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 일전해도 퇴근 시간은 없습니다

 
“방역사는 여러 방면에 능숙한 팔방미인이 돼야 합니다. 또 출근 시간은 있지만 퇴근 시간은 없습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경기도본부 서부출장소 이원헌 방역사의 말이다.
방역본부가 지난해 특수법인으로 전환되고, 지난 1일자로 각 시도에서 방역사로 위촉받는 등 명실공히 민간 가축방역의 메카로 자리잡는데 방역사들의 역할이 긴요했다. 본지는 이에 출장소 체제 1년을 넘기는 시점에서 현장의 방역사를 동행 취재했다.
2일 이른 아침. 김포시 통진읍 소재 경기도본부 서부출장소에서 이원헌 방역사를 만났다. 우리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개인 소독기를 들고 출장소를 나왔다. 방역본부 초기에만 해도 농장 채혈 및 예찰을 위해서는 사전에 농가와 전화를 몇 통화씩 해야 했는데 요즘은 불시에 방문해도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방문 농장은 김포시 통진면 소재 모돈 100두 규모의 양돈장. 이 방역사는 차를 농장에서 먼 곳에 세우고 개인 소독기로 차와 자신을 소독했다. 구석구석 소독하는 모습이 척 보기에도 능숙하다.
이내 개인 방역을 위한 방역복에 1회용 비닐 장화를 두 겹으로 신고, 소독용 마스크와 장갑을 모두 새 것으로 착용 한 후 한 번 더 소독했다.
농장에 들어가서는 먼저 차량 소독기를 살폈다. 소독약을 살포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희석한 소독약을 담은 통을 검사했다. 몇 년의 경험으로 냄새만 맡아도 소독약 희석 배수를 대충은 알 수 있다고. 또 농장의 차량 이동량에 비해 소독약을 너무 많이 타놓으면 효과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도 점검 사항이다. 이러한 예찰 사항 중 농장의 미비점이 발견되면 적어두었다가 농장에 알려준다.
양돈장 안도 살펴봤다. 위축돈이나 정상적이지 않은 돼지가 없는지를 살폈다. 돈사 바닥과 축사 주변이 깨끗하고 돼지들도 모두 건강해 보였다.
이 방역사는 농장을 나오면서 갑자기 차량 소독기를 가동시키고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소독을 위한 것이다. 방역복이 온통 소독약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이 방역사는 이렇게 젖은 방역복과 마스크, 비닐장화, 장갑을 차례로 농장 입구 한 쪽에 벗어 놓고 나왔다. 조금 전에 두 겹으로 신고 있던 비닐장화도 하나는 농장에 벗어 두고, 나머지 하나는 농장 밖에 세워둔 차 근처에서 벗어서 처리했다. 얼핏 봐도 개인방역을 철저하게 하고 있었다.
방역사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평소 하루에 5개 농가 이상은 예찰하지 않는다. 시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질병 확산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출장소에 돌아오니 저녁 6시경. 이 방역사는 돌아오자마자 오늘의 일과와 예찰결과 등 일일보고 사항을 정리해 경기도본부에 보고하고 일과를 마쳤다.
이 방역사는 오늘은 일찍 끝났다며 얼마 전 축구를 하다가 다쳐서 운동을 못하지만 평소 같으면 퇴근하고 3∼4시간 가량 테니스로 몸을 다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방역사들은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며칠씩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밤샘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체력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돼지콜레라 발생시 116일 중 20여일 정도 밤을 꼬박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체력관리를 잘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역본부 경기본부 서부출장소는 고양(1명), 파주(2명), 김포(2명)를 관할하고 있다. 총 5명의 방역사가 매주 화요일에는 주간 회의로 아침 일찍 출장소에 모인다. 질병 및 축산 전반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주간 및 월간 목표를 설정하고, 서로 점검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이 방역사는 “출장소 운영 후 제일 먼저 주변 인식이 높아져서 활동하기에 좋고, 민간 방역을 책임지는 방역사라는 긍지와 자긍심도 높아졌다”며 “주변 축산인과의 원만한 관계로 지금 서부출장소 사무실을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고 빌릴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방역사는 국가방역의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채혈 및 예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방역사는 이를 위해 평소에 각 축종별 생산자 단체의 월례회 참석은 물론 동물약품 및 사료 대리점 사람들과도 유대관계를 항상 유지하면서 정보를 교류할 경우 질병 발생으로 농장 출입이 용이하지 않을 때에도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또 농장에 대한 채혈 및 예찰과 함께 유용한 가축질병 정보 전달 및 컨설팅, 농장주와의 1대1 방역교육 등이 함께 이루질 경우 더 이상 방역사를 거부하는 농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동행취재는 방역사들의 일과를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또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투철한 직업정신과 봉사정신을 볼 수 있었다. 김포 방역사들이 농가에서 환영받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정희 기자 penergy@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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