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육십이 훨씬 넘은 어느 노부부가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을 했다. 법정을 나오면서 노부부는 이혼 수속을 도와주었던 변호사와 함께 마지막으로 평소 좋아하던 치킨집에서 조촐한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주문한 치킨이 나오자 남편은 평소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던 날개 부위를 찢어 부인에게 권했다. 닭고기를 권하는 남편의 모습이 어찌나 진지하고 정성스러웠는지 변호사는, 어쩌면 이 노부부가 다시 화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시큰둥한 반응 이해


하지만 그 순간 변호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부인이 아주 기분 상한 표정으로 마구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난 삼십 년 이상을 늘 그래 왔어! 항상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던 그 버릇이 이혼하는 날까지도 변함이 없으니 말야.”
남편은 황당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내민 닭날개 부위를 다시 자신의 접시에 내려놓았다. 
“난 다리 부위를 좋아하는데 해어지는 마당에 또 당신은 내게 날개를 주느냐 말야. 당신은 지금까지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한 번이라도 물어본 적이 없잖아.”
남편은 얼굴이 벌겋게 변한 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역시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대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야!” 그녀는 계속 쏘아부쳤다. 
화가 치민 남편은 부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닭날개를 집어던지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뭐라구! 날개 부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였어!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삼십 여년 동안 꾹 참고 항상 당신에게 먼저 건네준 건데, 어떻게 이혼하는 날까지 내 맘을 몰라주고 그렇게 말할 수 있어!”
그렇게 조촐한 저녁식사는 파장이 났고, 변호사가 말릴 새도 없이 화가 난 노부부는 서로 씩씩대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집에 도착한 남편은 자꾸만 아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말,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아내에게 무슨 부위를 먹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없었구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부위만 주면 아내도 좋아하겠거니 짐작으로만 생각했을 뿐이네. 아~ 그래서 아내가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떼어주어도 항상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구나.’
남편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제서야 아내가 그동안 자신에게 섭섭한 마음을 표현한 것을,  자신은 오늘도 또 궁시렁댄다고, 고마워할 줄 모른다고 오해했다고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선 자책하며 자신의 잘못을 사과할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에 찍힌 번호를 보고 남편에게 온 전화인줄 안 아내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또 다시 전화가 걸려오자 이번에는 아예 전화기를 꺼버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난 아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보니 나도 지난 삼십 여년 동안 함께 살아오면서도 남편이 날개부위를 좋아하는 줄 모르고 있었네. 자기가 좋아하는 부위를 그렇게 나에게 먼저 떼어 주었는데도 그 마음을 몰라주고 그저 뾰로통한 얼굴만 보여주었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아내는 마음 한 구석에서부터 미안한 감정이 뭉클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자신이 남편을 온전히 미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소통은 ‘듣기’서 시작

 
“나에게 그렇게 마음을 써 주는 줄 모르고, 그저 내 마음을 미리 알아서 해주지 못하는 것만을 탓하고 있었구나. 아직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아내는 비록 헤어지기는 했지만 더 늦기 전에 사과라도 해서 섭섭했던 마음을 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인간이 어제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화가 났나? 그럼 그렇지.”
아내는 전화를 끊고 소파에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그때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주저하면서 받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남편이 아니었다. 
“간 밤에 남편 분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병원으로 달려간 아내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죽어 있는 남편을 보았다. 그 핸드폰에는 남편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보내려고 찍어둔 문자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미안해, 사랑해, 용서해”였다. 
사랑하면서도 헤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는 태도라고 한다. 나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것이 상식이지만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생각하는 대부분도 비상식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장이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한다. 처한 상황이란 사람의 타고난 본성과 자라온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대응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통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그래서 소통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말하기는 직급 여부에 따라 명령이 되고 강제가 되고 변명이 되기에 그렇다.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같은 달이어도 12월은 같지 않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과거를 마무리하기 좋은 달이기 때문이다.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하고 찢어진 상처를 보듬는 시간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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