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기자

새만금간척사업을 둘러싼 원고(환경단체)와 피고(정부)간의 법적 공방과 분쟁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한 원·피고의 항소는 예견됐던 만큼 법적 공방의 지속은 불가피해졌고 이에 따라 새만금간척사업은 법적 공방에 종지부가 찍힐 때까지 표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완공을 목전에 둔 시점에 환경단체들이 사업계획을 취소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시작된 법적 공방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새만금간척사업은 전북 부안군과 군산시 관내 비응도 앞 바다에 총 연장 33㎞의 방조제를 쌓고 2만8300㏊의 토지와 1만1800㏊의 담수호를 조성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그런데 법적 공방으로 공사가 중단되 표류한 지가 올해로 8년째다. 지난 1991년 착공돼 14년 간 1조7000억 원이 투입됐고 현재 방조제 공사의 경우 92%가 진행된 상태다. 시공사인 농업기반공사는 환경단체들의 소송 제기로 인해 33㎞ 중 3㎞가 채 안 되는 2.7㎞ 구간의 물막이 공사를 중단한 상태에서 법적 공방의 향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고위 당정회의에서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거부키로 의견을 모으고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던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론으로 풀이됐다.
공사가 92%가량 진척된 대형 국책사업을 이제 와서 중단할 경우 이미 축조한 방조제가 유실될 우려가 높은 데다 보강공사를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손실액도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공사가 지연되면서 소모적인 논쟁만 벌어질 뿐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조정권고안대로 민관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의 특정용도를 결정하는 절차를 다시 밟게되면 2∼3년의 시간을 또 허비하게 되고 이 기간 중 불가피할 공사 중단으로 인해 방조제의 유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판단의 근거였다.
방조제 미완공 구간의 해수 유속은 종전 초속 1m에서 현재 초속 5m로 빨라져 공사를 장기간 중단할 경우 해수유통구간에 임시로 설치한 바닥보호공이 쓸려나가 기존 방조제가 유실되거나 붕괴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진단이다.
따라서 공사가 중단되면 기존 방조제의 유실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보강공사를 해야 하는 데 여기에 들어가는 공사비가 연간 800억 원에 달해 혈세를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환경단체들이 수질오염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1999년부터 2001년까지 2년 동안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고 민관합동의 면밀한 조사와 논의를 거쳐 친환경개발계획을 확정하고 공사를 재개한 바 있다.
따라서 또 다시 공사가 중단되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제기되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새만금간척사업계획의 유·무효를 둘러싼 원고(환경단체)와 피고(농림부)간의 논쟁과 법적 공방은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1심 판결과 상관없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새만금간척사업을 둘러싼 논쟁은 한 때 국론 분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만큼 첨예했었다. 당시 집권당 내에 ‘새만금특별위원회’가 구성돼 갈등과 분열을 조정 봉합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정치판의 싸움과 노선, 그리고 입장 차이 등으로 여당이 쪼개지면서 종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그 와중에 ‘3보1배’시위가 조명을 받았었다.
여기에 대응해 지자체(전북도)의 장을 비롯한 지역주민 대표 등이 삭발 시위와 입장 표명을 했고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정권 퇴진운동 전개를 불사하고 나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었다.
이 같은 소용돌이 속에 피고측인 당시 농림부장관이 법원의 심리와 판결에 통절한 유감을 표명하고 전격 사퇴하는 일이 벌어져 국민들은 놀라움과 함께 황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세계식량기구와 여러 나라들은 지구촌의 환경문제 못지 않게 식량의 위기와 대란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경고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물 부족으로 해마다 수천, 수만 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고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의 논쟁과 법적 공방은 원·피고 양측 모두에게 소모적인 일이며 국민들에게 식상함과 피로감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정치적 타격 때문에 원·피고 양측 모두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감정적으로 끝장을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대통령 공약으로 계획이 발표된 지 18년, 공사가 착수된 지 14년이 흘렀다. 새만금간척사업이 환경 논리에 밀려 8년째 표류해야할 만큼 정치적으로 판단되고 결정된 단순한 국책사업인가. 아니다. 우량농지를 조성해 식량자급에 기여하고 식량 위기와 물 부족 문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추진됐었다.
간척예정지 조사는 지난 70년대 초에 이뤄졌었고 극심한 냉해로 인한 쌀 흉작 상황을 국민들이 피부로 체험하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던 80년대 초에 공사 시행 준비가 본격화했던 국책사업이다.
간척지의 용도와 이용에 대해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자 나름대로 언급하고 의지를 표명한 데 이어 현 대통령도 사업의 방향과 내용의 재조정 필요성을 피력함으로써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강영호)의 조정권고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됐던‘간척지 용도 불확실성’은 새로운 민관위원회를 구성해 해소하고 다시 특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농림부가 공표한대로 간척사업이 친환경적으로 마무리되고 나면 용도나 이용은 우량농지 확보라는 당초의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토지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길을 열어 놓되 부분적으로 새로운 용도나 이용 특정은 후대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새만금간척사업을 둘러싼 법적 공방과 분쟁이 혈세 낭비를 초래하며 국민들에게 피로감 차원을 넘어 짜증스럽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래서 간절히 바란다. 이제 그만 종지부를 찍기를 말이다. 이준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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