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밥집발 식중독으로 경기도 성남시에서 276명, 고양시에서 98명, 파주시에서 27명 등 총 40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발생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이중 20대 여성이 사망하면서 이른바 ‘김밥 포비아(공포)’가 전국으로 퍼졌다. 
평소 한끼 식사를 위해 김밥집을 자주 이용하던 시민들은 “더위가 완전히 가시기 전에는 웬만해선 김밥은 피하겠다”며 다른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정’이 기정 사실로


식약처는 식중독 원인으로 ‘살모넬라균’을 꼽았지만 어느 식재료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와중에서 ‘계란’을 지목했다. 잘 모르겠지만 계란에서 사고 비율이 높으니까 이번에도 가장 유력하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그 이유로 지난 2016 ~2020년 살모넬라균 식중독 환자 가운데 63%는 계란 때문에 발생했다는 통계치를 제시했다. 살모넬라균은 닭의 분변에 오염된 계란 껍데기에서 흔히 검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계란을 깨뜨리거나 만진 손으로 다른 음식을 조리했을 때 칼 또는 도마 등 식재료 등을 교차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추측성 발표가 언론에 보도자료로 뿌려지자, 이 보도를 접한 시민들에게는 계란이 살모넬라를 전파하는 전염원으로 갑자기 둔갑해버렸다. 그러자 가뜩이나 계란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양계농가와 유통업자들은 이윤에 눈이 멀어 저질의 계란을 시중에 유포시킨다는 부도덕한 악덕상인으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대한양계협회를 비롯 양계농가·유통상인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고 김밥집에 납품된 농장의 계란을 검사한 결과 모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추측성 보도자료를 뿌린 식약처의 사과를 요구했다. 
살모넬라균이 계란에서 자주 검출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예방 차원에서 식용란선별포장업이라는 법제화를 통해 생산단계에서 세척 및 건조, UV살균, 파각, 혈반 등의 검란을 거치는 위생적 관리를 의무화했다.
특히 양계인들은 연 2회 이상 살모넬라를 포함한 66종류의 위해 물질 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중독 사고 발생 시 계란부터 의심하고 보는 식약처의 행태에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과 의약품 등의 위해 예방 및 위기 관리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계획을 수립한다. 또 건강기능식품, 식품첨가물 등 식품에 관한 위생과 안전괄리의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 개선을 총괄 조정한다. 
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 위해사범의 수사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위해사범을 수사하는 등 소비자의 안전과 위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당한 생산자의 행위를 도외시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번 식약처의 ‘추정’은 식품의 안전과 위생을 다루는 공무원들조차 축산업에 대한 편협된 사고에 얼마나 사로잡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게다가 한 개인이 아니라 정책을 개발하고 수립된 정책을 수행하는 공무원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 지에 대한 자기 성찰조차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양계인들만 골탕


국민들은 공공기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식품과 의약품을 비롯 소비자들이 먹고 마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정부에서 안전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아무 걱정 없이 그것들을 소비한다. 
하지만 이번 식중독 사고와 같이 제대로 파악된 역학조사의 결과 없이 대뜸 원인을 계란으로 추정하게 되면, 계란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농가와 유통상인들은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게 된다. 
쉽게 단정하는 이러한 판단은 바로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정할 수밖에 없다. 식약처는 식품 관련 안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동물성 단백질 식품인 계란과 육류·유제품에서 그 원인을 찾아왔다. 
그렇다면 그 외의 다른 식재료에서는 살모넬라균이 발생하지 않을까?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이라면 모를까,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식약처가 그것을 혼동할 리가 없다. 
살모넬라는 가축과 자연에 널리 퍼져 있는 식중독균이다. 일상생활이나 비위생적인 식재료와 접촉한 주방기구, 도마, 사람의 손, 야채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감염될 수 있는 광범위한 균이다. 
이 모든 재료들이 식중독과 상관관계가 있다. 이중 어느 하나가 이번 식중독 사고를 일으켰는지는 추정할 수 있다. 계란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에 계란이 원인으로 추정된 것은 식재료 중 계란 외에는 남아 있던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8월 9일부터 20일까지 김밥 등 분식을 취급하는 음식점 4881곳을 점검했다. 그 결과를 보면 건강진단 미실시, 위생관리 미흡, 위생모 미착용, 조리장 내 폐기물 뚜껑 미설치,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 등의 순으로 51곳이 식품위생법 위반업체로 적발됐다. 
식중독은 조리 방법뿐만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도 발생되고 있다.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 위해 애꿎은 양계인들이 피해를 봐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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