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숙 되지 않은 가축분뇨 농장 밖 못나온다

신고대상 농가 1년에 한 번
허가대상 6개월 마다 검사
결과는 3년 동안 의무 보관
소규모 농가는 일단 면제로

퇴비사 공간 부족 확보 애로
규모 축소하거나 증축 불가피
지자체 조례로 거리·사육제한
어쩔 수 없는 폐업사례 늘 듯

전국 검사기관 100곳 안되고
분석 가능 장비·인력 태부족
관계법령 개정 농·축협 활용
정확성 위한 분석도 필수적

축산농가가 생산된 퇴비의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부숙도 검사제도 시행으로 퇴비 품질 향상을 통한 토양개선과 더불어 축산분뇨의 악취 중 암모니아를 60% 가량 감소시켜 사육환경 개선과 악취로 인한 민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계도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도 제도개선과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퇴비사 증·개축 제한하는 지방조례 

경기도 안성에서 한우 4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A씨. A씨는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계도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퇴비사의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기 이상으로 퇴비를 부숙하려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에 퇴비를 퇴비사에 쌓아놓으면 그 사이 배출되는 분뇨를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것. 

현재는 주변 경종농가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퇴비를 공급하면서 퇴비사 공간을 확보하고 있지만 퇴비 부숙도 의무화 계도 기간이 끝나는 시점부터는 퇴비를 내보낼 수가 없어 어디에다 분뇨를 보관해야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퇴비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육규모를 감소시켜 분뇨량을 줄이거나 퇴비사를 증축해야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육규모를 줄이면 수익이 감소하기에 결국 퇴비사를 증축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삼았지만 주변에 적당한 장소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A씨뿐만 아니라 많은 축산농가들이 퇴비사 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조례를 통해 퇴비사와 같은 처리시설의 규모에 따라 거리제한을 두거나 가축사육제한구역 내 퇴비사 증·개축을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사육규모를 줄이거나 폐업을 하는 축산농가의 사례도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안희권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는 ‘한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단기적 대응방안 연구’ 최종 보고서를 통해 “수많은 한우농가가 축산면적에 비해 퇴비사 면적이 부족해 추가 설치를 추진하려고 하지만 건축법과 지방 조례 등의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퇴비사 증·개축을 추진하는 한우농가에 한시적으로 건폐율 제외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또 퇴비사 면적 및 용량과 관련된 지침도 상세하게 정해 퇴비사 개조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농가들의 퇴비생산을 위한 장비 지원사업 정책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퇴비 부숙에 필요한 스키드로더, 트랙터 등 장비 가격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소규모 영세농가는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이에 대해 안희권 교수는 “조사 대상 농가의 퇴비생산 장비 보유율은 69% 수준에 불과했고, 특히 부숙 중기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 축사규모 1500㎡ 미만의 농가 중 장비가 없는 곳도 28%에 달했다”면서 “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대비하기 위한 퇴비화 장비 지원사업은 축사규모 1500㎡ 미만의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 퇴비 부숙도 검사기관 부족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15만점 이상의 퇴비 시료에 대해 부숙도를 측정해야 하지만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공인 분석기관은 농촌진흥법에 따른 지방농촌진흥기관 33개소, 비료관리법에서 지정한 시험연구기관 48개소 등을 포함해 100개소도 채 되지 않는다. 

지방농촌진흥기관에서는 분석이 가능하지만 퇴비 부숙도 검사를 위한 장비나 인력을 갖춘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시험연구기관 48곳 중에도 실제 분석이 가능한 곳은 19개소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축산관련단체 관계자는 “향후 발생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공인 분석기관에 분석 장비와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또한 관련법에서 지정한 분석기관 외에 퇴비 부숙도 분석기를 보유하고 있는 156곳의 농·축협에서도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숙도 검사방법에서 정확도와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는 등 분석 정확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서 퇴비의 부숙도 측정방법을 ‘비료관리법 시행령’의 ‘비료품질검사방법 및 시료채취 기준’에 따라 콤백, 솔비타 측정법과 냄새에 의한 부숙이 의심될 때에 종자 발아법으로 측정한다고 명시해 검사방법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퇴비 부숙도 측정방법은 산소 소모율 측정, 이산화탄소 발생율 측정, 생분해열 측정, 솔비타(암모니아, 이산화탄소 간이측정 키트), 암모니아 이온 측정법, 암모니아성 질소와 질산성 질소의 비 측정, 종자 발아법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퇴비 부숙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때문에 어느 특정 항목만으로 평가할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외국에서는 2가지 이상의 측정방법을 병행하는 곳이 많다. 

콤백과 솔비타의 경우 현장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함수율이 40% 미만으로 낮은 시료의 경우 함수율을 50% 수준으로 조절한 후 약 24~48시간 지난 후에 측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이러한 분석방법을 준수하지 않아 정확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신뢰성 높은 분석방법으로 올바로 분석할 수 있도록 분석방법을 교육·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전언이다.

 

# 교반 과정서 발생하는 민원

퇴비 부숙도 검사 주기는 허가대상 농가는 6개월에 한번이며, 신고대상 농가는 1년에 한번 분석해야 한다. 농가는 이 과정에서 일정 정도의 기준을 지키기 위해 퇴비를 섞어야 한다. 문제는 퇴비를 섞는 이때 평소보다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한 축산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에 대한 대처 기준과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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