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염소백신 개발 추진
“질병 없는 축종이라구요?…무관심의 소치입니다”

발전 가능성 높은 축종 불구
질병 진단 기관·연구자 없고
국내 백신 개발엔 별무관심
단 한 개 백신 수입도 안돼

건락성 림프절염 이미 보편
‘인수공통’으로 농장주 위험
이대로면 귀중한 자원 사장
원인균 찾아 직접 농가 접촉

‘백신 1호’는 상징적인 의미
염소용 동약 평가 정립 되면
백신 생산·수입도 가능할 것
한 단계 도약 전방위 지원을

조호성 교수가 클린벤치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호성 교수가 클린벤치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 염소산업은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근래 들어 염소 사육규모가 대폭 늘어난데다, 귀농·귀촌 인구증가에 따라 비교적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까닭에 염소 사육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0년 약 25만 마리에 불과하던 국내 염소 사육마릿수는 지난해 약 60만 마리로 급등하는 등 불과 10년 새에 2.4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염소 사육마릿수 60만 마리 시대임에도 불구, 산업 인프라는 아직도 타 축종에 비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국 88개 포유류 도축장 중 염소전문도축장은 11개소에 불과한데다, 염소경매장 역시 충주와 부여 단 두 곳뿐이다. 

질병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염소 전문수의사가 부재한데다 제대로 된 염소백신 하나 없는 것이 국내 염소산업의 바로미터다.

이같은 염소농가의 애로사항을 타개키 위해 국내 1호 염소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가 있어 화제다. 

전북대 수의과대학 조호성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음은 조호성 교수와의 일문일답.

 

- 국내 1호 염소백신, 왜 개발하게 됐나.

외국에는 십여 종의 염소백신이 있는 반면 국내는 전무한 상황이다. 치료제로 사용하는 항생제의 경우도 소에 대한 사용법만 적혀있을 뿐, 염소에 대한 용량과 용법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울러 염소질병을 진단하는 기관도, 연구자도 매우 부족하다.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 어떤 염소질병이 발생하고 있으며,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10년 전 검역본부에서 전국 단위로 염소농가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같은 이유로 국내에서 단 한종의 염소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고, 단 한 개의 염소백신이 수입되지 못했다. 

혹자는 “염소는 질병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과거 재래흑염소는 질병이 없었던게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육량을 늘리기 위해 외국품종과 교잡한 개량종이 대부분으로 대사성 질병이 다발하고 있다.

당장 급한 백신 몇 개만 있어도 국내 염소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개발을 결심했다.

 

- 국내 염소에도 질병이 있다면서 왜 이제껏 백신이 없었나.

염소질병이 국내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해왔음에도 불구, 유병률과 감염률에 대한 자료가 없었다. 누군가 논문을 쓰거나, 기사를 쓰거나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래오지 않았다. ‘심각하다’‘위험하다’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었다는 말이다.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백신은 혼자 만드는게 아니다. 기업이 뛰어들어야 하는데 아무도 뛰어들지 않았다. 이는 염소질병과 관련해 아무런 자료가 없기에 그렇다. 

왜냐하면 백신을 개발해도 몇 병이 팔릴지 알 수 없다. 

백신 개발을 위해선 사업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백신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연간 얼만큼을 생산하며, 단가는 얼마로 할 것인지, 몇 병을 몇 년간 팔아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지 등 세부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정보가 전혀 없는 까닭에 투자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즉, 얼마를 투자하면 얼마만큼의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염소농가에서 크립토스포리디움증이 다발하고 있음에도 염소백신을 수입하지 못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하면 된다.

 

- 어떤 백신을 개발하고 있나.

염소 림프절백신이다. 정확히는 건락성 림프절염이다. 

염소의 림프절이 크게 부어서 치즈나 두부처럼 황색농괴를 나타내게 된 상태를 말하며, 거의 모든 농가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다 전염성도 있다.

염소농가들에게 건락성 림프절염에 대해 물어보면 아무도 모르지만 증상을 나열하면 “이런 염소는 다 있다”고들 한다. 

이는 염소 질병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나 검사가 없었기에 그렇다.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많은 농가들이 림프절염 발생시 자가 처치한다는데 있다. 

환부를 째서 농을 제거한 후 항생제를 처치하곤 하는데,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에 농장주들도 감염될 우려가 있다. 

또한 도축장에서 병변이 발견되면 즉시 폐기해야 하는 질병이다. 

농장의 피해 감소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백신이어서 타겟으로 잡았다.

 

-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백신을 개발하려면 기본적으로 원인균이 있어야 한다. 즉 건락성 림프절염에 걸린 병변이 필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직접 가서 구해오는 것이지만, 농가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게 쉽지 않은데다 경계심을 갖고 보는 일이 많았다.

결국 밴드 등의 SNS를 통해 염소농가들에게 시료를 보내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환부에서 짜낸 농을 주사기로 흡입해 시료 채취일자와 지역을 적어 포장한 후 택배로 받는 방식으로 60여 개의 샘플을 얻었다.

특성을 분석한 결과 생각보다 다양한 균이 분리됐다. 병원성이 높고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타입을 선별해 현재 동물시험 전 단계까지 와있으며, 연내 출시가 목표다. 

시료를 보내준 농가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염소의 질병에 대해 연구하며 느낀 점은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 두면 10년 전이나 후나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겠다는 사명감 마저 갖게 됐다. 

 

- 1호 백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1호다. 1호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염소백신은 국내 염소업계의 숙원사업이었던 반면, 지금까지는 국내 염소질병에 대한 유병률 조사는 물론 염소용 동물약품에 대한 평가방법조차 없었다.  

최근 국내 염소농장에서 확산 중인 크립토스포리디움증 치료제가 국내로 수입되지 못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 염소용 동물약품에 대한 평가방법이 정립된다면 백신 생산뿐 아니라 수입도 가능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넓게 본다면 중동지역 등으로의 수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향후 2, 3호 염소백신 개발도 계획중에 있다. 아마 장염 종류의 백신이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염소질병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더 많은 제품이 나오고 기술도 개발·보급될 수 있다. 농가들이 선택권을 갖고 백신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레 염소용 동물약품산업도 발전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최근 염소산업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와 기업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소·돼지·닭 등의 축종에 비해 염소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실례로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염소 품종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품종별 사양 및 번식 등 종합적인 사육 메뉴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염소 역시 소·돼지처럼 등급제를 도입해 농가들이 육질 개선을 위해 힘쓰도록 해야 한다.

특히 염소 전문 수의사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염소질병을 진단하는 기관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매년 염소질병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 

국내 염소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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