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유지하는 것은 ‘발전’ 아냐
미래의 형태에 맞게 변화하는 것
규제의 덧에 걸린 축산업 고비에
대물림 방안 없인 도태의 길밖엔

산업은 한 차원 업그레이드 호기
이탈농가 가속 속 후계농가 늘어
새로운 기술 도입 거부감도 없어
정부·1세대, 성공적 정착 지원을

심각한 고령화로 농업에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이 과학농업이다.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젊은이들이다.(사진은 한국농수산대학교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심각한 고령화로 농업에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이 과학농업이다.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젊은이들이다.(사진은 한국농수산대학교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국 어느 도시를 가나 맛 집을 찾으면 대게 노포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노포(老鋪)는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店鋪)를 뜻한다. 노포의 특징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오면서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아버지, 할아버지, 그 위의 할아버지가 정성을 들여 만든 맛의 비법을 대대로 전수하면서 특별한 맛을 낸다. 그러나 대부분의 음식점은 대를 거치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고객을 만족시킬 맛을 찾아내지 못했으니 집안의 누군가가 대를 이을 수도 없다.
노포의 특별한 맛은 가족 중 누군가에게 물려주는 것이 철칙이지만 아주 특별한 예로 가업을 이을 자식이 없거나, 자식은 있지만 뜻이 없으면 뜻을 이어받을 가족 이외의 충실한 직원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지속 가능’이란 지금 영위하고 있는 가업을 누군가 이어받을 때 쓰는 말이다. 현재 축산업이 지향하는 지속 가능도 같은 의미다. 40년 전부터 부업 형태에서 전업 형태로 축산업은 발전해 왔다. 
온전한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한 축산업이 유지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발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발전은 그냥 유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의 형태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흐름에서 도태되는 것이 순리다. 
그런 의미에서 규제의 덫에 걸린 축산업은 고비에 서 있다. 발전할 것이냐 아니면 이탈할 것이냐다. 이전과 같은 사육방식이라면 당연히 살아남을 수 없고, 대물림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이 역시 도태의 길밖에는 도리가 없다. 
심각한 고령화까지 더해진 축산업이 위태롭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거짓말이다. 잔인한 말이지만 위태로운 것은 산업이 아니라 고령화된 영세농가들 뿐이다. 제법 규모를 유지하고 있고 후계자가 있는 농가들의 입장에서는 지금이 오히려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호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세농가들에게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그들을 규합해야 하는 협동조합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금 축산업은 이탈농가가 줄을 잇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대물림의 후계농가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심각한 축산업의 고령화를 이들이 대체해 가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농촌 사회에 활력을 북돋고 있는 상황이다. 
가축 한두 마리로 시작해 전업농가의 규모로 키운 1세대와 달리 대물림 후계자는 처음부터 100마리 규모로 시작하기 때문에 1세대와 정서적 갈등도 심하고,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도 발생한다. 
도드람 양돈농협에서 ‘축사은행’을 활용하고, ‘세대 간 공감 워크숍’을 여는 것도 이같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젊은이들에게 축산업의 길을 열어주려는 의도다. 
또 국내 유일의 농업사관학교인 한국농수산대학이 젊은 농업경영인들에게 이론과 실습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적인 투자자로 정평이 나 있는 로저스 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은 2014년 서울대학교에서의 특강에서 학생들에게 “당장 경영학 석사과정을 벗어나 농과대로 가라”고 권유했다. 앞으로 투자 유망 대상이 바로 농업이라는 의미에서다. 
심각한 고령화로 농업에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면 이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이 과학농업이고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신지식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농업 내에서도 고령화가 더 심각한 축산업은 어쩌면 최적의 분야다. 
지난달 26일 한국축산테크협회가 창립했다. 협회는 “축산과 첨단기술을 접목해 생산, 가공, 유통, 서비스 등 전 분야에 이르기까지 축산테크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축산테크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첨단기술을 뜻하는 분야로 현재 고령화된 농가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새로운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들로 가축의 건강과 사육환경을 관리함으로써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고 축산농가 고령화를 대응할 수 있다. 이것이 현재의 축산업이 지속 가능해지는 방법이다. 
축산업이 농업 생산액 중 40%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의 폭풍 성장을 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세대의 피‧땀이 온전히 어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1.5세대가 이어받으며 이제 2세대가 그 자리를 물려받고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시절이 바뀌고 있고 그 속도는 갈수록 가속이 붙고 있다. 그에 발맞춰 주변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2세대들 역시 성장하고 있다. 2세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밀어주는 것이 축산업의 지속 가능에 대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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