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2000년 403만 명에 달했던 농가 인구는 지난해 232만 명으로 줄고, 65세 이상 비율도 21.7%에서 45.5%로 늘어났다. 이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면 2029년에는 농가 인구 192만 명, 65세 이상이 55.7%로 초고령화 시대를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 
농업 인구가 이렇게 줄어들고 있는 것을 두고 혹자는 기어코 빈곤의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빠르게 진입한 결과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선진국 반열에 오른 증거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이념타령 이제 그만


하지만 세계 경제 대국들 대부분의 국가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업종은 농업이다. 아무리 수출에 목을 매달아도 당장의 먹거리를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바로 사고의 기반이다. 우리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판단이다. 
특히 축산업의 경우엔 더 심각하다. 이미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절반 가량의 축산농가들은 대를 이어갈 후계자도 없는 상황이다. 악성 가축전염병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축산을 바라보는 인식조차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축산 관련 각종 대책들은 규제 위주다. 생산비용은 갈수록 높아지고 규제는 강화되니 영세농가의 이탈 속도에도 가속이 붙었다. 이제 축산업계는 영세농가로서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농가의 수가 줄어든 만큼 축산의 세(勢)는 왜소해지고, 왜소해진 만큼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이겨낼 힘도 줄어들었다. 축산에 대한 왜곡되고 과장된 폄훼는 부정적 인식이 마치 기정사실처럼 광범위하게 일반인들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각 계층의 사람들은 이전처럼 축산농가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는다. 정부는 환경을 이유로 규제부터 들이 밀고, 입법기관인 국회는 표심을 핑계로 건성으로 답하고, 언론은 방향성조차 찾지 못하고 먼저 내지르고 본다. 
그나마 농축산인들이 기댈 곳이라곤 협동조합뿐이지만, 그 협동조합조차 농축산인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한 듯하다. 마치 일반 기업처럼 중앙회는 일선조합을 대리점으로 여기고, 조합원을 소비자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은 협동조합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다며 4년 임기를 강의로 보냈다. 아마도 농협이 존재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이, 직원들의 협동조합 이념 부족으로 보았던 모양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이다. 
또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직급별 시험을 통해 승진하는 농협 내의 직원들이 협동조합의 이념이 무엇인지 정말 몰라서일까? 그래서 농협의 개혁 이야기가 기회 있을 때마다 제기되는 걸까? 중앙회 매장에서 외국산 식재료를 사용한 가공제품을 허용하고 있는 걸까? 

 

‘죄송한’ 일 없도록


문제는 이념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체감하지 못해서다. 내가 하는 업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내가 하는 행동 하나가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집행간부들의 20세기 고리타분한 협동조합의 이념은, 21세기의 MZ세대 직원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이다. 게다가 급격하게 발전해온 농업의 규모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 처우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현재 집행 간부들은, 대부분의 부모가 농부였던 시절에 젊음을 보냈다. 대도시에서 공부했지만 뿌리는 농촌에 두고 있었고, 때문에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농업의 고달픔이나 소중함을 몸소 체득했다. 
때문에 농협에 근무하는 것 자체가 고난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농민들을 돕는다는 보람찬 일이라고 자부했다. 급격하게 성장한 국가 경제에 따라 업무 자체가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이제 현장과는 많은 괴리감을 갖게 되었다. 
신용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직원에 대한 처우 역시 높아졌다. 많은 농협 직원들이 자신들이 은행 직원으로 알고 있는 착각은, 결국 신경분리라는 개혁의 회초리를 불러왔다. 하지만 신경분리로 농협은 개혁을 완수했을까?
2021년 농협 국정감사에서 안병길 의원은 “농협이 농민을 배신하고 농촌을 기만했다”고 질타했다. 농협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농협몰에 외국산 축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한 식품이 버젓이 우수 브랜드 제품으로 게재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던진 말이다. 
농협 매장에서 외국산 농축산물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은 농협 국정감사에서 단골로 나오는 주제다. 당시에는 “죄송하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받지만 매년 반복이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만 하고 끝나는 국회의원들의 일회성 질타라고는 하지만 매번 같은 조아림으로 마무리하는 농협의 집행 간부에게 한 번 묻고 싶다. 그렇게 4년 동안 강조되어온 협동조합의 이념을 잊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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