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우리는 지금 전염병과 전쟁 중이다. 코로나19는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야생멧돼지로 인한 ASF 확산 위험은 가중되고 있다. 번식기(11∼1월)와 겨울철 먹이 부족으로 인해 야생멧돼지의 이동범위가 증가하면서, 최근 광역울타리 밖 발생 건수가 급증하는 등 오염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ASF 야생멧돼지가 908건(12월 28일 기준)이 발생했다. 민통선 내 324건, 민통선 밖 569건, 광역울타리 밖 15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화천 336건 △연천 313건 △파주 98건 △인제 39건 △철원 34건 △양구 33건 △포천 30건 △춘천 15건 △가평 6건 등이다. 
미국에 거주 중인 세계적인 석학 주한수 미네소타주립대학 명예교수는 지난달 29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미래양돈포럼 세미나에서 1시간 30분 동안 미국과 중국의 최신 양돈산업 동향과 기술에 대해 강의를 했다. 또 “야생멧돼지 박멸과 사육돼지 살처분 최소화”를 강조했다.
주한수 박사는 “야생멧돼지는 반드시 박멸해야 한다. ASF뿐만 아니라 18가지 질병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18가지 질병의 종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통해 야생멧돼지가 유해 야생 동물임을 강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ASF 살처분 정책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주한수 박사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는 돼지 폐사율은 높지만 전파속도가 느리다. 이에 중국은 ASF 감염 돼지를 빨리 적발해서 해당 개체나 해당 돈방만 비워 확산도 막고, 많은 돼지를 살리고 있다. 규모가 작은 농장일수록 이런 방식의 방역이 도움이 된다. 
중국은 또 모돈이 사료를 먹지 않는 등을 항시 확인하고, 평상시와 다른 상황을 발견 할 경우 ASF 전담팀을 투입시켜 신속하게 처리한다. 건축 중인 모돈 8만 4000마리 규모 6층짜리 양돈장에는 돈방 별로 적외선 탐지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수의 방역 전문가들도 주한수 박사의 ‘박멸과 살처분 최소화’에 공감했다. 현재 살처분 범위가 필요 이상으로 방대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 몫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P&C연구소는 2019년 10월 한 달 과잉 방역에 의한 농가 손실액을 2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ASF 확산 차단을 위한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야생멧돼지 폐사체의 광역울타리 밖 발견이 급증하면서, 사육돼지 재발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 내용은 또 다시 실망감만 줬다. 울타리 설치와 폐사체 수색 강화 등 기존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문 엽사로 구성한 특별포획단이 장비를 활용해 포획하고 있으며, 경기·강원 지역에 포획틀 137개, 덫 375개, 포획장 5개 등 총 517개를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민간 수렵인을 활용한 포획대책도 내놓았다. 경기도는 20일 간격으로 남양주·양평·여주 일대에 포획단을 투입하고, 강원도는 5개 시군(강릉·홍천·횡성·평창·양양)에서 광역수렵장을 개설해 포획한다는 내용이다. 기한은 3월까지다. 환경부가 올해 주한수 박사가 말한 ‘박멸’이란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정책에 반영하길 기대한다. 국어사전은  ‘박멸’에 대해 ‘이를 모조리 잡아 없앰’이라고 설명한다. 유의어로 근절·살멸·섬멸 등이 있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근하신년은 새해를 축하하며 복을 빈다는 뜻이다. 올해는 코로나·ASF·고병원성AI 등 전염병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 전염병 청정화 원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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