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축산인들이 아무리 환경개선을 하고, 주변과 상생하고자 노력한다고 해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오히려 동물보호단체에서 일반 국민들에게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 깊어지고 있다. 
반려인구가 1500만 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축산업이 오염을 유발하는 무가치산업이고, 해악을 끼치는 산업이라는 몰이해는, 축산관계자나 가축 사육으로 삶을 영위하는 축산농가들에게는 마치 자신이 범죄자인양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개선 노력 모두 매도


특히 동물학대에 대한 반발심으로 가득찬 해외 서적들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면서, 문화적 차이나 섭식의 차이를 불문하고 무차별적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각종 암을 유발한다든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든지, 인간성 말살이라든지 축산인들은 하나같이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매도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육식을 하고, 동물의 사체가 재료로 사용된 반려동물용 사료를 자신들의 반려동물에게 먹이고, 간식을 주고, 그들이 가지고 노는 놀이기구를 사들인다. 이 얼마나 모순된 행동인가?
게다가 국내에 소개되는 많은 육식 비난 서적들이 출간된 연도를 들춰보면 최근에 쓰여진 것보다 10년, 20년 심지어는 30년 이상 된 것들도 많다. 이것들은 축산업이 공장식으로 변화하고 다시 동물복지형으로 바뀌어가는 것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축산업 자체를 잔혹한 산업으로 매도한다. 
공장식 축산업이 사육 농가 또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비윤리적으로 가축이 사육된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농장의 주변을 개선하고, 동물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농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전체가 비윤리적으로 매도당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동물의 복지를 염두에 두게 되면 기존의 축사를 확장하거나 마릿수를 감축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그로 인해 수익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많은 비용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축산농가들은 바뀌는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강화된 환경 규제에 힘겨워 폐업하는 농가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축산농가들의 부채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축산농가당 부채는 6000만원대 후반에서 7000만원대 후반까지였던 것이 2017년부터 8000만원대를 넘어서더니 2018년 이후엔 1억원 대를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류에 대한 몰이해와 이를 생산하는 축산농가에 대한 매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육류가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한 병원체쯤으로 내몰린다. 
육류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축산관련기업들이 그 반대된 연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자금을 댄 의도성 있는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다른 연구 결과를 내보인다. 
지구구조대 인터내셔날의 창립자이자 10만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푸드 리볼루션 네트워크의 공동 창립자인 존 로빈스는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제국의 창립자의 외동아들이다.  
그는 아버지가 제시한 아이스크림 제국의 상속을 포기하고, 균형 잡힌 생태계를 현명하고 애정 어리게 관리한다는 ‘책무’를 실천하는 길을 선택하면서 1997년 한국 제목 <육식의 불편한 진실, 원제 Diet for New America>를 저술했다. 

 

믿고싶은 것만 믿어


그는 줄곧 채식주의를 주창하면서 육식은 온갖 암을 유발하는 해로운 음식이라고 강조하고 전파했다. 그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면 육식을 하면 대장암·유방암·경부암·난소암·자궁암·전립선암·다발성 경화증 심지어 폐암까지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그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결석·담석·고혈압·빈혈·은 물론 만병의 근원은 육식을 하는 식습관에서 비롯되므로, 육식을 즐기는 현대인들은 모두 일부러 죽으려고 환장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도 자신의 주장이 너무 비약됐다고 판단됐는지 ‘과도한’ 육식을 강조했다. 
이쯤 되면 육류를 생산하는 농가들은 마치 담배를 파는 기업들처럼 또는 무기를 파는 ‘죽음의 상인’ 쯤으로 여길 만 하다. 
그는 줄기차게 ‘채식’을 강조하는데, 채식을 하는 식습관을 갖더라도 충분히 건강하다는 국제 통계들을 제시한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컵 우승자 데이브 스콧, 하루 최장시간 3종 경기에서 세계기록 보유자 식스토 리나레스, 세계 최우수 최장거리 경보선수 로버트 스위트갈, 스포츠 역사상 400미터 장애물 경주에서 수립한, 8년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보유자 에드윈 모세 등등을 열거하면서 “운동선수들이 동물성 단백질을 반드시 필요하다는 관념은 어리석은 궤변”이라는 스콧의 말로 결론짓는다. 
그의 주장에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확증편향의 법칙이라는 허점이 널려 있지만, 육류를 거부하는 사람들 역시 믿고 싶은 것만 믿기에 그의 주장을 마치 신주보시듯 도용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이 동물을 학대해 왔던 것은 사실이고, 때문에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들 역시 개선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육류 전체를 질병 발생의 원인으로 매도하는 것은 너무 큰 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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