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방역본부 소속 방역사, 도축검사원, 예찰원이 전면파업을 선언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방역현장 최일선을 지키던 이들이 축산현장을 벗어나 투쟁의 현장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몇 해 전 도축장 내에 근무하는 도축검사원을 동행 취재하기 위해 경기도에 소재한 모 도축장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적잖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5층에 있다는 사무실을 찾아가기 위해 올라탄 엘리베이터 안내판에는 그 어디에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란 글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검사원을 만나 들어보니 자신들은 축산위생연구소 내에 더부살이하고 있기 때문에 기관 사무실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좁은 책상에 놓인 의자 네 개가 도축검사원들의 자리였고 이마저도 본래 세 개의 책상에 네 명이 의자를 놓고 사용하는 처지였다.
그들이 더부살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본질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가축위생방역본부 소속의 직원이지만, 실제 급여 구조는 국비 60%, 지자체 40%로 구성되어있고 그 때문에 지자체 소속 검사관이 현장에서는 직속 상관격이다. 본부 규정에도 검사관의 지시사항을 거부하는 등의 통보가 있을 시에는 인사규정에 따라 조치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있어 소속기관이 아예 다르지만, 이들에게 검사관의 입김은 절대적이다.
부당할지라도 이를 표출하거나 내색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에 대한 개선을 수년째 요구했지만, 본부는 예산 태부족 등을 이유로 이를 묵살했다. 방역사들의 환경은 더욱더 열악하다. 방역사들의 주요업무는 축산농가 방역 실태점검 및 가축전염병 진단을 위한 시료 채취다. 의사환축 발생 시 차단방역을 위해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초동방역 임무도 담당한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특별지침이 내려오거나 지자체의 협조에 의한 업무도 추가된다. 한 방역사는 “ASF출하전 검사는 이제 평시 업무가 되었고 동절기대비 가금 점검, 질병등급제, 식용란선별포장업등 중복 점검이 대다수”라면서 과중한 업무부담을 토로하면서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가축방역업무는 2인 1조가 기본이나 2021년 통계를 보면 10%가 단수 업무를 수행했고 가축전염병 발생시 인력 부족으로 인해 초동방역 역시 26.8%를 단수근무 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과 매년 겨울철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업무량은 폭증했지만, 현장 방역 및 예찰 업무 인력은 단 한 명도 충원되지 않았다. 모든 업무를 기존 인력들이 떠안아서 하는 실정이다. 더욱더 충격적인 건 이들 전체가 다 무기계약직 신분이라는 것이다. 1274명 정원에 1219명이 무기계약직의 형태로 고용되어있다. 이 같은 이유로 숙련된 방역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에 방역본부 노조는 10년여 만에 첫 투쟁에 나섰고 중앙정부의 대응은 처참했다. 
농식품부는 이들의 파업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1800여 명의 대체인력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해 업무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방역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가축 방역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방역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 방역본부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기본적인 것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것은 무례한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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