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ASF 야생멧돼지가 세력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ASF 폐사체 발생은 수일 후 양돈장 확진으로 이어진다. 8월 한 달 동안 강원도 고성(8일), 인제(16일), 홍천(26일) 양돈장에서 ASF가 연이어 발생했다. 박선일 강원대 교수와 정현규 도드람동물병원장 등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전국 확산 위기”라고 밝혔다. 야생멧돼지가 언제든 백두대간을 타고 남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를 포함한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언제 이 같은 확산 위험을 감지했을까. 중수본은 ASF 첫 발생 이후 1년이 넘도록 확산 위험을 부인해 왔다. 언론에서 ASF 남하·동진 내용이 보도되면 광역울타리 설치 등 확산 방지 조치에 열심을 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29일 공식 자료에서 처음으로 ‘ASF 전국 확산 우려’란 문구를 사용했다. 야생멧돼지가 광역울타리 밖에서 발견되는 등 오염지역 확산, 사육돼지 재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번식기(11월에서 1월)와 먹이활동으로 행동반경이 증가할 수 있고, 설악산 국립공원 내로 전파할 경우 전국 확산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4개월 뒤인 지난 4월 설악산 국립공원 내에서 ASF 야생멧돼지 폐사체 2건(21일, 24일)이 발견됐다. 중수본은 ASF 국립공원 유입 가능성을 몇 개월 전에 인지했지만 결국 막지는 못했다.
중수본은 지난 5월 27일과 8월 8일 보도자료에서 야생멧돼지의 이동에 따라 휴전선 인근에서 평창·홍천·가평 등 ASF가 남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백두대간을 통해 충북·경북북부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새로운 야생멧돼지 관리 대책은 없었다. 폐사체 수색, 포획, 울타리 설치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내용만 반복해 발표했다.
환경부는 지난 1일에서야 강원과 경북 중간 지역을 ASF 클린존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의 야생멧돼지를 상당수 소탕하겠다는 진일보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내용을 해당 지자체에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는 과거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정한 지역을 야생멧돼지 진공상태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이번 계획을 지켜볼 일이지만, 남하를 차단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한돈농가들은 환경부와 농식품부에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환경부의 기대 이하 조치로 야생멧돼지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고 지적하며, 야생멧돼지 감축을 위한 대책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대로 라면 겨울에는 상황이 더이상 수습할 수 없게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돈농가 노력만으로는 ASF를 막을 수 없다. 농식품부는 8대 방역 시설에만 정신을 팔기보다 환경부와 함께 야생멧돼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ASF 확산 매개체인 야생멧돼지를 줄이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 전국 확산을 막아야 한다. 
박선일 교수는 ASF 야생멧돼지가 산맥을 따라 이미 경북 봉화까지 내려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지금까지 발표한 ASF 관련 예측은 대부분 현실이 됐다. 이번 내용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상황을 염두하고 보다 세밀한 방역 정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박 교수가 조언한 야생멧돼지 개체수 75% 이상 3년간 계속 감축을 실천해야 한다. 이는 양돈장 ASF 발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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