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부터 가공·유통까지 국내 시장 주도

보양식 대접 목적으로 사육
경험 쌓이면서 본격적 투신
부산물 등 아무거나 잘 먹고
체구 작고 성질 온순 큰 장점

지육률 향상 개량 목표 설정
이표 장착해 개체관리 시도
근친 방지 위해 종모축 분리
1년에 한 번씩 반드시 교체

연중 교배 통해 회전율 높여
겨울 분만 피해 폐사율 낮춰
HACCP·무항생제 농가 인증
연 1000마리 출하 부농 실현

자축 전용급이통.
청원염소농장 축사 내부. 
모숙근 대표.

 

염소 사육으로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가 있어 화제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소재한 청원염소농장의 모숙근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모숙근 대표는 염소 사육뿐 아니라 가공·유통사업을 통해 국내 염소시장을 주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 2003년 염소 사육 시작

모숙근 청원염소농장 대표(55)는 지난 2003년 염소 사육을 시작한 베테랑 축산인이다.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던 모숙근 대표는 지난 2002년 4월 대형화재로 영업장 전체가 소실되는 피해를 입은 후 다른 벌이를 물색하던 차에 축산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정비소 운영 당시 보험 영업사원과 보상과 직원 등 차량사고 담당자들에게 보양식 대접을 위한 목적으로 토종닭과 토끼, 염소 등의 중소가축을 길러왔었다는 것. 때문에 어느 정도 기본 토대가 갖춰져 있는데다 경험도 있는 까닭에 실패 위험이 적을 것이란게 그의 판단이었다.

모 대표는 여러 가축 중에서도 염소를 택했다.

염소는 질병에 강하고 농가 부산물 등 아무거나 잘 먹는데다, 체구가 작고 성질이 온순해 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또한 임신기간이 짧고 한 배에 두 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사육기간도 짧아 회전율이 빠르다는 점도 염소를 택한 한 요소였다.

그는 기존에 키우던 흑염소 70여 마리에, 전라도에서 사온 개량종 모축 100마리와 종축 8마리를 밑천으로 인생 제2막을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그의 나이 38살의 이야기다.

 

# ‘육량’ 목표로 개량에 박차

이때부터 모숙근 대표는 본격적으로 마릿수를 늘리는 한편, 개량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염소의 지육률은 일반적으로 60% 내외지만, 개량 정도에 따라 65% 이상 나가기도 한다는 것. 때문에 염소의 개량방향을 ‘육량’으로 설정하고, 개체관리를 위해 이표를 장착해 서류작업에 적극 활용했다.

모 대표는 “이표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산차수 관리와 함께 우량축을 선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건강상 이상 발견 시 분리사육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축의 폐사율 감소 역시 이표의 장점이다.

염소의 특성상 봄·가을에 분만이 집중되는 까닭에 어느 어미가 어느 새끼를 낳았는지 혼동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는 것. 이 경우 자축의 폐사율이 급증하기 때문에 새끼에게도 어미와 같은 번호의 이표를 찍어 식별이 용이하도록 조치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표를 찍은 뒤 어미와 새끼를 분만실에 3일간 같이 넣어두어 냄새로 서로를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한다”면서 “새끼가 아플 경우 다시 어미와 함께 분만실에 분리해두는 것만으로도 폐사율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근친 방지를 위해 종모축을 50마리씩 분리 사육하는 한편, 1년에 한 번씩 종축을 교체하고 있다.

 

# 모축관리 위해 ‘분만실’ 운용

분만율이 농장의 성적을 좌우하는 만큼 모축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다.

청원염소농장은 모축관리를 위해 분만사 내에 안 보이는 재질의 칸막이로 구획해 별도의 분만실을 마련했다. 분만실 운용은 모축이 안정감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데다 상대적으로 회복속도도 빠르다는게 모숙근 대표의 설명이다. 

모 대표는 “쉽게 말해 ‘산후조리’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면서 “사람도 출산 후 관리가 중요하듯 염소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점은 연간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연중교배를 실시하고 있는 점이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자축의 폐사율을 낮추기 위해 겨울철 분만을 피해 계획교배를 실시하는 것과는 대별되는 대목이다.

모 대표는 “많은 농가들이 자축 폐사 문제로 겨울철 분만을 꺼려하는데, 이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면서 “겨울철에는 보온등과 보온장판 등을 설치해 자축 보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축 전용급이통을 설치한 것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자축은 생후 15일이 지나면 입질을 시작하는데, 이때 이유식을 잘 하면 성장발육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그는 “일반 급이통은 높은 곳에 위치해 자축이 사료를 먹을 수 없다”면서 “자축의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성축들은 접근할 수 없도록 급이통을 직접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 도토리·인삼 부산물로 질병 예방

농산 부산물을 이용해 질병 예방에 활용하는 것도 청원염소농장만의 장점이다.

모숙근 대표는 볏짚과 수단그라스, 라이그라스, 옥수수 엔실리지, 파옥수가루, 깻묵 등에 생균제를 넣어 직접 사료를 배합한다.

여기에 인근 도토리묵공장에서 나오는 도토리 부산물과 인삼공장에서 나오는 인삼부산물을 혼합해 염소에게 급여하고 있다.

도토리 부산물의 탄닌 성분이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또한 인삼 부산물은 염소의 호흡기질병 예방 및 치료에 탁월하다는게 모 대표의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농장 인근 1만5000평의 부지에 옥수수와 수단글라스를 심어 조사료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물론 그남큼 노동이 필요한 일이지만 ‘내가 집접 키운 건강한 먹거리를 염소에게 급여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또한 40% 이상의 원가 절감과 함께 분뇨처리까지 가능해 1석 3조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

 

# 판로 해결위해 직접 유통 나서

이같은 노력 덕에 모숙근 대표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염소농가로 성장했다.

지난 2018년에는 농장을 현재 부지인 북이면 석성리로 이전하는 한편, HACCP과 함께 무항생제 인증도 획득했다. 현재 모 대표는 모축 500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연간 1000마리의 염소를 생산해 출하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평지만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판로였다.

그가 염소 사육을 시작한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염소 유통방식은 kg당 가격이 아닌 마리당 가격이었던데다, 산지 중간유통상인에 의존한 거래형태가 대부분이었던 까닭에 나오는 매물은 말 그대로 ‘부르는게 값’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마리에 90만원을 주고 사온 염소들을 15만원, 요마비가 걸린 개체들은 5만원, 10만원에 가져갔다”면서 “100kg, 120kg이 나오는 것들을 그렇게 헐값에 가져가니 속앓이를 많이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그는 염소식당과의 직거래로 방향을 틀었다. 물론 기존 중간상인보다 좋은 값을 쳐주니 그나마 나았지만 이내 한계에 다다랐다.

마릿수가 늘어나니 식당 한곳만으로는 물량을 소화할 수 없었고, 꾸준한 납품도 불가능했다. 또한 출하시기를 넘기면 가격이 하락해 그는 울며 겨자먹기로 손해를 감내해야 했다.

그는 이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직접 염소 유통에 뛰어들게 됐다. 

 

# 온·오프라인 판매량 매년 증가

염소고기 전문 온·오프라인 정육점인 ‘청원흑염소’가 바로 그곳이다. 

‘청원흑염소’는 청원염소농장에서 직접 키운 염소를 소비자와의 직거래로 판매한다. 유통과정을 대폭 축소해 신선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매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앞다리 △다리뼈 △갈비 △목살 △뒷다리 △수육용 △불고기용 △구이용 △머리뼈 등을 부위별로 판매하는데다, 요리법을 모르는 소비자들을 위해 레시피를 함께 발송해 소비자 호응이 높다. 특히 들깨가루, 월계수잎, 통후추 등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들을 동봉하는 맞춤 서비스 제공으로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염소고기 대중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게 모 대표의 주장이다. 염소고기는 ‘노린내가 난다’‘질기다’ 등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이같은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모숙근 대표는 한국염소산업발전협의회 충북지회장을 맡아 청원생명축제 등에 참가해 무료시식회를 진행하는 등 염소고기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국내 염소산업의 미래를 위해선 염소고기가 대중화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마지막으로 모 대표는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경우 부위별, 중량별로 구입 가능하지만 염소는 그렇지 않다”면서 “염소산업 발전과 염소고기 대중화를 위해 가일층 분발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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