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눈이 내리는 긴긴 겨울밤에 할머니의 정겨운 옛날 얘기를 들으면서 군밤을 까먹고 동치미를 곁들이면서 고구마로 출출한 배를 든든하게 하고 밤을 지새우는 것이 시골의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밤송이는 겉에 가시가 많아서 밤을 깔 때 잘못하면 찔리기 십상이다. 조심해서 까보면 보통 3알의 밤톨이 가지런히 들어있다. 왕밤은 1톨이나 2톨이 들어있고 진한 밤색은 보기에도 좋다. 
밤의 겉면을 까보면 안에는 또 떫은 표피가 하얀 밤을 감싸고 있다. 밤은 혼례 때와 제사 때 주로 쓰인다. 
밤은 다남(多男)을 상징하여 혼례 때 필수적인 과실로 시부모에게 폐백을 올릴 때 아들을 많이 낳으라는 뜻에서 며느리에게 밤을 던져주는 풍속이 있다. 며느리는 그것을 받아두었다가 신방에서 먹는다. 
 제사 때 쓰는 밤은 제 5열에 대추, 밤, 배, 감, 사과, 한과 등의 순으로 제사상을 차릴 때 좌에서 우로 두 번째에 올린다. 그 이유는 한 알의 밤이 땅속에 들어가면 뿌리를 내리고 싹이 나서 줄기와 가지와 잎이 되어 성숙한 나무를 이룬다. 
하지만 여느 식물의 경우 나무를 길러낸 최초의 씨앗은 사라져 버리지만, 밤만은 땅속에 들어갔던 최초의 씨 밤이 그 위의 나무가 아름드리가 되어도 절대로 썩지 않고 남아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애초의 씨 밤은 그 나무 밑에 살아있는 채로 오래오래 그냥 달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밤은 나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 자손이 몇 십, 몇 백대를 헤아리며 내려간다 하더라도 조상은 언제나 나와 영적으로 연결된 채로 함께 있는 것이다. 밤처럼 조상을 잊지 않고 자손에게 영원히 번창하기를 바라는 조상들의 지혜가 밤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또한 밤의 효용성을 보면 밤에 들어 있는 당분은 소화가 잘되는 양질의 당분으로 위장기능을 강화하는 효소가 있으며, 배탈이 나거나 설사가 심할 때 군밤을 잘 씹어 먹으면 낫는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성인병 예방, 기침 예방, 신장보호 등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밤을 술안주로 이용할 경우 비타민 C 가 알코올의 산화를 도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밤 생산량은 2018년 기준 우리나라는 5만톤으로 3위를 자랑 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이 1위(196만톤), 터키가 2위(6만톤)다.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말처럼 밤으로 건강을 챙기면 어떨까. 집 앞에서 밤을 파는 아저씨한테 밤을 좀 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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