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지난달 말, 한국은행은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친환경 기술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성장과 물가 등 실물경제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28일 발표한 ‘기후변화와 한국은행의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저감기술이 개발 상용화되지 못할 경우, 기온 및 해수면 상승 등 장기적으로 농축수산물 산출량을 변화시켜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축산업이 메탄 원흉


정부의 ‘2050 탄소중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난해 대비 100% 감축할 경우,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최대 0.32%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발등에 떨어진 탄소중립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메탄 가스 줄이기에 나섰다. 이는 유엔과 유럽연합(EU)이 기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국제메탄방출관측소(MEO)를 발족한 것과 궤도를 같이 한다. 
지구온난화 영향이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하면서도 대기 중 수명은 짧은 메탄가스 배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유엔과 유럽의 제재가 더욱 강력해진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발족된 국제메탄방출관측소는 메탄가스 감축 공약과 관련한 각국 정부의 이행 상황을 추적하고, 이를 어기는 국가에 대한 제재는 물론 모범 사례를 권장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도 메탄가스 줄이기를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글로벌 메탄 서약’에 가입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왜 축산업이 긴장해야 할까? 왜 가축을 사육하는 입장에서 유독 걱정스러울까?
글로벌 메탄서약은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한다는 목표 실현을 위한 국제 연대다. 
메탄(CH4)은 교토의정서에 정의한 6대 온실가스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표현한 지구온난화지수(GWP)가 21인 물질이다. GWP 21이라는 것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보다  21배 높다는 뜻이다. 
올해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은 전체 지구온난화의 30%, 기온 0.5℃ 상승의 원인물질이다. 국내 메탄 배출량은 2018년 기준 2800만톤으로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8%를 차지한다.
하지만 농축수산이 그중 43.6%, 폐기물이 30.8%, 에너지 부문이 22.5%를 배출한다고 밝혔다. 축산농가들이 걱정하고 긴장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또 다시 정부가 앞장서서 ‘마녀사냥’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농업과 관련된 대표적인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다. 이중 메탄은 주로 벼농사를 짓거나 소가 트림할 때 나온다. 축산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이 바로 메탄이다. 하지만 소가 메탄을 배출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축적시키는 원흉이라 것은 과장됐다.

 

동네북 신세로 전락


미국의 공인 영양사이며, 동물복지인증협회‧세이버리 연구소 자문위원이면서 지속 가능한 요리를 다루는 팟캐스트의 제작자인 다이애나 로저스는 저서 「sacred(한글명 ‘신성한 소’)」에서 소가 메탄을 많이 배출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과장됐는지 지적했다. 
소가 메탄을 배출하는 것을 폐기물이나 에너지부문에서 배출되는 메탄과 같이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생물학적 과정에서 생성되는 메탄은 자연적인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탄소 순환 사이클의 일부라는 점을 빠뜨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화석 연료와 달리 소의 경우에는 이미 존재했던 탄소를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으로 전환하는 것일 뿐이다. 소가 트림을 하면 메탄이 대기 중에 배출되고 약 10년 뒤에 다시 물과 이산화탄소 분자로 분해된다. 이산화탄소와 물은 각각 비와 광합성의 형태로 풀이 자라는 데도 도움이 되고 이러한 사이클은 계속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항생제나 약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잘 관리된 사육 시스템에서는 커다란 쇠똥구리들이 모여 살며, 이런 쇠똥구리들은 동물 배설물의 분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배설물에 들어 있는 메탄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연구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동물이 트림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탄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화석 연료, 화재, 습지대나 벼농사라고 밝혔다. 
가축이 온실가스의 주범이라고 오인하게 된 것은 FAO가 2006년 발표한 분석보고서 <가축의 긴 그림자>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발표 후 FAO도 화석 연료와의 비교분석이 애초에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육류섭취를 반대하는 이들이 끈질기게 도용하고 있다고 했다. 축산업도 지금 그 영향 속에서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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