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제도 소유규제에서 전용규제로 전환해야

우리나라 농지제도의 방향이 “소유규제에서 전용규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4월 2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李貞煥)이 개최한 농지제도의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석두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통해 제기했다.
박 연구위원은 ‘농지제도의 기본방향’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1970년에 전 농지의 17.8%였던 임차농지 면적은 2002년에 44.8%로 증가했으며, 임차농가 비율은 30%에서 71.7%로 급증함으로써 경자유전 원칙과 자작농체제는 붕괴된 상태”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박 연구위원은 농지제도의 새로운 방향으로 “농지소유와 임대차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고 농지전용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는 한편, 전제조건으로서 영농규모화사업의 확대와 농지은행제도의 도입, 농지관리기구의 설립, 계획적·집단적 농지전용제도와 농지전용이익 환수제도의 확립, 농지보전에 대한 보상 조치 등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또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농지의 계획적 관리방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농지전용은 1996년을 정점으로 감소추세이나 2000∼2002년 연평균 11만1122ha의 농지가 합법적으로 전용되었고 불법전용으로 적발된 면적은 연평균 350여ha에 불과하지만 계획적 관리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밝히고 “전용량보다 필지단위 농지전용에 대한 소규모 난개발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 부연구위원은 또 “농지는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면 양적규제는 불필요할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한편 국토연구원 정희남 연구위원은 ‘토지의 공익성과 농지제도’란 주제 발표에서 “농지가 단순한 개발가능지가 아니라 생산용지, 관광용지, 자연보전용지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농지이용계획을 국토관리 차원에서 수립해야 하고 농림지역, 관리지역(생산관리), 도시지역(생산녹지)에 흩어져 있는 농지에 대해 종합적인 관리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도시용지 수급불균형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 차원의 문제임으로 전국적인 농지 규제개혁보다 입지특성을 고려해 지역별로 차이를 인정하는 농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교수는 ‘NGO 입장에서 본 농지제도의 개편방향’이란 제목의 발표를 통해 “농지의 계획적 이용·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전용이익을 얻는 자와 규제손실을 입는 자간의 형평성을 도모하고, 규제대상 농지소유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하여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하며, 부담금 수입을 영농규모화사업 또는 우량농지 지원자금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발표된 각 주제별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토지의 공익성과 농지제도
정희남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토지문제는 토지공급과 토지수요의 만성적인 불일치로 고지가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지가 차익을 노린 토지투기 현상이 만연하게 되는데서 발생한다. 그리고 개발이익 환수제가 약화되어 개발이익이 대부분 사유화되고 있는 점이 문제이다. 게다가 수도권 주변의 난개발로 환경이 파괴되고, 무차별적 개발로 농지와 산지가 잠식하고 있다.
이러한 토지문제의 주된 원인은 ①수도권 집중, ②도시용지 부족, ③토지이용 계획체계 미흡, ④개발이익 환수장치 미흡에 있다.
토지문제에 대응하는 토지정책 방향은 ①도시용지 확충, ②토지이용계획체계 확립, ③개발이익 조정방안 확보, ④先지역개발 後수도권 규제 완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국토 일반과 관련된 토지정책이 농지제도 및 농지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먼저 농지가 단순한 개발가능지가 아니라 생산용지, 관광용지, 자연보전용지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농지이용계획을 국토관리 차원에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즉 농림지역, 관리지역(생산관리), 도시지역(생산녹지)에 흩어져 있는 농지에 대해 종합적 관리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농지전용에 의한 도시용지의 공급 확대가 도시용지의 지가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농지전용에 의한 개발이익을 농지의 보전 및 농촌개발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시용지 수급불균형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 차원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전국적인 농지 규제개혁보다 입지특성을 고려하여 지역별로 차이를 인정하는 농지의 관리가 필요하다.


■농지제도의 기본방향
박석두(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950년의 농지개혁 이후 현재까지 우리의 농지제도는 경자유전 원칙과 자작농체제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그것은 이미 붕괴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에 전 농지의 17.8%였던 임차농지 면적은 2002년에 44.8%로 증가하였으며, 임차농가 비율은 30%에서 71.7%로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농지임대차가 확대된 원인으로는 1950년 이후 40여 년 동안 법적·제도적으로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금지하지 못하였던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인 요인으로는 농지전용과 그로 인한 농지가격 상승을 들 수 있다. 농지가격이 농업소득에 의해 결정되는 수익지가의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승해 왔기 때문에 비농업인은 지가차익을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려 하고 농업인은 농사소득으로 농지를 매입하기 어렵게 되자 임차를 통해 영농규모를 확대하였던 것이다.
1994년에 제정된 「농지법」은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농지임대차를 금지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명시하면서도 1996년 이전에 소유하게 된 농지에 대해서는 농지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등 각종 예외규정을 통해 사실상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농지임대차를 허용하고 있다. 원칙과 실제 내용 간에 모순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더욱이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를 일부 허용하는 농림부의 농지제도 개선 방안은 역효과와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필지별 소규모 분산 농지전용이 가능한 현행 농지전용허가제 및 개발행위허가제하에서는 농지전용을 목적으로 하는 비농업인의 농지소유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고 난개발이 우려되는 반면, 순수농촌지역과 농업진흥지역 농지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지제도는 농지소유와 임대차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는 대신 농지전용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현행 농지법의 농지소유 및 임대차 규제는 사실상 규제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념으로 표방하고 있는 경자유전 원칙과 자작농주의에 반하고 있다. 따라서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농지임대차가 일반화되어 있는 현실에 부응하고, 그러면서도 경자유전 원칙의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기본 정신과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임대차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고, 대신 농지전용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실질 효과 면에서 바람직하다. 다만, 농지소유규제에서 전용규제로 전환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영농규모화사업의 확대와 농지은행제도의 도입, 농지정보와 농지임대차의 관리 등을 위한 농지관리기구의 설립, 계획적·집단적 농지전용제도와 농지전용이익 환수제도의 확립, 농지보전에 대한 보상조치 등이 필요하며, 농지전용규제가 강화되기 전에는 농지소유 및 임대차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농지의 계획적 관리방안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농지의 계획적 관리는 국토의 질서 있는 개발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농촌의 농외소득 기반을 확보하는데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간 지속적으로 농지전용 발생,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된 농지도 상당량이 전용되었다. 문제는 전용의 양이 아니라, 필지단위 농지전용에 의한 소규모 분산 난개발이다.
계획적·집단적 개발을 지향하는 국토계획법 도입에도 불구하고 농지의 소규모 분산 난개발 차단은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다. 제2종지구단위계획제도는 소규모 농지의 계획적 전용·재정비 사업 등에 부적합하고, 개발행위허가제도는 단지 절차에 그치고 있다.
농지관리는 전용의 양적 규제를 하지는 않되, 전용의 질적 수준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토계획법상 용도지역별 농지면적 조정기준을 마련해 도시지역내 일정 생산녹지지역을 두어 전원적 도시환경을 구현하는데 기여토록하고, 생산녹지에 대해서도 도시농업 진흥을 위한 적극적 지원을 하며, 관리지역 세분시 계획관리지역 면적 기준은 토지적성평가 결과 자체의 기계적 적용보다는 자치단체의 개발수요와 의사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토지적성평가를 농림지역(시·군 전 행정구역)에까지 확대 적용하여 보전농지와 개발가능농지를 철저히 구분, 단, 논란이 있는 경우에만 5년마다 재평가 가능토록 하여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농업진흥지역 농지관리를 위한 적합한 보상수단으로 영농에 편의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생산기반사업을 확충하고, 규제에 대한 적극적 보상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된 농지에 대해서는 계획적·집단적 개발 이외에 일체의 소규모 분산 농지전용을 불허하고 농업의 진흥 및 새로운 농업적 수요의 충족을 위해서는 ‘다목적시설지구’를 설치해야 한다.
농지전용허가와 개발행위허가 통합 운용하고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농지의 전용에 관한 관리는 국토계획법에서 총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질적으로 ‘계획에 의한 개발’ 실현을 위한 보완조치로 제2종지구단위계획제도의 절차를 간소화·유연화하고, 개발행위허가지역은 축소하며 시·군 자치단체의 재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NGO 입장에서 본 농지제도의 개편방향
서순탁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농산물시장 개방의 확대, 농가인구의 감소와 노령화, 도농간의 소득격차 등 국내외 농업여건의 변화에 따른 농지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다각적인 대책의 총론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농지정책이 적극적인 관리전략이 부족하다. 예컨대 농업환경의 변화로 휴경농지의 증가, 농업진흥지역에 대한 해제 압력의 증가 등은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대책이 농업진흥지역의 지정확대 방식이 아니라 농지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전략의 모색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한 농지관리라는 틀을 기본 전제로 하여 NGO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소비재로서의 농지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농업생산수단으로서 농지, 자산으로서 농지라는 전통적인 양 측면만이 아니라 도시주변에 있는 시원하게 트인 넓은 공간, 깨끗한 공기, 조용한 전원분위기 등 존재 그 자체로서 많은 도시민을 즐겁게 해주는 소비재로서의 농지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우량농지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농지의 소유권과 개발권을 분리하여 농지보전에 따른 규제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며, 시장친화적인 농지관리정책으로서 개발권선매제(Purchase of Development Rights)나 개발권양도제(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와 같은 정책수단의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농지의 계획적 이용·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전용이익을 얻는 자와 규제손실을 입는 자간의 형평성을 도모하고, 규제대상 농지소유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하여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하며, 부담금 수입을 영농규모화사업 또는 우량농지 지원자금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농지이용·관리체계의 구축을 전제로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영농규모화를 추진하며, 농업구조개선을 촉진하는 차원의 농지 소유 및 이용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도입해도 된다. 정리 = 조광형 기자 seman@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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