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육 견제가 목표인 하림은 기필코 재기해야 합니다

“반드시 재기할 겁니다. 기필코 재기해야만 합니다.”
지난달 12일 도계장 화재 발생 직후 회사 정상화와 도계장 복구 공사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달을 보낸 하림 김홍국 회장의 첫마디는 거침없었다.
1차 산업에 머물던 국내 육계산업을 식품산업으로 발전시킨 업계 리딩컴퍼니로서의 자존심을 반드시 회복해 내겠다는 김 회장의 자신감이 이 한마디에 모두 녹아있다.
타고난 승부근성으로 업계에선‘뚝심’으로 통하는 그이지만 직간접적 피해액만 무려 1천2백억원을 상회한 이번 화재 앞에선 김 회장도 잠시 넋이 나갔다.
그러나 김 회장은 악몽 같은 충격을 딛고 화재 직후 80만수까지 밀린 도계 처리방안과 사육비 지급 등 화재로 파생된 불똥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철거현장 직접 진두지휘
각계 위로·성금 ‘큰 힘’

“마음 아프지만 한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지난달 27일부터 철거 작업에 들어간 화재 현장 속에서 줄자를 허리에 꽂고 복구 현장의 진두 지휘에 나선 김 회장은 “상심은 깊었지만 전북도민과 각계의 지원에 큰 격려를 얻었다”고 말한다.
화재 발생 한 달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하림 본사에는 각 업계의 위로방문이 끊이질 않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의 성금이 줄지어 답지, 직원들의 사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전 임직원들은 급여의 일부까지 반납, 불철주야 회사 정상화에 매달리고 있으며 김 회장 역시 현재 살고 있는 집까지 담보로 제공하면서 복구 재원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전북도는 지역 경제의 축을 이뤄온 하림의 정상복구를 위해 도의회의 만장일치 결의를 통해 중앙 정부 보조 및 융자 지원금을 공식 요청하는 등 하림 살리기에 발벗고 나선 상태다.
그러나 전북도의 하림 지원 요청과 관련 업계내 작은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해 하림의 무리한 종계 입추로 업계가 부도상태에 처하게 됐음에도 독점력에 사로잡힌 하림 회생에 정부 지원은 무리라는 것.

소모적 논쟁 ‘아쉬움 남아’
국제 경쟁력 위해 규모화 ‘필수’

“하림의 정부 지원 반대 운운은 글로벌 시대 국내 업체끼리 소모적인 이전투구식이 될 뿐입니다. 하림의 독점설이 공공연히 불거지고 있지만 실제 육계시장 점유율은 수입육이 28%로 1위이며 그 다음이 하림으로 15%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끼리 경쟁은 무의미할 뿐, 국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아야만 합니다.”
김 회장은 90년대 하림 시장 점유율은 28%까지 차지했었으나 수입 개방 등으로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세계시장은 현재 연간 매출액이 24조원을 넘는 미국 타이슨사를 비롯 퍼듀, 골드키스트는 물론 태국 CP사 등 거대 기업 속에 우리 시장은 지극히 미미한 존재로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국내 기업의 규모화는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자금 요청은 담보 제공용 단순‘융자’
농업부문 공적 자금 제외 ‘안될 일’

김 회장은 정부 지원 요청과 관련 “상주 도계장으로 운송 과정 중 발생하는 사계 및 물류운반비용 임도계비 등 사육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한 것”이며 “도계장 재건을 위한 융자금 지원 요청은 담보를 제공하고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융자’ 일뿐 정부 지원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오일쇼크, 유럽의 경영기반 악화에 따른 자금부족 등으로 70년대 말 큰 위기를 맞았던 미국 크라이슬러사를 예를 들며 당시 미국정부는 크라이슬러의 구제안을 내놓았고 의회는 상하 양원의 합의에 의해 79년 12월 ‘크라이슬러사 융자보증 1979년 법률안’을 통과시켜 총 35억달러의 구제금을 지원, 회생시켰다며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는 회사의 재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국가의 이익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냐”고 말했다.
하림의 경우 8백여 사육농가에 연간 사육비 지급만 4백억원을 육박하고 있으며 2천2백여명의 고용창출효과, 협력업체 6백여명 등 농업 분야의 공익적 기능에 최선을 다해왔다는 것.
그는 이어 “각 업계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서 회사와 업계를 회생시키고 있는 데 반해 농업분야의 공적자금 투입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데다 업체간 소모적 논쟁으로 정부 지원조차 반대하는 풍토는 안타까운 일”일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91년까지 받은 정책자금 307억
농가 지원 금액 1259억원

김 회장은 특히 “화재로 인해 회사가 곤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받아온 정책자금이 4천억원이 넘는다거나 작금의 불황 책임은 하림에 있다는 등 근거 없는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며 “91년부터 현재까지 받은 정책자금 307억원 가운데 대부분 상환, 46억원만 남은 상태이며 오히려 학자금 지원 농가 지원금이 92년부터 지난해까지 129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하림의 닭고기 수입실적은 국내 전체 물량의 1.6∼2.0%를 차지하는 등 업체 납품을 위한 구색용에 불과하며 육계 불황의 주요 원인도 2001년 타업체의 57만수 증가 입식이 원인일 뿐 하림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도계장 재건과 관련해서도 “‘증축’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며 “단지 빠른 시일 내 원상 복구를 통해 하림천하의 상주 도계장을 당초의 계획대로 수출 전용으로 운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 회장은 “하림 목표는 업계 ‘독점’이 아닌 수입육‘견제’”라고 재차 강조하며 “수입 닭고기를 하림 닭으로 대체, 수입육 비율을 20%로 떨어뜨리고 하림의 시장 점유율을 마지노선 23%로 끌어올리는 등 국내 육계산업의 리딩 컴퍼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옥미영 omy@chukkyung.co.kr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