또 다시 농가부채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우려의 소리도 있는데요….
▲이번 투융자 사업은 지난 농정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기초로 투융자 우선 순위와 지원방식을 대폭 개선할 것입니다. 앞으로 투·융자는 보조중심으로 특히 직접지불금 등 재정에서 직접 농가에 보조하는 방식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융자 지원시에도 경영능력이나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엄격히 심사해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경영 컨설팅도 함께 실시해 부채 발생을 최소화할 것입니다.
재해 등으로 일시적 경영위기에 빠진 농가의 조기 회생을 위해 올해부터 연간 2000억원 규모의 경영회생제도를 상설화할 것입니다.
―가축질병 방역대책을 비롯한 올해 축정방향과 축산시책사업 계획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외국으로부터 악성 가축질병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 검역활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또 발생 초기에 이동제한·살처분·매몰 등을 신속하게 추진, 조기에 질병을 종식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 피해 농가에 대해서는 입식지연, 출하 문제 등 지원해 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입니다.
올해는 우리 축산물이 품질과 안전성 측면에서 한 단계 발전하도록 고품질 우량 축산물 브랜드를 중점 육성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량 브랜드 인증제도를 도입할 것입니다.
특히 올해를 친환경 축산으로 나가는 원년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축산분뇨 자원화를 촉진하고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새해 농축산물 유통정책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고품질·안전농산물 공급을 목표로 안전성 관리를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를 도입할 것입니다. 또 새로운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시설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전문적인 유통조직을 적극 육성하는 한편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유통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 나갈 것입니다.
―FTA비준과 연계돼 예비비로 편성된 5000억원은 앞으로 운용됩니까.
▲예비비로 편성된 예산은 상호금융·경영개선자금의 금리인하에 2037억원, 농업신용보증기금 추가 출연에 978억원, 신규 정책자금 금리인하에 396억원입니다. 그러나 국회의결이 지연되는 만큼 시행일이 늦어져 농업인들이 받는 혜택도 줄어들고 만일 비준안과 관련법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다른 예비비와 같이 재해복구비 등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농협법 개정안은 현재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의견이 분분한 신용·경제사업 분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나 방침은 가닥이 잡혀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급적 이번 16대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켰으면 합니다. 이번 개정안은 상당히 개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조합장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도록 하는 것과 조합의 상임이사 임기를 4년으로 보장, 전문경영인이 조합경영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농협중앙회도 대표이사 임기를 4년으로 보장하고 중앙회장을 비상임으로 전환하도록 했습니다. 또 각 대표이사별로 인사와 회계를 독립하도록 했으며 지도사업을 담당할 전무이사를 두도록 했습니다.
신·경 분리 문제는 결론 도출이 쉽지 않으며 분리 시 안전장치가 필요한 만큼 법개정 이후 시행일로 부터 1년 간 더 충분한 검토를 거쳐 법률을 입안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농정 최고 사령탑으로서 전국의 농업인들에게 새해 인사와 함께 나름대로의 각오를 밝혀주시는 것으로 간담회를 마무리해 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농업인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만복이 충만하시길 다시 한번 기원하며 아무쪼록 올 한해도 풍년농사를 이루시길 빌겠습니다.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적극 부응할 수 있는 농정을 펴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이 자리를 빌려 약속드리며 굳게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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