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어릴 때부터 가끔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신변잡기를 논하던 아들 녀석은 결혼해서 아들을 두고 있지만 아직도 그 맛있는 보쌈의 맛을 지금도 모른다. 초등학교 시절 급식으로 나온 뭉텅이 돼지고기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나온 급식을 남기지 말고 먹으라는 선생의 강압(?)에 못 이겨 먹은 그 맛없는 고기가 채기를 유발해 며칠을 고생해 보쌈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어릴 때 그런 기억들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20년이 넘는 그동안 학교 급식이 좋아졌을까? 아직도 부실한 학교 급식문제는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으며 단체 급식 전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나아지지 않았다. 왤까?

 

투명성 확보 어떻게


최근 군급식 개편에 따른 농축산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현재의 급식을 개선하겠다는데 왜 반발하는걸까? 국방을 책임지는 수십만 장병들의 건강을 보다 더 챙기겠다는데 무엇이 잘못됐다고?
군에 단기 사병으로 입대한 1980년대 초 당시 훈련소에서의 급식 상황은, 그 이전 선배들이 경험했던 열악한 급식보다 나았던 것은 사실이다. 선배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짬밥 쓰레기통을 뒤졌다고 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1식 3찬으로 비교적 풍족한 식사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이 끝난 오후에 사병에게 보급해준 은하수 담배를 취사병에게 건네주고 얻은 누룽지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군이라는 특수집단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밖으로 새어나오지도 않았고, 그 안에서의 인권유린 등은 당연히 겪어야 할 젊은 날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했으므로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자괴 섞인 농담으로 이겨냈다. 
당시 국방부가 군 급식 예산을 늘렸어도 장교들의 처우가 나아지지 않아 식재료를 빼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물론 다른 소모품 역시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사병들의 식사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식재료업체들 뿐만 아니라 방산업체들과의 유착이 없어졌다고 할 수도 없다. 국민들의 세금이 줄줄이 새고 군장병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투명성은 확보되고 있지 않다. 
군에서 제대하고 나면 당시 받았던 각종 인권유린은 물론이고 당당하게(?) 벌어졌던 부조리까지 군 생활은 그냥 추억거리이자 술좌석의 안주거리일 뿐이었다. 지난 5월 한 장의 사진이 언론에 유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계룡대 예하 부대원이 아침 배식이라고 건더기 없는 오징어국, 볶음김치 그리고 조미김이 담긴 배식판을 찍은 사진을 제보한 데에서 시작됐다. 이 제보로 시작된 군장병의 처우는 까놓고 보니 말 못하는 짐승들을 대하는 각종 부정과 비리의 백화점식이었다. 
현재 육군의 한 끼 식사 비용은 평균 2930원이라고 한다. 당시 군급식의 부실 현장을 알아보겠다고 국회의원이 방문했을 때, 그가 먹으면서 괜찮다고 했던 급조된 식단의 비용은 8000원 짜리였다. 국방부는 일일 급식단가를 7월부터 879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모두 외주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목적에 맞는 변화를

 

국방부가 2023년까지 완전 도입을 목표로 군급식 개편을 선언하면서 4개 대대를 중심으로 ‘하반기 시범급식 입찰 공고’를 냈다. 골자는 현재 납품되고 있는 축산물에서 국내산을 배제하고 거의 전량을 외국산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특정 업체와 계약을 맺으라고 권고했다. 
계약방식도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 그것도 최저가 경쟁입찰 방식이다. 그리고 개편의 목적이 군장병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수입되고 관리되는지 투명하지 못한 외국산 축산물을 공급하면서 안전과 위생을 언급하는 것은 완전히 모순된 행태다. 
단체급식의 문제점을 거론할 때마다 지적되는 것이 안전과 위생뿐만 아니라 이를 지도하고 감독할 체계가 부족하고, 그 가장 주요한 원인이 최저가 입찰을 지향하는 방식이다. 세상에 ‘값싸고 질 좋은’이란 있을 수 없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이라는 가성비가 높은 경우는 있어도 그것을 안전하고 위생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게다가 군은 특수한 집단이고, 분단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군장병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위생문제는 일반적인 단체급식과는 또 다른 문제다. 
군납농가를 비롯 축산관련단체들이 모두 국방부와 농식품부를 성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이 “축산농가 특히 축협을 통한 현재 조달체계는 100% 국내산으로 품질과 위생, 안전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안전과 위생이라는 조건을 달고 최저가 입찰경쟁을 통해 유통업체 위주의 조달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은 목적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들은 국내 농축산업계 전체가 향후 입게 될 타격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함구하고 있는 것을 두고 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도대체 뭐하는 부서냐”는 것이다. 
군급식의 부실은 예산 부족만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스템의 문제이고, 전체를 보는 안목의 문제다. 개편은 형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목적에 맞는 성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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