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연무(煙霧·연기와 안개)가 가득하다. 잘 보였던 잠실의 롯데타워 123층도 희미하게 보였다. 
2009년 착공되어 2016년에 완공된 지하6층, 지상123층(555m)의 규모로 한국에서는 100층을 넘은 첫 번째 건물이며, 세계에서는 5번째 높이의 건물로 전망대, 오피스, 호텔, 백화점 등 근린생활시설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소다. 
우리나라는 춘하추동(春夏秋冬)이 뚜렷하고 풍광이 아름다우며 살기 좋은 금수강산(錦繡江山)을 우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누리는 삶이라는 것도 희로애락(喜怒哀樂·기쁨 노함 슬픔 즐거움)이 교차되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고(故) 장 영희(1952년~2009년) 교수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장 교수는 생후 1년 만에 1급 소아마비로 살아오면서 평생 세 번의 암과 투쟁하면서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던 불굴의 의지인 이었다.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2001년 유방암에 이어 2004년 척추암을 선고받았다. 투병 1년 만에 강단으로 복귀해 많은 이들이 안도했다. 
하지만 2008년 암은 간으로 전이됐고, 세상과 57세의 나이로 작별하기 전까지 투병했다. 
생전에 암 환자로 비춰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며 긍정의 기운이 넘치는 글을 써내려갔다. 
장 교수의 글은 심금(心琴)을 울린다. “기적이란 다른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프고 힘들어서 하루하루 어떻게 살까 노심초사하며 버텨낸 나날들이 바로 기적이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장 교수의 글은 계속된다.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 물이더라. 내가 살아 보니까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내리는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더라.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더라.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에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더라.”
결국 산다는 것은 두발로 걷고, 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내실을 기하고 타인에게 덕을 베푸는 것이 인생의 가치임을 알아야 한다. 삶은 곧 단 한 번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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