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축협 1번지’…조합원 삶의 질 향상 초점


세상에 상상력을 불어넣고
긍정적이고 지속 변화 도와
그것을 통해 다수를 행복케
‘리더의 역할’이 바로 그것

투명한 경영 원칙 따른 인사
‘같이의 가치’실천하는 조합
‘상생’통해 조합원에 자부심
아내도 농촌 개혁운동 구슬땀

 

세상에 상상력을 불어넣고 긍정적이며 지속적인 변화를 가능케 하고, 그것을 통해 많은 이들이 번영을 누리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리더’라고 부른다. 리더는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통하고 관계 맺는 고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앉아 있더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그저 조무래기일 뿐이다.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리더들은 일종의 패턴을 보여준다. 그것이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근거와 이유를 말해준다. 

신숙승 강릉축협 조합장도 그와 같은 부류다. 18세부터 농촌 4H활동을 통해 농촌과 농업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며 살았다. 농업경영인 강릉 1호이자 강릉축협의 산증인이다. 그에게 조합장의 직위는 마지막 봉사다. 

농업경제가 갈수록 왜소해지고 그에 따른 농촌의 침체, 농민들 삶의 빈곤, 특히 축산업을 둘러싼 환경규제 강화로 어쩔줄 모르는 축산농가들.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보자고 도전한 것이 조합장이었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는 ‘잘 살아보세’라는 슬로건이 유행했다. 전근대적인 농촌을 개혁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신숙승 조합장이 학업을 일찍 중단하고 농업에 뛰어든 것은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었지만 그는 “마을에서 제일 부지런한 사람보다 1시간 더 부지런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각오로 돼지 2마리와 소 한 마리로 축산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제일 부지런한 사람보다 1시간 더’라는 각오는 신 조합장 삶의 지침이 됐다. 그리고 그는 “조합원들의 뜻을 받들어 실천하고 행동하는 현장형 조합장이 되겠다”고 지난해 조합장 취임 때 조합원들 앞에서 다짐했다. 

신 조합장은 조합장에 도전하면서 품목에 따른 조합원 맞춤형 환원사업, 여성조합원 대의원 확대와 여성이사제 도입, 수의사 상시 배치, 염소‧양돈‧가금‧기타 축산물의 유통확대로 전 조합원들의 소득 확대 등 16가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1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의 성과 등에 대해 질의했다. 

 

 

- 2019년은 조합장 1년 차였다. 성과는 어땠는지?

“지난해는 가뭄‧태풍 등 자연재해와 ASF 등으로 축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특히 좋지 않았다. 우리 조합은 조합원이 660여명으로 적지만 품종은 한우가 절반을 조금 넘고 양봉이 38%, 사슴, 가금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이러한 환경 악화는 큰 타격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기 순이익 15억원을 넘겼고, 조합 성장률이 15%를 기록했다. 조합을 주축으로 조합원, 직원들의 적극적인 위기 극복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전체 경제사업량은 646억 2900만원으로 2018년 대비 6.43%, 신용사업은 전체 예수금 5.62%, 상호금융대출금은 무려 36%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양축농가의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예산을 확대할 수 있었다.”

 

- 중점을 두었던 사업은 무엇이었는지?

“숙원사업이던 축산기자재 유통센터를 신축해 안정적으로 배합사료와 축산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었다. 

그동안 수의사가 없어 조합원들이 가축이 아프면 빠른 처치를 하지 못해 어려웠다. 또 현장에서의 고된 업무 때문에 수의사 구하기도 힘들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 게다가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주말 근무를 할 수 없어, 수의사를 구해도 문제가 있었지만 이를 해결했다. 조합이 성장하면서 그런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조합원이 조합사업 전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익을 발생시키면 그 수익이 다시 조합원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선기능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또 정액을 중심으로 한 수소 위주의 개량을 지양하고 고품질 암소를 생산하는 암소 위주의 개량으로 전환하기 위해 생축장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출하하는 비육우 숫자만큼 우수 암송아지를 입식함으로써 번식기반을 확고히 하고 있다.”

 

-‘행복 축협 1번지’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어떤 환원사업들을 하고 있나?

“협동조합의 존재 의미는 조합원의 행복에 있다. 행복이란 돈의 문제만이 아니다. 삶의 질이 얼마나 좋으냐는 비계량적인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거기에는 강릉축협 조합원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포함되어 있다. 

자부심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한 소속감을 가져야 한다. 강한 소속감은 내가 힘들 때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되어주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강릉축협의 구성원들은 한우부터 양봉, 가금, 기타 가축 등 다양하다. 때문에 품목별 맞춤형 지원사업이 필요하다.

먼저 동물약품 구매지원, TMR 사료 운송비 지원, 가축재해보험료 지원, 경매 운송비 지원, 축사용 깔짚 지원, 양봉사료 구매 지원, 양봉 농축비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가축경매시장에 오면 각종 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사료값 환원은 물론이고 지난해 운송회사에서 운송비용을 올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없어 조합에서 부담했다.”

 

- 환원사업뿐만 아니라 지역 상생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 상생은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전환하기 위해서가 전부가 아니다. 그것은 이익을 좇는 기업도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한다. 협동조합이야 더할 나위가 없지 않는가? 

농협이 내세우는 슬로건은 ‘같이의 가치’다. 지역과 함께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어떤 조직보다 앞장서야 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 중에 하나다. 사랑의 김장김치 나누기는 물론 산불피해 농가와 태풍 피해농가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축산업이 오염산업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축산환경 개선에도 적극나서고 있다. 친환경 축산업을 정착시키지 못하면 축산의 미래는 없다.”

 

- 조합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고 직원은 그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관리인이다. 조합원의 소득 증대를 목표로 하면 그것을 위해 직원들이 고민하고 움직여야 한다. 조합장은 그러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들이 조화롭게 화합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투명한 경영은 기본이고 원칙과 기준에 맞는 인사,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직원들은 가정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기면 그런 조직에 발전은 없다.

스스로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본인의 잘못을 고쳐나가면서 보람을 찾을 때 조합과 조합원의 동반성장이라는 열매를 딸 수 있을 것이다.

조합원들도 조합사업 전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권리만을 앞세워서는 함께 성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퇴보하게 되고, 조합이 퇴보하면 그 결과는 전체에게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신숙승 조합장은 현재 한우 1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한우협회 강릉시지부 초대 지부장‧한우자조금 대의원과 강릉축협 이사‧감사를 역임했다. 40여 년을 농촌 개혁운동에 몸담아 온 그와 함께 신 조합장의 아내 김인련 씨도 현재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회장으로 농촌 개혁에 앞장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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