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과 소시지를 생산하는 2차 육가공업체들이 원료육으로 국내산 돼지고기를 선호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를 국내산 돼지고기가 원료육 시장을 탈환하고 있다는 희소식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2차 육가공업체들이 국내산 돼지고기를 원하는 이유는 그동안 사용해온 수입육보다 국내산 원료육의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강세를 유지해오던 국내산 원료육의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으면 2차 육가공업체들이 너도나도 사재기에 나설까.
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1월 23일 현재 돼지고기 가격은 3000원선 붕괴와 함께 전국 평균 kg당 2000원 초반 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ASF 발생 이후 하락세를 타고 있는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한돈협회를 비롯 농협중앙회의 노력도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락하는 축산물 값


2차 가공업체의 원료육으로 국내산 돼지고기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원료육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이겠지만 그 원인이 가격 하락이라는 점에서 한돈산업은 암울한 실정이다.
한우 가격도 23일 현재 농협 음성공판장 기준 kg당 1만5000원선이 무너졌다. 이처럼 축산물 가격이 하락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소비부진인데 향후 냉각된 소비가 녹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
오히려 중국 ‘우한발 폐렴쇼크(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극도의 소비냉각을 불러올 것이 분명함에 따라 지금 축산업을 둘러싼 척박한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통계청의 ‘2019년 4분기 가축동향조사’를 보면 그나마 축산농가를 지지해오던 한우농가의 감소까지 두드러졌다. 2016년 10만 가구가 무너진 지 2년 6개월만인 지난해 12월 1일 기준으로 9만 가구가 붕괴됐다.
혹자는 말한다. “그만큼 한우농가들의 전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한우산업도 선진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하지만 주로 50마리 미만의 소규모 번식농가가 사라지고 대기업농가의 일관사육이 늘어나면 번식기반도 흔들린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없는자’의 한숨 소리


이런 소규모 번식농가들의 이탈은 오랜 동안 자식 키우듯 애지중지하며 쌓아온 번식에 대한 노하우까지 함께 날려버린다는 사실을 왜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이 같은 결과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과정에서 이미 예상했던 것이다. 여기에 퇴비부숙도  의무화까지 겹치면서 소규모 농가의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부의 의도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입증한다.
무허가축사 적법화와 함께 밀어붙인 퇴비 부숙도 의무화는 축산농가들의 입장에서는 숨 돌릴 틈조차 없는 전격적이다. 결과적으로 자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축산업에 종사하라는 ‘어거지’이기에 그렇다.
당장 오는 3월 25일 시행되는 것조차 모르는 농가들이 수두룩하다. 한우자조금 조사연구용역으로 실시한, 농가대상 설문조사 결과 절반에 가까운 농가들이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상농가의 약 78%가 부숙도 검사기관에 대해 모르고 있고, 시료채취 방법도 81%가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강행되면 극심한 혼란과 피해농가의 속출은 불보 듯 뻔하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축산관련단체들이 ‘3년의 유예기간’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축산업 정리라는 정부의 속셈(?)이 흔들리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때문에 정부의 방침을 우리는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퇴비부숙도 검사를 위해서 필요한 전문장비나 퇴비사 추가 건축 등 모두가 수천 만원에서 수억 원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그냥 포기하고 말겠다”는 자포자기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포자기엔 정부가 책임질 일이 없으니까.
그렇다고 약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공정과 평등’을 지지해줄 국회마저 민생과는 도통 거리가 멀다.
연초부터 토종닭‧오리‧육계협회 등 가금단체장들의 국회 앞 1인 릴레이 피켓시위는, 민생을 대변해야 할 국회가 얼마나 난장판인지를 잘 말해준다.
농식품부장관 소속으로 축산물수급조절협의회를 설치해 축종별 수급안정 대책 수립과 수급조절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축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법사위에 즉각 상정하라는 요구였다.
이 법률안대로라면 가금농가는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고, 소비자는 안정된 가격으로 가금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지만, 지난달 9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가 개의됐지만 상정조차 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축산물의 수급 불안정은 가격 등락을 부추겨 축산농가들의 피해는 물론 소비자 역시 같은 피해를 입고 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것인데, 완전히 관심 밖이다.
법과 규제는 삶을 유지하고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이 올바른 법과 규제다. 규제는 무엇을 못하게 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불편함이 일상에 끼여들어 일상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것이다.
본말이 전도된 환경에서 이제 축산업에도 빈익빈 부익부의 불평등한 자본주의가 만연할 듯 하다. 2020년 문턱을 넘으며 ‘없는 자’의 한숨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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