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유통체계…시기상조

법정 냉장온도 안 지켜져
신선식품 변질 사고 빈번
소비자 안전 오히려 위협
제조사·유통점 분쟁 우려

일본에선 우유 ‘상미’표기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
도입 전에 체계 정비부터
소비자 보관 교육도 필요

경기도 성남시의 한 대형할인점 우유 진열 냉장고 온도계가 8℃를 가리키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대형할인점 우유 진열 냉장고 온도계가 8℃를 가리키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식약처가 추진중인 식품 소비기한 도입이 도마위에 올랐다. 

현행 유통점의 냉장여건상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법안 심사 소위가 보류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개선점 없이 강행 의지를 보이고있기 때문. 

식약처는 지난달 30~31일 열린 P4G 서울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식품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하도록 제도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이를 본격화했다. 

이에 낙농업계는 일배(日配) 식품인 우유의 특성 및 국내 냉장 관리여건을 고려해 소비자안전 및 국내 낙농 산업을 위해서는 현행 유통기한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1년 도입 실패 이후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된 것들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소하지 못한 채 소비기한 도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 10년 전과 유통환경 변화 없어

소비기한 도입을 반대하는 낙농업계는 식약처가 소비기한 도입을 처음 시도했던 2011년과 다름없는 유통환경 아래에서는 소비기한 도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에도 법적 냉장 온도 기준 강화 및 유통점 냉장 관리 실태 등의 문제로 도입이 무산된 가운데 개선대책 하나 없이 강행하는 것은 소비자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 

소비자연맹(2020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통매장의 법적 냉장 온도(0∼10℃) 준수율이 70~80%밖에 되지 않으며, 가정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식품을 보관하였는데도, 변질 등 문제 발생 경험이 있다고 답한 소비자가 27.0%에 달했다. 또 건국대학교의 조사결과(2018년)에 따르면 유통점의 22.6%(155개소 중 35개소)가 법적 냉장 온도 기준을 초과해 우유·유제품을 관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통점에서는 불완전한 냉장관리 실태에 따라 하절기에 우유를 비롯해 신선식품의 변질사고 발생이 빈번한 가운데 개선 없이 소비기한을 도입하게 되면 심각하게 소비자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식품사고 발생에 따른 소비자 불신, 제조사와 유통점 간의 분쟁 등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 우유 특수성 고려 해야 

축산식품 가운데 소비기한 도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품목은 우유다. 우유는 신선식품 가운데서도 상품 저장성이 낮고 변질 우려가 커 단시간 내에 생산․가공․소비가 되어야 한다. 

우유는 생산부터 최종 소비단계까지 외부환경의 노출, 이물의 혼입 등에 의해 생물학적 위해요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적절한 위생관리방법이 중요하다. 

특히 모든 과정에서 미생물의 오염 및 증식을 막기 위해 낮은 온도에서 보관되어야 하기 때문에 콜드 체인 시스템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데 유통점에서 온도가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와 관련해 이홍구 건국대학교 교수는 “우유는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유통과정뿐만 아니라 유통 후의 올바른 보관 역시 소비기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통 후 보관방법에 따라 소비기한은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는데, 여타 식품에 비해 우유에서 이 문제가 크게 두드러져 소비기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함께 우유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낙농선진국…품질유지기한 적용

미국, EU, 호주, 뉴질랜드 등 낙농선진국들은 대부분 우유에 품질유지기한을 적용하고 있다. 

품질유지기한은 지정된 방법대로 보관, 저장 시 식품의 맛이나 색, 영양 등 그 품질이 최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는 기한이다. 품질 유지기한을 경과하더라도 섭취는 가능하나 지정된 방법대로 보관 및 저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일본은 상미 기한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상미 기한도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기한으로 대부분의 유업체가 살균유의 상미 기한을 13~15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최대 4배까지도 소비기한이 늘어난다. 현재 소비기한 도입시 최대 생산일로부터 60일까지 섭취할 수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 냉장여건 개선 선행 돼야

낙농업계 전문가들은 안전한 우유소비를 위해서는 소비기한 도입 이전에 냉장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모으고 있다.

소비기한 도입에 앞서 사전대책으로 법적냉장온도기준을 현행 0∼10℃에서 0∼5℃인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는 한편 법적냉장온도 관리방안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또 냉장온도 미준수시에 따른 처벌기준 세분화를 위한 관련법 개정의 선행이 필요하며 제품보관방법에 대한 소비자 교육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무작정 소비기한을 도입하기 보다는 유통환경 개선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소비기한 도입에 따른 식품 관리요령과 섭취방법을 소비자들에게 교육 홍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주요 유업체의 살균우유류 유통기한(상미기한) 현황>
업체별 상미기한 업 체 별 상미기한
메이지유업 14일

협동유업

(농협우유)

13일
모리나가유업 15일 타카나시유업 14일

설인우유

(밀크커뮤니티)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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