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단체, “유례없는 개입”
학계, “합의 없는 일방통행”
유업계는 “경영 개선 찬성”

생산자·수요자 합의 통해
원유가격 연동제가 도입
개선 필요성 공감하지만
자급률 설정 등 합의 우선

지난 25일 열린 제1차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모습.
지난 25일 열린 제1차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모습.

 

[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정부가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 주도의 낙농산업제도개편을 추진한다.

정부의 이러한 계획에 대해 생산자단체는 유례없는 정부 개입에 유감을 표명했으며, 유업계는 속도감 있는 제도개선을 주문하면서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학계는 제도개선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합의 없는 일방적인 제도개선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제1차 낙농 산업 발전위원회에서 박범영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위원장)은 “낙농가의 경영안정, 국민의 먹거리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금은 아픔이 있더라도 서로 양보하고 조정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추진 배경을 밝혔다.

박범수 국장은 “제도개선의 기본방향은 낙농가의 소득 안정을 도모하되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가격 결정과 거래체계를 도입하고, 수요에 부합하는 생산구조로 전환하는 한편, 낙농가 생산비 절감 대책을 마련하고, R&D를 확대하고 정부재정 지원 등을 개편하는 것이다”라고 제도개선 방향을 밝혔다.

이에 정부는 위원회와 자문단, 이하 추진단을 구성하고 △원유의 가격 결정 및 거래체계 개선 △생산비 절감 및 생산구조 전환 △정부재정지원 및 R&D 개선 △낙농진흥회 의사결정체계 개편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며, 논의 과제별 연구용역·추진단 논의 결과를 위원회에서 논의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 생산자 유감 표명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위원회에서 생산자를 대표해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승호 회장은 “정부차원에서 낙농산업 발전 방향을 가지고 위원회를 운영한다는것에는 고맙게 생각하지만, 생산자는 유감을 표명하고싶다”면서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개선방향이 생산자의 소득을 축소·감축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위원회 구성에 앞서 제도개선이 논의됐던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를 언급한 이 회장은 “논의 과정에서 나온 수요자 안이라고 한 것은 사실상 정부 안이며, 이를 거부하는 생산자들이 대화의 의지 없이 반대만 한다는 프레임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또, 낙농발전위원회 구성과 관련, 생산자측과는 합의 없이 일방적인 구성후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한점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승호 회장은 “낙농제도개선이 진정 낙농산업발전을 위한 것인지 저해를 위한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면서 “낙농 제도개선 논의에 앞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맹광렬 낙농관련조합장 협의회장도 “소통이 매우중요하지만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논의 과정에서 낙농가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자료를 배포한 유가공 업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 유가공, 속도감 있는 제도개선 촉구

유가공업계는 속도감 있는 제도개선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창범 유가공협회 회장은 “시간상으로 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연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면서 “제도개선을 통한 가격 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업계는 경영악화로 더는 백색 시유 사업을 할 수 없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밝혔다. 

조성형 매일유업 부사장은 “일부 홈쇼핑에서 수입산 멸균유가 1180원/ℓ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원유가격은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데, 과연 낙농과 유가공산업이 지속 가능하겠는가?”라면서, “내부에서 싸울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여 외국에 있는 경쟁자와 경쟁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언 남양유업 상무도 “원가경쟁력이 낮아 소비자에게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기 어렵다”면서 “백색시유 시장마저 해외에 잠식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우유 가격을 만들 수 있는 제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학계, 제도개선 법제화 해야 

학계는 제도개선 취지에는 공감하나 제도개선 방향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모았다. 

정경수 건국대학교 교수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만든 장본인으로써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원유가격 연동제 자체가 잘못된 제도가 아니라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되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당시 원유가격 연동제를 만들 때, 시장 상황이나 시장가격 등을 반영한다는 것은 논의되지 않았으며, 생산자와 수요자 양측의 합의 하에 합리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연동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여건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 

정교수는 “연동제는 경제학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며, 당시의 이해당사자들이 논의해 결정한 사안”이라면서 “연동제는 이익단체들간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학 논리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부가 제도개선을 해서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자급률을 지킬수있다는 전제하에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제도를 법제화 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윤성식 연세대학교 교수는 “20년 전에 만들어진 낙농진흥회 정관으로 인해 현안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규정을 과감히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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