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방역 최전선 `이상무'

 
소부루세라의 발생으로 소 사육농가가 초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축산당국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동안 특별방역대책추진기간으로 정하고 구제역 재발 방지를 위한 소독점검등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축산물의 소비대책 및 안전성 홍보 등 어느 한가지도 원활히 풀리지 않는 축산 여건에서 축산농가에게 양축의지를 북돋아주기 위해서는 가축의 질병문제만이라도 수월하게 극복하여야한다는 소명의식에서 일까. 올해만큼은 구제역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매주 하루를 소독의 날로 정하여 축사 등에 일제 소독을 통해 구제역을 차단하겠다는 다부진 면이 엿보였다.
지난 14일 4월들어 두 번째 맞는 제 9차 '‘일제소독의 날’ 하루동안 충남도내 각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소독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출장중인 도청 축산과 수의계 임승범씨와의 동행취재에서의 결론이다.
이날 충남도에서는 관계공무원 30여명이 15개시군 소독현장에서 소독약의 공급과 보관량 파악 및 소독실태등을 점검했다. 각 지역의 축협 및 낙협을 비롯 양돈협회등 유관단체의 자체 방역작업과 부업축산농가를 전담하는 공동방역단 1천1백38개에서 모두 4천여명이 동원, 따뜻한 날씨 등으로 우려되는 구제역 재발방지를 위한 소독작업에 비지땀을 흘렸다.
기자가 충남 홍성지역을 점검하는 공무원을 선택한데는 과거 2000년 구제역이 발병했던 병력도 있지만 그 보다도 이 지역이 충남은 물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축산군(郡)이라는 점 때문이다. 예컨대 이 지역 돼지사육 규모가 충북도의 사육두수를 앞지르고 있는데서 축산세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지난 4월 14일 새벽 4시경 충남 홍성군 광천읍소재 홍성축협의 광천가축시장.
충남지역의 대표적 가축시장(3천여평)인 이곳에는 이미 한우 1백여두가 출장, 중개인을 통해 거래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장보다 출장두수도 줄었고 가격도 kg당 6천5백원 안팎의 시세인데도 거래가 쉽지 않다는 이날 가축시황을 설명하며 소독 점검에 응하는 홍성축협 조성덕계장은 “구제역 등 악성 가축질병 예방에 우리 조합은 조합장님(이대영)을 비롯 전직원이 우선과제로 삼아 재발방지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은 매일 직원 2명을 차출, 확보된 방역차량으로 조합원 양축농가의 축사와 가축에 대해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
특히 가축시장이 개장되는 날에는 전날부터 가축시장 내와 주변에 대해 전체 소독을 하고 가축시장 출입구에 시설한 자동 소독조를 통해 모든 가축과 차량을 빈틈없이 소독하고 있다고.
가축시장 개장일을 전후하여 자동소독조 등이 소비하는 소독약이 무려 1000ℓ에 이르고 있는데서 축협이 제대로 소독하고 있음을 반증했다.
아침 6시경 거래된 한우를 싣고 가축시장을 떠나는 충남 0000번의 트럭운전사 김모씨(42)는 차량소독으로 불편한 점(세차 등)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구제역이 예방된다면 좋은 일 아니냐며 축협직원의 노고를 감사해한다.
6시30분경 가축시장을 뒤로하고 해장국밥으로 아침을 대신한 뒤 홍성군청 축산과에 들른 것은 오전 9시 30분. 군축산당국자로부터 부군수를 본부장으로 한 구제역방역대책단의 운영추진 상황을 비롯 이날 소독작업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도착한 곳은 홍북면사무소. 오전 10시20분경이었다. 홍성군 축산과 박승수수의사도 동행했다.
중점 점검분야는 공동방역단. 한우 한 두 마리를 사육하는 부업축산농가의 소독작업등을 전담해준다. 전업규모의 양축농가의 경우 축주 자신이 스스로 가축질병 예방을 위한 노력에 힘쓰고 있지만 부업농가에서는 방역에 커다란 관심이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부업 축산농가가 구제역등 악성가축전염병 예방에 사각지대인 셈.
홍북면에서는 공동방역단을 16개소를 운영, 부업농가 3백22농가를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인 정택원씨(48)의 공동방역단. 농촌의 고령화로 인력을 구하지 못해 부인과 함께 축사소독에 열중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쉴틈 없이 진행해도 마무리하기에 버겁다는 정씨는 이날 오전 11시20분경 대덕리 어경마을 홍현식씨(82)의 한우축사(사육두수 2두)를 소독하고 있었다. 홍씨는 “늙어서 가축소독에는 꿈도 못 꾸는 실정에서 이렇게 나라에서 무료로 해주니 고맙다”고 소독작업에 감사함을 표시하며 이왕 왔으니 고장난 수도도 고쳐달라는 주문도 했다. 이게 바로 농촌이 당면한 노령화의 현실이기도 했다.
이 시간까지 30여곳을 거쳐 홍씨축사를 소독했다는 정씨는 면관계자등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에 작업수행에는 별무리가 없으나 문제는 축주가 부재중인 경우가 많아 축사에 들어가지 못하는등 농가 현장에서 애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어느 때는 축사 내보다 축사주변을 소독하고 떠나는 경우가 있어 애쓰고도 찜찜하다는 말로 그간의 불편했던 점을 토로했다.
따라서 질병 예방의 사각지대로 지적되고 있는 부업축산농가의 노령화에 대처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점도 드러났음을 인지케 한다.
요덕마을 이명섭씨(75)의 축사(한우3두)소독을 마무리하는 것을 뒤로 하고 방문한 곳은 충남도가축위생시험소. 오후 2시경이었다.
직원들이 전담지역에 출장중이었고 방제 차량(운전자 안병채) 역시 홍북지역으로 소독약(저미싸이드) 4kg을 싣고 소독작업을 위해 운행중이라는 것은 운영일지에서 확인했다.
이날 정택원공동방제단은 어경마을을 비롯 요덕, 서력, 석교, 택리등 7개마을에서 1백여가구의 축사를 소독하고 소독일지를 작성, 비치했다고 다음 날 전해왔다.
점검업무를 마치며 오늘의 소감을 묻자
"양축현장과 축산관련 시설을 점검하고 농가나 축협직원등 관련단체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구제역등 가축전염병에 대한 방역의지는 대단하다는 점을 읽을 수 있지요"
그러나 축산업의 발전이 생산성향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질병발생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앞서 공직자로서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는 임승범씨의 말에서 구제역 재발방지의 강한 의지만큼 가슴 저려옴을 읽을 수 있었다. 한경우기자 hkw@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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