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고의로 살포한 듯
작황까지 최악 살 길 막막
한 개 면에서만 벌써 3건”
농가들,‘원인 찾기’나서

강원 홍천군 내면 일대의 한 여름봉장. 농약 살포로 죽은 꿀벌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강원 홍천군 내면 일대의 한 여름봉장. 농약 살포로 죽은 꿀벌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올해 꿀도 안났지, 벌은 다 죽었지, 가족은 많지, 우예 살아야할지 걱정입니더.”
지난 10일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에서 만난 이일광 씨(71)의 하소연이다.
경북 경주에서 벌을 키우는 이일광 씨는 피나무꿀을 뜨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가 기르던 꿀벌 모두 떼죽음을 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일광 씨는 “지난 7월 초 벌통이 있는 곳에 가보니 벌들이 죽어있었다”며 “농약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보아 누군가 벌이 드나드는 소문에 농약을 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50년간 양봉을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서 “누군가 일부러 벌통에 농약을 친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남은 벌들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애썼지만, 자고 나면 또 죽어있고 자고 또 죽어있어 이제는 벌통 전체가 텅텅 비었다”며 “일곱 식구가 다 여기 매달려서 벌로만 먹고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허주행 꿀벌 전문 수의사 역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의 벌들은 대부분 벌통 내부와 벌들이 드나드는 소문 근처에서 죽어 있었다”면서 “질병에 걸린 개체를 멀리 내다버리는 꿀벌의 습성을 감안할 때 벌들이 벌통 내부에서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못 박았다.
허주행 수의사는 이어 “특히 해당농가의 벌들이 모두 혀를 내밀고 죽어있는 것을 보아 농약으로 인한 피해로 추정된다”면서 “지역 동물위생시험소에 샘플을 의뢰해 정확한 원인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멸한 이 씨의 벌은 모두 100군으로 약 20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농약이 살포된 벌통과 소비는 다시 사용할 수 없는데다, 지금까지 든 이동비용과 땅 임대료, 벌꿀 수확을 통해 올릴 수 있던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같은 농약 살포로 벌들이 전멸한 농가가 비단 이 씨 하나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이 씨처럼 꿀벌에 농약 피해를 입은 이동 양봉농가들이 이곳 홍천군 내면 지역에서만 세 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원인으로 해당지역 고정 토봉농가와의 마찰을 지목했다. 홍천군 내면 일대는 피나무 군락지로, 매년 꿀을 채취하러 오는 이동 양봉농가와 고정 토봉농가와의 마찰이 잦은 곳으로 악명이 높다는 것이다.
한 양봉 전문가는 “농약 살포에 의한 피해는 현지 양봉농가 및 지역주민들과의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다만 CCTV 등의 확실한 증거가 없어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농약 살포 및 벌통 도난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장시간 자리를 비우지 말고, 양봉장 문단속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일들이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일광 씨가 텅 빈 소비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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