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로 꿀벌 아사…사상 최악의 위기
소통과 화합이 절실한 때

4만여 농가 전국 각지 분포
볼륨 커졌지만 실상은 심각
아까시나무 무차별 벌목으로
꿀벌 먹이는 갈수록 사라져

국유 임야·하천서 양봉 허가
설치된 시설물은 등록 인정
농가 등록기준 완화 바람직
밀원수 확충에 미래가 달려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첫 발걸음부터 숨이 턱에 차오른다.”

20대 한국양봉협회장에 당선돼 2월 25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윤화현 신임회장의 일성이다.

양봉업에 42년 간 종사한 베테랑도 이처럼 말할 정도로 양봉업계는 중대한 변화와 위기가 도래했다. 사상최악의 이상기후로 지난해 꿀 생산량은 평년의 10% 정도에 머물며 농가소득이 급감했고, 양봉육성법에 따른 양봉농가 등록도 불과 4개월 남짓 남았을 뿐이다. 

산적한 현안을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 취임 후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 힘 하나로 모아 좌고우면하지 말자

당선된 기쁨도 잠시,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은 말한다.

“기쁘면서 두려운 순간이다. 양봉산업의 미래를 위해 소임을 맡겨준 회원농가들에게 감사하지만 중압감에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지금 양봉산업은 날아오르느냐, 주저앉느냐 기로에 서 있다. 위기를 발판 삼아 우리 모두 힘을 하나로 모아 좌고우면하지 말자.”

취임 후 현안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가 싶더니 어느새 해결하려는 의지를 단호히 내비쳤다.

윤 회장은 양봉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에 앞서 회원농가들과 단합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등한 협회로 이끌어갈 생각이다.

선거 이후 어수선한 협회 분위기를 다잡아 양봉농가 권익 향상에 주력하고, 현안에 대한 여러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합리적인 방안이 모색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차 이사회에서 선출된 5개 분과위원장 및 위원들과 협력해 ‘양봉농가 등록 완화’에 전력투구한다는 계획이다.

 

# 한번 목표 정하면 끝을 봐야

윤 회장은 시·군 지부장, 도 지회장, 양봉협회 이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경험을 쌓아온 준비된 인물이다. 그는 경기도 지회장으로 재직 시 보조사업이 없던 경기도와 협의해 보조사업비 28억 원을 이끌어냈다.

경기도 양봉농가가 채밀기, 저온저장고 등 양봉기자재를 구입할 때 경기도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이다. 

또한 헛개나무 식재사업으로 밀원수 확충에도 기여한 바 있다.

윤화현 회장은 “헛개나무 식재사업은 우리 양봉농가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무수한 반대에 부딪쳤다. 그러나 몇 년 후 헛개나무가 자라면서 경기도 양봉농가 꿀 생산량이 늘어나 도 지회장으로서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식재사업 여건 조성이 어렵다는 관련기관과 간극을 좁히지 못하자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짓고 사업을 진행했다. 

이런 윤 회장을 두고 주변 지인들은 평소엔 온화한 성격이지만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을 보는 불같은 인사라고 평하고 있다.

 

# 등록 완화 지속해서 요구

“양봉농가 등록은 양봉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필수불가결한 제도다. 협회는 물론 대다수의 양봉가들도 분명 동의하고 있다. 다만, 기한에 맞춰 등록하기엔 산업특성상 시기적으로 촉박한데다 등록할 때의 복잡함이 발목을 잡고 있다. 등록 완화에 초점을 맞춰 지속해서 개선을 요구하겠다.”   

전국 양봉농가의 80% 가량은 토지를 임대하고 있다.

양봉농가 등록을 위해선 임대차계약서, 토지사용동의서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땅주인(임대인)에게 동의를 구하기 어려울뿐더러 이동양봉 특성상 임야에 주로 벌통을 놓고 있어 제반서류를 구비하기가 수월치 않다. 

윤화현 회장의 말에 따르면 본인 소유 토지에서 양봉을 해도 시설물 철거 후 등록한 다음 다시 시설을 갖춰야 한다.    

그는 “정부가 국가 소유 임야와 하천에서 양봉을 허가하고, 이미 설치된 시설물은 인정한 상태에서 등록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농업경영체 등록(전체 농·축산물을 포함한 실제 농업 농지)’을 하고 있는 혹은 준비하는 양봉농가는 고려해 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밀원수 식재사업은 미래 위한 핵심과제

귀농인구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양봉농가수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양봉은 다른 축종에 비해 접근성이 용이해 도시양봉처럼 취미로 즐기는 사람도 많아 농·축산 통틀어 2번째로 많은 4만여 농가가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화현 회장은 “양봉산업 볼륨은 커졌지만 늘어나는 벌통을 밀원수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양봉가에게 가장 중요한 아까시나무를 쓸모없다고 인식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양봉산업은 지난해 이상기후로 개화시기가 늦춰지면서 꿀벌이 굶어죽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따라서 꿀벌 먹이인 아까시나무 벌목에 대한 대책과 대체할 수 있는 밀원수 확충이 시급하다.

윤화현 회장은 “밀원수 식재사업은 양봉산업 미래를 위한 핵심과제다. 우리 협회는 정부와 협력해 밀원수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업계를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키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 회장은 지금은 매우 어려운 시기인 만큼 업계 모두 머리를 맞대고 양봉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주기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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