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온은 전 지구 평균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연간 10.1일인 폭염일수가 35.5일로 3배 이상 늘어나고, 온열질환으로 인한 노인과 사회 경제적 취약계층의 사망이 증가한다. 
기온 상승 때문에 동물을 매개로 한 질병이 더 자주 발생한다. 홍수 위험과 동시에 가뭄 피해도 심화된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21세기 중반 한국이 겪게 될 상황이다. 

 

항상 등장하는 산업


지난달 28일 환경부와 기상청이 2014년 이후 6년 만에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의 내용이다.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21세기 말 최대 4.7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온도가 4.7도가 올라간다는 의미를 우리는 잘 모른다. 막연히 조금 뜨거울 정도라거나 그래서 그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른다. 
<뉴욕매거진>의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이며 미국 싱크탱크 기관인 ‘뉴아메리카’의 연구원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가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언급한 내용을 인용하면 가히 충격적이다. 
그는 단지 1도 상승이 가져오는 결과조차 세계대전이나 암 재발의 실상만큼이나 지켜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기온이 2도 상승하면 빙산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4억 명 이상의 사람이 물 부족을 겪으며, 적도 주변의 주요 도시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북위도 지역조차 여름마다 폭염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극심한 폭염이 32배 더 자주 발생하고, 매 폭염이 지금보다 5배 더 오래 지속돼 93배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 
3도 증가하면, 남부 유럽은 영구적인 가뭄에 시달리고 중앙아시아는 평균적으로 지금보다 19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카리브해 지역은 21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겪는다. 매년 들불과 산불로 불타는 지역이 지중해 지역에서는 2배, 미국에서는 6배 이상 늘어난다. 
4도 상승하면, 라틴아메리카에서만 뎅기열 발발 사례가 800만 건 이상 증가하고, 식량 위기가 거의 매년 전 세계에 닥친다. 폭염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9% 증가한다. 
하천 범람으로 입는 피해가 방글라데시에서는 30배, 인도에서는 20배, 영국에서는 60배 증가한다. 이에 따라 분쟁과 전쟁 역시 2배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기상학자들의 말을 인용하면 향후 2100년까지 기후공격으로 이렇게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다. 그래서 그 뒤에 따라올 100년을 가리켜 ‘지옥 같은 100년century of hel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급격한 기후변화를 왜 언급하는가? 그것은 기후의 급격한 변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축산’이 등장되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다른 요인들을 모두 제외하고서도 동물을 매개로 한 질병 하나만으로도 축산업을 끔찍하게 미워하기에 충분하기에 그렇다. 

 

축산업 폄훼 ‘이념화’


축산인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끔찍한 이야기들을 왜 하느냐”고 따지듯 묻겠지만, 지금 축산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의 변화는 무허가 축사니 퇴비부숙도 검사의무화니 만이 아니기에 그렇다. 
앞서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도 “직접 소를 잡아다가 햄버거를 만들어 먹을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로 살 생각도 없다. 인간을 다른 동물로부터 윤리적으로 구별하는 게 전혀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먹이사슬 꼭대기에 위치한 우리가 스스로의 지위를 마음껏 과시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급격한 기후변화에 가축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고기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고기를 생산하는 산업이 인류 생존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들은 그것들이 하나로 모여 축산을 폄훼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화’ 되고 있다. 
축산인들은 억울하다고 하지만 가축을 사육해서 생활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축산업이 단지 오염산업일 뿐이다. 그들의 이중적 사고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진들 나아질 리도 없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좋아질 리가 없다. 
축산업에 대한 극단적인 반대는 이제 외국의 일만이 아니다.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산림을 훼손하고 소들이 뿜어대는 메탄가스의 분자가, 이산화탄소 분자보다 25배나 더 많은 태양 열기를 잡아둘 수 있다거나, 전세계 13억여 마리의 소들이 대기 중에 방출되는 전체 메탄의 12%를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과장된 것이라고 말하지도 못한다. 
우리의 추억 속에 있는 농촌의 소가 더 이상 푸른 들녘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가 아닌 것처럼, 농촌을 바라보는 특히 가축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전의 푸근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축산이 전업화가 되면서 국민 건강에 지대한 공헌을 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전업화가 되면서 빚어진 부정적 외부효과를 야기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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