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띠 해와 의로운 소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이다. 신(辛)은 백색으로 올해는 ‘하얀 소의 해’다. 흰색은 정직과 고결을 상징한다. 중학교 때 나는 20리(8km)나 되는 고모 집에 소를 빌려오라는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러 간 적이 있다. 그 소로 아버지는 논과 밭을 갈아 농사를 지었다. 
우직하고 강인한 소는 농사를 지어내는 1등 공신이었으며 60~70년대만 해도 한우는 집안의 재산목록 1호였다. 
자식을 대학까지 마치게 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던 한우는 5000년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우리 민족과 동고동락한 한국을 대표하는 축종이다. 
농경시대에는 일소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한우가 산업으로 정착된 현대에 와서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식량 공급원의 주요한 원천으로 2019년 농산물 생산액 10대 품목 중 한우는 3위를 차지하고, 5조1천억 원이라는 축산물을 생산해 냄으로써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한우가 옆집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하고 할머니 묘소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 전설적인 얘기가 있다. 
사람보다 더 나은 ‘의로운 소’ 이야기는 경북 상주 사벌면 임봉선 할머니가 길렀던 암소 누렁이로 이웃에 살며 자신을 남달리 사랑해주던 김보배 할머니가 1993년 사망(당시 87세)하자 고삐를 끊고서 사라지고 없어 깜짝 놀란 주인 부부가 누렁이를 찾은 곳은 바로 김 할머니의 묘소였다. 
이곳은 집과 2㎞가량 떨어진 은치산 중턱에 자리 잡고, 나무가 무성해 주민들도 찾기 힘든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발견 당시 누렁이는 묘소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한다. 
달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주인의 손을 뿌리치고 자기를 예뻐해 준 김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가 할머니 영정에 ‘문상(問喪·상주를 위로함)’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웃에 살며 인정 많던 김 씨 할머니는 매일같이 찾아와 소를 자식같이 사랑해 줬다고 한다. 누렁이는 죽기 전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돌아가신 김 씨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여 주자, 누렁이는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몸이 마비된 채 가쁘게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20살 누렁이는 김 씨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고는 마지막 힘을 다해 혀로 핥는 등 변함없는 애정을 보이다가 세상을 떠났다. 
작년 초에 상주에서는 네쌍둥이의 송아지를 한꺼번에 낳은 일이 있었고 연말에는 전북장수에서 세쌍둥이를 얻은 일도 있었다. 
우직하면서도 고결한 뜻을 가진 흰 소해를 맞아 축산업이 더욱 발전하고 활짝 웃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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